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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혈압·관절염·아토피 온천욕으로 치료하세요

세칸 2008. 2. 24. 04:53

고혈압·관절염·아토피 온천욕으로 치료하세요

온천욕의 과학적 효과

온천후 수면… 혈압 21mmHg 하강, 프랑스 의사고시, ‘온천의학’필수, 유럽처럼 국내서도 보험 지원 검토

온천의 효능은 단순한 피로회복과 휴식만이 아니다. 국내에서 간과되고 있지만 외국에선 치료 목적으로 온천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홍진표 헬스조선 PD jphong@chosun.com 

 

프랑스는 이미 20~30년 전부터 온천을 치료 목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1989년에는 국가고시 의사자격시험에서 '온천의학'을 필수과목으로 채택했다. 정부는 전국에 온천 치료시설을 만들어 의사 처방을 받은 사람이 의료보험 혜택으로 온천을 이용할 수 있게 하고 있다. 독일, 영국, 이탈리아, 이스라엘, 러시아, 체코, 일본 등도 규모 면에서는 차이가 있으나 온천 치료시설을 잘 갖추어 놓고 있다.

 

행정자치부 생활개선팀 온천개발 담당 박성호 팀장은 "프랑스는 온천요양보험 시행 후 전 국민의 약값 지출이 30~40% 줄었고, 독일에서도 온천보험 시행 후 온천 요양시설을 이용하는 환자의 의료비 지출이 이전보다 약 62% 줄었다는 보고가 있다. 우리나라서도 외국처럼 온천 치료에 의료보험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토피·건선·여드름 등 피부질환자
 
일본 한 의사가 11년 동안 131명의 아토피 환자에게 온천 치료를 실시하고 그 효과를 일본피부과학회 기준에 따라 평가한 결과에 따르면 106명(81%)의 증상이 개선됐고, 25명(19%)은 효과가 없었다. 증상이 악화된 환자는 없었다.

우태하 피부과의 한승경 원장은 "온천의 유황성분이 피부와 접촉하면 표피의 유리 산소와 반응해 황과 이황화수소가 항균작용을 하는 '오티온산'으로 변한다. 또 황은 표피를 투과해 진피까지 도달하면서 혈관을 확장시키고 독소를 배출시킨다"고 말했다.

연세대 원주의대 피부과 안성구 교수는 "아토피나 건선, 여드름 등 피부과 치료에 쓰이는 스테로이드제제는 일시적인 피부질환에는 효과적이지만 만성인 경우엔 부작용이 나타나기 쉽다. 지속적인 온천 치료가 오히려 더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탄산온천은 열상이나 창상 피부의 재생에 효과가 좋다. 독일에서는 피부가 찢어져 봉합한 환자에게 3주 이상 온천 치료를 권한다. 셀레늄이 풍부한 온천도 피부 재생효과가 좋아 레이저 박피시술 뒤 많이 권장된다. 셀레늄은 DNA 합성, 세포 성장 촉진, 항산화 및 항염증 기능, 자외선 A와 B 보호기능 등이 있다.
 
고혈압 환자
 
특히 탄산천의 효과가 좋다. 탄산이 직접 몸 깊숙이 스며들어 혈관을 확장시킨다. 일본 6개 의대에서 고혈압 환자 45명을 세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에겐 목욕을 시키지 않고, 다른 그룹엔 일반 담수에 목욕을 시키고, 셋째 그룹엔 탄산 온천에 목욕을 시키고 잠을 자게 한 뒤 혈압을 측정했다.

