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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광도시에서 꽃피운 세계적 '레드닷 디자인상'

세칸 2008. 5. 12. 16:55

탄광도시에서 꽃피운 세계적 '레드닷 디자인상'

세계적 권위를 지닌 디자인 상 중에는 '레드닷(red dot) 디자인상'이 있다. 미국 'IDEA', 독일 'IF 디자인상'과 함께 세계 3대 디자인상으로 꼽히는 이 상의 상징인 빨간 색 동그라미(레드닷)는 '굿 디자인'의 대명사처럼 여겨진다. 이 상을 주관하는 '레드닷협회'가 있는 곳은 뉴욕같은 패션 도시가 아니라, 탄광도시. 뒤스부르크와 이웃한 조그만 탄광 도시 에센(Essen)의 폐탄광 '졸퍼라인(Zollverein)'이다.

 

녹슨 탄광 구석을 디자인 작품 전시 공간으로 활용한‘레드닷 디자인 뮤지엄’. /이명원 기자=에센 mwlee@chosun.com 

 

디자인과 폐탄광.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단어를 조합해준 것은 루르 지역의 '엠셔 공원 건축박람회' 프로젝트였다. 뒤스부르크가 '환경'을 변신의 키워드로 잡았다면, 에센의 재생 테마는 '디자인'이었다. 졸퍼라인은 한때 하루 1만2000t의 석탄을 생산했던 독일 최대 탄광이었지만 석탄사업의 사양과 함께 1988년 문을 닫았다. 하지만 건축박람회와 2001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선정을 계기로 폐탄광은 '디자인의 성지(聖地)'로 탈바꿈했다.

레드닷협회가 있는 '레드닷 디자인 뮤지엄'은 매끈한 현대식 디자인 박물관과는 전혀 다르다. 세계적인 영국 건축가 노만 포스터가 리노베이션한 건물 입구에 들어서면 녹슨 탄광 기둥에 거꾸로 매달린 아우디 자동차가 장관을 이룬다. 마치 성당에 들어선 것처럼 장엄한 분위기를 연출해 '현대 산업 건축의 대성당'이라는 별명까지 붙었다.

석탄을 나르던 계단식 컨베이어벨트엔 레드닷상을 받은 청소기들이, 공장 천장 틈에는 디자인 작품 의자가 군데군데 전시돼 있다. 낡은 탄광 시설 자체가 훌륭한 빈티지 전시 공간이 된 것이다.

 

조선일보 특별취재팀=에센
입력 : 2008.03.31 23: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