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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난화 주범이자 지구 온도 지킴이 CO₂의 두 얼굴

세칸 2008. 7. 10. 15:10

온난화 주범이자 지구 온도 지킴이 CO₂의 두 얼굴

 

여름철 시원한 아이스크림 한 통을 집으로 가져가 먹으려면 녹지 않도록 드라이아이스가 필요하다. 드라이아이스는 이산화탄소(Carbon dioxide·CO2)의 고체형태. CO2는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알려져 있다. 지구는 뜨겁게 만들면서, 아이스크림은 차게 유지시켜 주는 두 얼굴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CO2의 전모를 알아보자.
 

 

CO2는 지구 온도를 지키는 외투

CO2는 전체 대기의 약 0.038%(380PPM)를 차지한다. 질소 78%, 산소 21%에 비하면 극히 적은 양이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대기 중 CO2의 양과 기온 변화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다고 보고 있다. 남극 빙하에 수㎞ 깊이의 구멍을 뚫어 약 16만 년동안 쌓인 얼음을 1m마다 분석해 도출한 결과다. 분석결과 지구의 온도가 내려갔을 때는 CO2 수준이 0.016% 정도로 떨어졌다. 또 대기 중 CO2 농도 변화에 따라 지구의 온도도 달라졌다.

세계적 기후변화 전문가인 팀 플래너리(Tim Flannery)는 "금성은 대기의 98%가 CO2이고 표면 기온은 섭씨 460도이다. 만일 CO2가 지구 대기의 1%만 되어도 지구의 표면은 끓는 점(섭씨 100도)까지 치솟을 것"이라고 말했다.

바다에 많이 녹은 CO2도 문제

CO2가 증가하면 해양 생태계에도 문제가 생긴다. 바다는 대기로 방출되는 CO2의 약 20% 이상을 흡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유럽 해양생태계 연구소 유르-오세앙(EUR-Oceans)에 따르면 CO2는 바다에 섞이면서 수소이온(H+)의 농도를 증가시켜 바닷물을 산성화시키고, 이로 인해 산업화 이후 해양의 수소이온의 농도는 25%나 증가했다. 학자들은 "대기 중 CO2가 증가하면 남극해안에서 태평양 적도 아래까지 펼쳐진 전체 남반부 해양의 산성도가 올라갈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해양 생물의 껍질이 약해져 포식자에게 쉽게 잡아 먹히거나 생존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플랑크톤 같은 이들 생물의 감소는 먹이사슬에 따라 이들을 먹고 사는 북태평양의 연어, 고등어, 청어, 대구 및 수염 고래 등의감소로 이어질 수도 있다.

온실효과는 필요

CO2의 긍정적인 측면으로는 지구의 기온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CO2는 메탄(CH4), 아산화질소(N2O) 등과 함께 태양으로부터 온 열이 모두 반사되지 않고 대기 중에 남아 일정한 온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한다. 보통 '온실가스'라고 불리는 이들 기체들은 태양에서 오는 가시광선·적외선·자외선 일부는 잘 통과시키지만, 지구에서 나가는 적외선 일부가 대기권 밖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흡수했다가 지표면으로 다시 방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만약 CO2를 포함한 온실가스들의 이런 역할이 없다면, 지구는 공기가 없는 달처럼 태양이 비치는 쪽은 온도가 섭씨 100도가 넘고 반대쪽은 영하 200도에 달해 생물이 살 수 없게 된다.

화석연료에서 CO2 88% 발생

CO2는 색깔도 없고 별다른 냄새도 나지 않는다. 맛도 민감한 사람이라야만 겨우 느낄 수 있을 정도의 약한 신맛이 있을 뿐이다. 상온(常溫)에서는 기체상태지만 압력을 가하면 액체나 고체가 된다.

CO2는 대부분 발전소나 공장, 가정, 자동차 등에서 화석연료를 연소시킬 때 나온다. 과학자들은 "무연탄 1t을 땔 때 CO2는 3.5t 방출되며, 한 사람이 매일 평균적으로 사용하는 연료가 11kg의 CO2를 발생시킨다"고 말한다. 우리나라에서 방출되는 온실가스중 88%는 CO2가 차지하고, 약 4.5%는 음식물 쓰레기나 가축의 배설물에서 나오는 메탄이 차지한다.

그러나 같은 양이라도 온실가스들은 저마다 지구를 덥게 만드는 능력이 다르다. 이것을 나타낸 것이 유엔산하 국제기구인 IPCC(기후변화 정부간 위원회)의 '지구온난화지수(Global Warming Potential·GWP)다. CO2의 GWP를 1로 보았을 때, 메탄은 21, 아산화질소는 310, 수소불화탄소, 과불화탄소, 육불화황 등은 1300에서 2만 정도에 해당한다. CO2의 지수는 낮지만 절대량이 많아 예사롭게 볼 수 없다.

영양분부터 용매까지

우리가 산소를 마시고 내뱉는 CO2는 생태계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원천이다. 생태계 먹이사슬의 맨 밑바닥에 식물이 있고, 그 식물들은 CO2를 이용해 광합성을 한다. 광합성 과정에서 식물은 공기 중에서 흡수한 CO2와 뿌리에서 끌어올린 물을 사용해 탄수화물을 만든다. 동물과 식물은 CO2를 원료로 만들어진 이 탄수화물을 먹어 에너지로 활용한다. CO2는 생태계의 근간(根幹)인 셈이다.

고체 CO2인 드라이아이스가 냉각제로 사용되는 것처럼, CO2는 우리 일상생활에서 다양하게 사용된다. 탄산음료가 대표적이다. CO2를 낮은 온도에서 높은 압력을 가하면 CO2가 물에 녹아 탄산음료를 만들 수 있다. 음료를 마시는 과정에서 음료에 탄산형태로 녹아있던 CO2가 날아가면서 입안을 자극하는 것이 탄산음료의 청량감이다.

또한 CO2는 불에 타고 있는 물질이 산소와 접촉하는 것을 방해하기 때문에 소화기에도 사용된다. 이러한 소화기는 전기로 인한 화재처럼 물을 사용하기 어려운 경우에 효과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 최근에는 '초임계 CO2(압력과 온도로 따졌을 때 액체에서 기체로 변화하는 지점에 있는 CO2)'를 활용하는 과학적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이 CO2는 커피에서 카페인을 분리하는 데 쓰이는 등 새로운 무(無)독성 용매로서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이영민 기자 ymlee@chosun.com

입력 : 2008.06.29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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