2006년 6월 23일날 들고 와서 아직 보고 있는 책입니다.
야금야금 아끼면서 봅니다. 그림도 글도 너무 좋기 때문입니다.
漢詩라는게 음식처럼 입속으로 조금은 음미를 해야지 맛을 조금 더 알 수 있습니다.
'꽃들의 웃음판' 정민 지음/ 김점선 그림
부제를 '한시로 읽는 사계절의 시정'이라 했고, 사계절에서 출판했습니다.
정민선생님의 책을 좋아합니다. 나이에 맞지 않게 선비 냄새가 나기도 하지만 그리 싫은 냄새가 아니랍니다.
꼬리 타분한 선비 냄새가 아니라, 새 책 냄새 처럼 신선하답니다.
"시는 고도로 농축된 언어다. 금강석 처럼 단단하다.시는 압축 파일이다.물에 담가 두면 마구 불어 나는 미역같다. 시인은 200자의 할 말을 20자로 얘기한다. 이때 시인은200자 중에서 꼭 필요한 20자만을 골라내지 않는다. 그 대신 없어도 될 180자를 걷어 낸다. 짧은 시가 긴 이야기를 담을 수 있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특히 한시는 절제와 함축을 강조한다. 시인은 단지 보여 주기만 할 뿐 설명하지 않는다. 한시는 촌철살인, 전입가경의 언어다. 한편 한시는 과장의 언어다. 툭하면 뻥튀기를 한다. 백발도 삼천장이라야 하고,폭포도 구천에서 떨어진다. 곧이곧대로 들어면 안 된다. 따져 보고 가늠할 줄 알아야 한다."
-저자의 서문 중에서
화가 김점선의 그림은(사실은 그림이 아니고 디지털 합성과 터치) 그답지 않게 조용하고 감미롭기 까지합니다.
자유롭고 파격적인 그림으로 확실한 자기세계를 구축한 화가 아닌가요! 왠 일 일까요?
그의 말을 한번 들어 볼까요. "나는 자기 최면을 걸어서 내가 시간을 초월한 영혼인 것처럼 특수한 상상의 공간에 나를 집어넣고 주어진 시들을 읽기만 했다. 모든 현실을 잊은 채 그렇게 읽고 또 읽다가 실실 그 틈에다가 낙서하기 시작했다. 거기다 색채를 입히고 멋대로 그려 나갔다. 아마도 미생물처럼 번식해 나간 나의 시각체들이 개체 수로는 수천에 달 하리라. 긴긴 작업 끝에 걸러 내고 다시 걸러 내고, 그 중에서 살아난 개체들을 출판사로 전송했다. 그 뒤는 나도 모른다."
-화가의 서문 중에서
화가는 시에다 그림의 책임(?)을 돌렸습니다.
시가 사람을, 사람의 밑바닥 감성을 간질러서 실실 웃게하고 무방비 상태가 되게 했답니다. 시가.....
그런데, 이렇게 좋은 시들은 왜 팔리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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