그 결과 목욕을 하지 않은 그룹과 담수에 목욕을 한 그룹은 각각 수면으로 인해 혈압이 평균 7㎜Hg, 평균 15㎜Hg 감소됐지만 탄산 온천에 목욕을 한 그룹은 평균 21㎜Hg 저하됐다. 이 혈압 하강 효과는 약 10시간 동안 지속됐다. 분당차병원 재활의학과 김용래 교수는 "일반 물보다 온천에서 큰 혈압 하강을 보이는 것은 탄산천 속에 포함 된 이산화탄소가 표피를 투과해 진피에 직접 빠르게 침입하고 진피의 모세혈관을 확장시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호흡기질환 환자
 
2000년 일본온천의학회지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황산과 탄산, 염화 물질 등이 함유된 온천 입욕이 기관지천식을 줄여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인 남녀 144명을 대상으로 2개월간 주 2회 온천 치료를 실시한 결과 82.6%의 환자에게 호흡곤란발작과 객담(가래)이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났다.

폐색성환기장애 환자의 폐활량 조사에 있어서도 온천 치료 후 폐활량이 큰 폭으로 늘어났다. 김 교수는 "그러나 호흡기 환자가 무턱대고 온천 입욕으로만 병을 고치려는 것은 위험하다. 반드시 전문의 치료를 받아야 하며 부가적인 방법으로 온천 치료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관절염 환자
 
프랑스 온천전문의 귈르망 박사가 평균 66.4세인 관절염 환자 102명에게 6개월간 온천 치료(황산천, 하루 30분씩)를 실시하고 보고한 결과에 따르면 온천 치료 이전보다 상체를 훨씬 더 많이 굽히거나 엎드려서 윗몸을 일으킬 수 있게 되는 등 유연성이 크게 향상됐다. 황산천(유황온천)은 관절염 환자의 관절 림프구를 활성화시켜 통증을 완화시켜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3주 이상 매일 입욕해야 치료 효과, 24시간 2~3회 탄산온천욕으로 면역 증가
 
온천 입욕(入浴)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의학적 효능은 상당히 많다. 그렇다면 단 한번의 온천욕으로도 이런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까? 주의할 점은 없을까?

한국온천중앙연구소 이종태 박사는 "사실상 어쩌다 한번 하는 온천욕으로 아토피나 관절염 같은 만성질환의 증상이 개선되는 효과를 바라기는 힘들다. 온천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독일, 프랑스, 일본 등 외국에서는 최소 3주간 매일 1회, 20~30분씩 온천 입욕을 권고한다. 보험혜택도 3주 이상 온천 치료를 받을 때만 해당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단 한번의 온천욕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낫다. 1999년 일본온천물리의학회지에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24시간 동안 2~3회 탄산 온천에 입욕한 사람의 면역 관련 세포가 보통 물로 목욕한 사람에 비해 큰 폭으로 증가했다. 단 한번의 온천욕만으로도 면역력을 키울 수 있다는 의미다. 그 밖에 피부가 매끄러워지거나, 피로가 회복되는 등의 효과도 단 한번의 온천욕으로도 얻을 수 있다.
 
경희대 한병병원 신현대 교수는 "온천이 전반적으로 몸의 기능을 증강시켜 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체질이나 몸의 상태에 따라 부작용이 일어날 수도 있다. 열이 많거나 중증 심장병을 가진 사람은 온천 입욕 시 지나치게 혈관이 확장될 수 있다. 또한 황 성분이 기준치 이상으로 함유돼 강한 화학적 작용을 하는 온천에서는 피부가 짓무를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진짜 온천에는 이 마크가 있다 
'온천'뿐 아니라 일반 물을 쓰는 목욕탕이나 심지어는 숙박 업소 등에서도 무분별하게 사용되고 있는 현행 온천 표시(♨)가 금년 6월부터 바뀌게 된다. 행정자치부 생활여건개선팀 온천개발 담당팀에서는 전국 온천의 성분과 수질 조사를 통해 정부에서 인정을 받은 477개 업소에만 새롭게 발급된 온천 표시<그림>를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온천이용허가를 받지 않은 업소에서 새로운 온천표시를 사용하면 온천 법 제32조에 따라 징역 또는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배지영 헬스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