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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바둑판'값 얼마나 하기에…

세칸 2008. 5. 8. 01:21

'명품 바둑판'값 얼마나 하기에…

 

시가 1억원짜리 명품(名品) 바둑판을 둘러싸고 전설적인 바둑 천재 오청원(吳淸原·94) 9단, 일본 바둑계의 거장 고(故) 세고에 겐사쿠(瀨越憲作) 9단, 세계바둑황제에 올랐던 한국조훈현 9단 등 기라성 같은 한중일 바둑 고수들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법정 싸움이 벌어졌다.

연합뉴스 4월 7일 보도

일본 나라(奈良) 쇼쇼인(正倉院)에 소장된 목화자단기국. 한국기원 제공 

 
화제가 된 바둑판은 고 김영성 전 부산시 바둑협회본부장이 소장했던 일본산 비자나무 바둑판과 바둑알, 바둑통, 바둑 보관함 두 세트다. 두 세트에는 오청원, 세고에 겐사쿠의 서명이 있어 각각 '오청원반(盤)' '세고에반'으로 불린다.

좋은 바둑판의 4가지 요건이 나무의 조직, 빛깔, 탄력성, 내구성이다. 이 조건을 모두 충족시키는 나무로 첫손에 꼽히는 게 비자(榧子)나무다. 그 뒤로 은행나무, 아가티스, 계수나무, 피나무도 좋은 재질로 꼽힌다. 일본 규슈의 태평양 연안 산악지역이 비자나무의 명산지다.

좋은 비자나무를 구해 절단, 기계 대패, 손 대패, 향혈(響穴·바둑판 뒷면 한가운데 가로 8㎝, 세로 8㎝, 깊이 5㎝의 구멍을 파는 것), 코팅, 줄긋기, 다리붙이기 단계를 거쳐 만든 바둑판은 색이 곱고 나이테가 조밀해 반면이 매끄럽다. 손에 닿는 감각이 부드럽고 몇 판 두고 나면 곰보처럼 얽었던 반면이 다시 원 상태로 복원된다.

바둑판의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3000원짜리부터 2억원이 넘는 게 있고 가격산정이 불가능한 '보물'도 있다. 바둑판 제작업체들에 따르면 비자나무로 만든 바둑판은 두께에 따라 120만원부터 4000만원짜리가 있으며 2001년에는 높이 33㎝, 가로 세로 각각 42㎝ 45㎝인 비자나무 바둑판이 인터넷 쇼핑몰에 '1억원'이란 가격표를 달고 등장한 적이 있다.

지난 2001년 인터넷 쇼핑몰에서 판매한 1억원짜리 바둑판. 조선일보 DB 

 
작년에는 목가구 디자이너 김종환씨가 롯데백화점 명품관에 현목으로 만든 바둑판 7점을 전시했다. 당시 가격은 8000만원에서 2억5000만원이었다. 현목은 호주 시드니 남쪽 섬인 태즈메이니아에서만 생산되는데 물속에서도 썩지 않고 1000년을 견디며 진한 향기를 낸다고 한다.

400년 전
일본의 오다 노부나가(織田信長)가 바다 한가운데 둥둥 떠다니는 묵은 비자나무 토막으로 바둑판을 만들어 소장하다 혼인보 산사(本因坊 算砂)에게 선물로 줬다는 전설도 있다. '우키기노반(浮木之盤)'으로 불리는 이 바둑판은 이후 일본 혼인보(本因坊) 가문 대대로 내려왔다. 이 우키기노반을 1886년 혼인보 슈에(秀榮)가 잠시 김옥균(金玉均)에게 위탁 보관시켰다. 그런데 김옥균이 자객에게 암살되면서 전설의 명반이 사라진 것이다.

그런가 하면 일본 나라(奈良) 쇼쇼인(正倉院)에 소장된 목화자단기국(木畵紫檀?局)은 반면은 자단목, 판 위의 19줄은 상아, 17개의 화점(花點)은 목화로 장식된 보물로 가격을 산정하는 것조차 불가능하다고 한다. 이 목화자단기국은 백제 의자왕이
일본에 선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갑식 기자 gsmoon@chosun.com

입력 : 2008.04.11 15:06 / 수정 : 2008.04.12 11: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