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세칸의 사는 이야기

녹차전을 아시는지요?

세칸 2008. 5. 1. 01:59

녹차전을 아시는지요?

녹차전에서는 녹차 향이 아니라 땀내가 납니다.

 

하동군 화개면의 야생녹차 밭에서는 잎차채취가 한창입니다.

사실은 4월 중순부터 시작된 일이며 5월 중순이면 잎차채취가 끝난다 합니다.

인근의 매실로 유명한 광양시 다압면을 시작으로 화개동천을 거쳐 칠불사 아랫마을에서 끝이 나는 잎차채취는 기온의 영향이 절대적이라 합니다. 4/20일의 곡우 이전에 수확한 잎차로 만든 차를 우전이라 부르며 세작, 중작, 대작, 말작의 순으로 등급을 정하기도 합니다.

지역에 따라 조금의 차이는 있지만, 당연히 일찍 채취한 잎차의 등급과 가격이 높으며 하루마다 가격은 내려간다 합니다.

야생녹차의 고향인 화개에서의 이 시기는 일 년 농사의 수확기이며 녹차관련 일 이외는 관심 밖이라 할 수 있고, 매년 일손이 달려 인근의 광양이나 구례에서 일꾼을 구해오는 경우가 다반사라 합니다.

 

4월 중순, 화개동천의 야생녹차 밭에서 잎차를 수확하는 모습입니다.

손톱만큼 돋아난 새 찻잎 세 이파리를 이물질 없이 잘 따야 하는 아주 힘들고 인내력과 지구력을 요하는 작업입니다.

딴 찻잎은 앞치마의 주머니에 담았다가 일정량이 모이면 그물망에 모아서 시원한 곳에 보관해야 뜨지 않는다 합니다.

숙련된 분들도 하루 작업에 우전이나 세작은 1kg 내외, 중작이나 대작은 2kg 내외의 채취가 고작 이라 합니다.  

 

4월 27일에 다압면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찻잎의 크기가 많이 커져 중작을 넘어서고 있습니다만 화개에서는 세작을 수확하고 있습니다.

오전에 수확한 찻잎은 오후에, 오후에 수확한 찻잎은 저녁에 가공해야 한다 합니다.

 

화개에 살면서 녹차 따는 작업을 안 할 수 없다고 아이들을 꼬드겼습니다.

아이들과 한나절을 약속하고 시작한 일이지만 얼마나 버틸는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앞치마 두 개를 빌려 아이들에게 입혔습니다.

대단한 일꾼이나 된 듯 입이 함지박만큼 벌어져 있습니다만 앞으로의 '고행'은 아직 모르고 있습니다. 

 

이놈은 세 시간 반을 잘 참았습니다. 찻잎이야 얼마나 땄겠습니까만 무척 힘들어했습니다.

오죽했으면 "아빠! 공부보다 더 쉬운 건 없다는 말을 실감했어요!"하며 능청을 떨기도 합니다.

찻잎 수확보다 더 대단한 공부를 한 셈이지요.

 

허리도 목도 아프다며 시종 투정을 부렸지만, 끝까지 잘 참았습니다.

약속한 아이스크림 때문만은 아니고 오빠에게 지기 싫은 성격 때문이지 싶습니다.

 

찻잎이 커 비교적 따기는 수월했습니다. "새 찻잎 세 잎만 따야 한다."는 말을 얼마나 잘 지켰을지는 두고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네 식구가 세 시간 반의 작업에 2kg의 잎차를 수확했습니다. 솔직히 아프지 않은 데가 없다 할 정도로 녹초가 되어 돌아왔답니다.

녹차를 즐기는 분들이 얼마나 밉던지..., 앞으로는 녹차의 향이나 맛을 즐길 게 아니라 만든이의 노고와 땀내를 맡아야 하지 싶습니다.

 

찻잎으로는 당연히 차를 만들며 화개에서는 대부분 덖음차를 만들고 있으나 요즈음은 발효차를 만들기도 합니다.

찻잎이나 가루도 여러 가지 음식을 만들거나 음식에 첨가하기도 한다 합니다.

녹차전을 부쳐도 아주 맛있습니다. 기름을 너무 많이 두르지 않아야 녹차 향을 느낄 수 있고 가능하면 올리브유가 더 좋다 합니다.

고소하며 단백한..., 은은한 녹차 향과 연하게 씹히는 부드러움은 화개에서만 즐기는 별미라 할 수 있습니다.   

 

난생 처음 따보는 찻잎으로 녹차전을 부쳤습니다. 

찻잎 한 장에 한 번의 손길이라 생각하면 먹기가 싶지만은 않습니다만 먹어보면 중독되는 담백함이 있습니다.

 

힘들게 딴 찻잎을 음식으로만 먹을 수는 없어 발효차를 만들었습니다.

만드는 방법은 잘 알지 못하여 소개해 드리지 못합니다. 몇 번 보고 들은 것을 밑천 삼아 짐작으로 만들었습니다.

 

차를 만드는 수고도 찻잎을 따는 수고에 버금간다 할 수 있습니다.

찻잎을 비비는 힘든 일도, 티나 이물질, 늙은 찻잎을 골라내는 것도 만만한 작업은 결코 아닙니다.

찻잎이 발효된 4일 뒤의 사진입니다. 하루하루 점차 검게 변해가는 색과 짙은 녹차 향에서 점차 단내가 나는 것도 신기합니다.

덖음차도 검게 변합니다만 찻물을 우려내면 다시 녹색으로 돌아오지만, 발효차는 찻물을 우려내도 검은색으로 남습니다.

   

사진은 지난해의 발효차를 올해 3월에 덖어 마지막 손질을 하는 모습입니다.

발효차의 마지막 손질로 한 번 덖어 주기를 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깊은맛이 더 있다 하기도 합니다.  

 

대숲 그늘에 피크닉 테이블을 한 조 만들었습니다. 마침 친구가 먼 길을 다니러 왔고 전북의 운장산 아래 동상면에 사는 블로그 친구가 특제 동동주 웃물을 한 말이나 택배로 보내왔습니다. 연한 황금색의 맑은 술에서 나는 은은한 솔향이 얼마나 좋은지...,

녹차전은 그냥 먹어야 담백하고 녹차 향을 느낄 수 있으며 양념장과는 맞지 않습니다.

 

멀리서 온 친구가 있고, 색과 향이 좋은 술이 있으며 귀한 녹차전이 있어 부러울 것 하나 없는 저녁입니다.

대숲에는 비둘기가 집을 찾아 내려앉아 부시럭대고 있고 바람에서도 봄 향기가 가득합니다.

반푼 '세칸'은 하동 화개에서 이렇게 삽니다.

 

 

제13회 하동 야생차 문화축제의 팜플릿을 스켄하여 올립니다.

차에 관심있는 분들의 많은 참여를 당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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