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세칸의 사는 이야기

또 다른 나에게 쓰는 편지

세칸 2008. 5. 9. 15:29

또 다른 나에게 쓰는 편지

 

집앞의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푸조나무는 꽃가루도 어마어마하게 날렸습니다. 노란색의 가루가 눈을 뜨지 못할 정도로 날리더니 오늘 아침의 바람으로 꽃받침을 얼마나 떨어뜨렸는지..., 주변이 온통 초콜릿색의 눈이 내린듯 합니다.

 

비가 오려는지 바람이 몹시 붑니다.

며칠, 얼마나 뜨거웠는지..., 봄을 미처 다 즐기지도 못했는데, 벌써 여름이 시작된 듯합니다.

날씨만이 뜨거웠던 게 아니었습니다. 인터넷 세상은 또 얼마나 뜨거웠는지, ...무슨 일을 이따위로 하는지 도저히 알지 못하겠습니다.

수 만 년을 흘러온 강을 규격화하여 배를 띄우겠다고 하며 똑똑한 사람들이 바보짓을 하기도 합니다.

한숨 돌리는가 싶더니, 광우병의 위험에 별다른 대책이나 조치도 없이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겠다 하여 발칵 뒤집어 놓았습니다.

 

첫 단추를 잘 못 채우고, 첫 음을 잘 못 잡아서는 제대로 된 노래를 부르기가 힘이 들텐데, ...걱정이 많습니다.

장관이나 수석, 비서관들이 공개한 재산내역을 보니 대단한 능력(?)의 소유자들이더군요. 이들이 그들의 이익을 젖혀두고 대다수 국민을 위해 얼마나 참한 정치를 할 수 있을지..., 왠지 '뻔할 뻔 자'라는 속말이 생각키는 건 왜일까요? 

 

부지깽이를 들고 목욕물을 데우면서 한참을 혼자서 웃었습니다.

주인이 부덕하여 머슴을 제대로 세우지 못하는 전통을 끓어내지 못하는 게 아닌지 하면서... 

머슴이라 하면 '불경죄'로 처벌 받을지도 모릅니다. 총리가 국민께 알릴 게 있으면 '알려 드리면' 될 일이지 '담화'라는 역사적(?) 용어를 쓰니 불경죄가 떠오르기도 합니다. 늙음이 죄일 수는 없지만 늙은 사고의 정치는 죄일 수 있습니다.  

 

지구가 넓으니 좁으니 하며 글로벌을 외치기도 합니다.

지구에서 사계절을 선명하게 느끼며 사는 나라가 몇 나라 되지 않는다 합니다만 앞으로 언제까지 그럴 수 있을지는 장담하지 못합니다.

기름 값이 비싸다는 아우성을 치지만 편리와 효율을 위해 화석연료를 무한정으로 사용한 결과입니다.

 

지난 50년간 세계인구는 배로 불어나 지금은 약 70억 명이라 합니다만 농토는 늘어난 게 없다 합니다. 

우리나라는 60년대의 보릿고개를 1차 녹색혁명의 결과로 무난히 넘겼습니다만 2차 녹색혁명이라는 유전자 조작 농산물의 수용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습니다. 우리는 우리 먹거리의 30%도 자급하지 못하며 나머지는 수입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농산물의 국제시세는 계속 오르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 급등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친환경적이라지만 전혀 친환경적이지 않은 바이오 에너지 때문입니다. 

사람이나 가축이 먹을 곡물로 기름을 만들어 버리니 비축을 위한 잉여 농산물이란 있을 수 없으며 산림이 농지로 변하면서 지구온난화를 가중시킨다는 설득력 있는 주장을 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바이오 에너지 100L이면 한 사람의 일 년치 식량이 된다 합니다만 승용차로 서울과 부산을 왕복하면 그만인 양의 에너지입니다. 

지구의 식구 중 제3세계의 아이들은 아직도 끼니를 굶고 있는 실정이며 앞으로도 사정은 나아지지 않을 거라 합니다.

 

글로벌을 외치는 이들이 많습니다만 장사, 좋게 말해 무역을 위한 글로벌이 누구를 위해 얼마만 한 득이 되는지도 따져봐야 합니다.

농수축산물의 수입과 수출은 반드시 '푸드 마일'을 염두에 두어야겠고 소비하는 처지에서도 명심해야겠습니다.

먼 거리의 농수축산물을 지속 가능하지도 않은 비싼 기름을 소비하며 날라다 먹으며, 유통기간을 고려한 방부재와 첨가제의 오염을 걱정할 이유가 무엇인지, ...알지 못합니다.

 

우리나라는 농토가 개발과 투기의 대상이 된 지 오랩니다.

독일에서도 농지의 가격이 많이 올랐고 최근 일 년간은 30%가 넘게 오른 곳도 있다 합니다. 

그러나 투기를 위해 오른 게 아니며 사양산업인 1차 산업인 농업이 곡물가격이 오르면서 황금산업이 될 가능성이 분명하므로 다시 농사를 짓기 위해서라 합니다. 농부의 자녀들은 농사짓기를 거부했으나 이제는 스스로 농부가 되기를 원한다 합니다.

 

사람의 생존에 가장 필요하고 절실한 게 무엇일까요?

깨끗한 물과 공기, 오염되지 않은 환경과 궁핍해도 끼니를 거르지 않을 양식 외에 무엇이 있겠습니까.

 

이 땅의 농업인 모두에게 경의와 존경을 보냅니다.

열심히 '땅만 파며' 살았고 정부나 기관에서 시키는 '지침'에 잘 따랐으며, 그 결과 손해와 피해를 보기도 했습니다.

공산품 팔기 위해 발목 잡힌 FTA로 힘들고 지쳐서 겨우 '목숨 붙이고 산 세월'이었습니다. 

사양산업이라는 농업이 다시 빛을 볼 날이 머지않았습니다. 그때는 아마도 농업을 생명산업이라 부르겠지요.

'우리 것이 좋은 것'이고 '토종이 좋은 것'이라는 말은 틀림없지만, 더 보탠다면 환경친화적이며 생태적으로 지속가능하고 자급자족할 수 있을 때라야만 그럴 수 있습니다. 

 

옛말에 먹는 거 가지고 이러쿵저러쿵 말이 많으면 천하고 '추접다'(추하다) 했습니다.  

그만큼 검박했지만 의식 있고 양심적인 생산품(?)이었다는 이야기이기도 할 겁니다. 

지금, 먹거리 문제로 말이 많음은 다국적 식품 메이저들의 천하고 추잡한 장난질이 입에 오르내리는 것입니다.

정부의 책임 있는 관료들이 속내를 잘 챙기지 못하고 국민의 생명줄인 먹거리를 소홀히 처리하여 빈축을 사고 있습니다.

 

'소비자가 알아서 할 일'이라 했지만, 대통령이나 정부가 할 일입니다.

그들은 소비자인 국민의 '머슴들'이기 때문이지요. 

 

집으로가는... '풍경속으로'가는 풍경입니다. 

하릴없이 왔다갔다하는 경우가 있는 데..., 누가 물으면 운동 중이라 둘러 되기도 합니다.

 

5월은 아름답습니다.

어쩌면 꽃피는 계절보다 신록의 이 계절이 더 아름답고 기품이 있습니다.

위, 아래가 고루 편안하고 불편한 말들이 더는 없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부처님의 말씀처럼, 보시하는 배려하는 마음이 모두의 마음이길 빕니다. 

 

화개의 신흥마을에서 '반푼' 세칸이 띄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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