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세칸의 사는 이야기

'세칸'이란 별명에 대한 변(辯)

세칸 2007. 2. 7. 11:16

  

가끔 제 별명에 대해 물어 보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왜 세칸 입니까? 무슨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하고 묻습니다.

 

             제 고향인 부산의 '회동 수원지'랍니다. 정확히는 선동 '하현마을'이랍니다.

                                   저는 이른바 '수몰민'이지요. 제가 11살때까지 살았습니다.

                                       저 멀리 보이는 능선이 부산의 주산인 금정산 이랍니다.

 

 

옛날 우리의 전통가옥은 지금처럼 몇평이라 부르지 않았습니다. 몇칸이라고 불렀지요.

집이 3칸 이라도 구조에 따라 면적은 조금씩 달랐습니다.

조상님들의 주거에 대한 생각이 얼마나 여유롭고 자연 친화적인지 잘 알 수 있습니다.

 

집을 지을 대지의 모양과 방위, 집주인의 능력에 맞추어 구조를 달리 하면서 칸수를 결정 했지요.

한칸이면 대략 요즈음의 3~4평에 해당 합니다. 사람이 사는데(가족이 많던 적던) 그리 많은 면적이 필요한건 아닙니다.

가족이 많거나 늘어나서 정 부데끼며 살기가 불편하면 옆이나 뒤에 한두칸 늘여 냈지요.

 

'세칸'이면 한가족이 살기에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요즈음의 핵가족은 더 그러 하겠지요.

집이 크서 좋은 점은 별로 없습니다. 아파트 문화가 들어 오면서 평수에 연연하다 생긴 습속이지요.

저도 도시를 떠나서 살게 된다면 세칸 정도의 집을 짓고 살고자 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바다낚시에도 '세칸'은 있습니다.

바다낚시의 장르중에 '갯바위 흘림찌낚시'는 거의 대부분 세칸의 낚시대를 사용합니다.

물론 더 길거나 짧아도 낚시를 즐길 수는 있지만, 기법이나 소품의 사용방향이 세칸에 맞춰져 개발되고 즐길 수 있게 고안 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장시간의 낚시에서 세칸 이상의 낚시대는 손목에 많은 무리를 줍니다. 한칸은 약1.8m이며 세칸은 5.4m지만 세칸 낚시대는 대략 5.3m랍니다.

 

저는 낚시를 가지 않을 때도 가끔 낚시대를 꺼내 만지면서 행복해 하고 추억에 잠김니다.

5.3m의 가느다란 카본 메카니즘의 결정체가 우울함과 스트레스를 말끔히 날려 준답니다.

 

제가 집짓기와 집꾸미기의 일을 해 온지가 30년이 다 돼 갑니다.

그동안 여러개의 이름으로 저를 대신한 이름이 스크린의 자막처럼 스쳐 갑니다.

[다다 환경디자인], [환경디자인그룹 삼간], [인테리어 삼간], 마지막이 [삼간] 이었습니다.

다음에 또다시 저를 대신할 이름이 필요 하다면 '삼간'을 다시 불러 써겠습니다.

새삼스럽게 이렇게 예전의 기억을 떠 올리니 별 생각이 다 납니다.

지난 27년을 제이름 위에다, 제이름 보다 크게 쓰서 달고다닌 이름앞에 조금은 부끄럽고 쑥스럽습니다.

 

사업을 시작하며 회사의 이름을 지을때 신경쓰지 않을 사람이 없겠지만, 저는 별로 신경 쓰지않고 제 생각되로 그냥 그냥 붙여서 썼습니다.

'환경디자인'은 넓은 의미의 인테리어 디자인을 교과서적으로 붙인겁니다.

'다다'는 다다이즘 즉 기존의 형식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의지 였습니다. 젊을 때라....

'三間'은 人間, 時間, 空間을 의미하며, 제가 건축과 건축주변부의 일을 하는 의미와 목적을 이름으로 표현 한것 이랍니다.

 

우스운 이야기는 '환경디자인'이라 하니까 왜들 정화조 회사를 연상 하는지.....참.....어쩔 수 없이 나중의 후반부엔 이 이름을 지웠습니다.

우리의 환경 의식과 인식에 졌지요.....ㅎㅎㅎ

거대한 원자력이나 수 처리 시설, 쓰레기 소각이나 매립등의 큰 규모의 사업만이 환경에 대한 논의를 하는게 아니랍니다. 적게는 엽서의 크기도 환경문제가 될 수도 있고 '환경디자인'의 범주에 속 한답니다.

한마디로 사람이 생활하고 살아가는 주변의 모던것이 환경디자인의 분야라 볼 수 있습니다.

 

건축사 일을 하는 제 친한 친구가 "三間 이 우리말로는 세칸 아니냐? 쪼잔하게 그러지 말고 아흔 아홉칸으로 고치던지 해야 사업도 더 잘 될게야"하며 농을 합니다. 저는 친구가 말하는 '세칸'이 싫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정감있고 좋았지요. 제 별명은 저와 제 친구의 합작입니다. 

 

人間, 時間, 空間의 관계가 집이 갇춰야 할 덕목이고, 제가 이 일을 하면서 풀어야 할 숙제이며 감히 목표로 정하고 나름되로는 열심히 최선을 다 했습니다.

 

[집은 사람을 위해 존재하고 봉사하며 기능해야 좋은 집입니다.]

집이 지나치게 크거나 넓고, 단순하지 않고 복잡하거나, 필요 이상으로 화려 하다면, 그런 집에 사는 사람은 집에 봉사하며 집을 위해 살아야 됩니다. 이렇게 주객이 전도된 상황을, 아주 흔하게 보는게 누구의 잘못인지 곰곰히 생각합니다. 

 

제가 '三間'을 '세칸'을 고집하며 쓰는 이유랍니다.

 

 

 

                                        정말 '미쳤지' 싶습니다. 계기판이 고장일까요?ㅎㅎㅎ.

 

 

요즘 뭐에 씌어서(?) 토요일마다 왕복 700Km를 넘게 오가고 있습니다.

새벽 4시에 출발하여 8시간 교육받고(사실은 교육을 받는게 아니라 즐깁니다.) 부산 내려오면 저녁 10시 전후가 된답니다.

지겹기도 해야 될 것 같은데 전혀 그렇지가 않으니 뭐가 문젤까요?

새삼스럽게 제가 왜 이러는지 저도 잘 모른 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