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이런저런 이야기들

현대 건축의 거장 한국 전통에 빠지다

세칸 2008. 5. 8. 11:54

현대 건축의 거장 한국 전통에 빠지다

세계적 건축가 렘 쿨하스,

6~7월 경희궁에서 '프라다'와 예술 전시회

 

현대 건축의 대표적인 거장 렘 쿨하스.

 

세계적인 건축가 렘 쿨하스(Koolhaas)와 명품브랜드 '프라다' 이탈리아 본사가 함께 기획한 예술 전시회가 오는 6~7월경 서울 경희궁에서 열릴 예정이다. 명품업체와 유명 아티스트가 협업(collaboration)한 전시는 이미 세계적인 추세가 됐지만, 한국이 무대가 되기는 처음이다.


렘 쿨하스는 지난해 '타임'지로부터 '가장 경이로운 건축물 베스트 10'에 선정된 중국 CCTV 사옥, 미국 시애틀 공공도서관, 삼성미술관 '리움' 등을 건축한 네덜란드 출신의 세계적인 건축가다. 지난 2000년엔 '건축계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프리츠커(Pritzker)상' 수상자였다.


전시 장소가 경희궁으로 결정되기까지는 렘 쿨하스의 남다른 한국 문화재 사랑이 숨어 있었다. 당초 프라다측은 올림픽공원에서 전시를 열 계획이었지만, 렘 쿨하스가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보여줄 수 있는 곳이 더 좋겠다는 의견을 내놓아 경희궁으로 장소 변경을 추진했다. 이번엔 남대문 화재가 문제였다. 남대문 사건을 계기로 문화재 보호에 대한 여론이 일면서 문화재청에서 난색을 표한 것. 하지만 렘 쿨하스는 "남대문이 없어졌으니 예술 전시를 통해 한국인들에게 문화재의 소중함을 더 알려야 된다"며 뜻을 굽히지 않았다. 네덜란드 로테르담에 있는 자신의 건축사무소 OMA(Office for Metropolitan Architecture) 소속 건축가를 한국에 수차례 파견해 경희궁 현지 답사를 하게 했고, 관련 당국의 협조를 구했다는 후문이다. OMA는 세계 최고의 명성을 갖고 있는 건축사무소다.

 

지난 2005년 상하이에서 열린 프라다의 치마 전시회‘웨이스트 다운’. 이번 경희궁 전시회에서는 렘 쿨하스가 만든 '아시아 파빌리온’안에서 비슷한 전시를 볼 수 있다.

 

3개월의 전시 기간에 렘 쿨하스는 '아시아 파빌리온'이라는 이름의 설치식 박물관을 선보인다. 박물관은 939.4㎡ 규모의 철골 구조물이며 프로그램에 맞춰 형태가 변하도록 디자인됐다.


이 박물관 안에서 치마를 꽃 모양 등으로 변형 전시해 주목을 끌어온 프라다의 스커트 전시 '웨이스트 다운(Waist down)'과 프라다의 비영리 문화재단 '프라다 폰다지오네(Prada Fondazione)'에서 선정한 현대 미술가들의 작품이 전시된다. 여기엔 한국 작가들도 포함된다. 전시회 기간 중 영화감독 쿠엔틴 타란티노(Tarantino)가 직접 지휘하는 영화제도 열릴 예정이다.


샤넬의 '모바일 아트' 전시를 '자발적'으로 빼앗긴 것도 이번 행사를 승인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현재 홍콩에서 진행 중인 '샤넬'과 건축가 자하 하디드(Hadid, 동대문 디자인플라자 건축가)의 '모바일 아트' 프로젝트는 당초 서울도 후보지였지만, 서울시와의 협의 과정에서 무산됐다. '모바일 아트'는 자하 하디드가 만든 이동식 박물관을 세계 7개 도시에 순회 전시하는 신개념 프로젝트로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자하 하디드는 렘 쿨하스의 영국 AA스쿨 제자. 사제 간의 묘한 자존심 대결이 걸린 만큼 '렘 쿨하스―프라다전(展)'은 '자하 하디드―샤넬'의 모바일 아트를 뛰어넘는 획기적인 전시를 보여준다는 계획이다.


 

김미리 기자 miri@chosun.com

입력 : 2008.03.27 23:22 / 수정 : 2008.03.28 01: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