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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서울이 먹고 살 것은 디자인

세칸 2008. 1. 19. 16:15

‘2010년 세계 디자인 수도’ 선정 오세훈 서울시장

"21세기 서울이 먹고 살 것은 디자인"

디자인 경쟁 선점… 서울 도시브랜드 높이는 계기, 시민들에게 보다 쾌적하고 편리한 도시 만들 것”

 

인터뷰=이동한 전국뉴스부장 dhlee@chosun.com

 

 

오세훈(吳世勳) 서울시장이 디자인에 도시 업그레이드의 승부수를 던졌다. 최근 서울이 ‘2010년 세계 디자인 수도(WDC·World Design Capital)’로 선정된 것을 계기로 매년 ‘세계 디자인 올림픽’(가칭) 개최 의사를 밝히는 등 디자인을 통해 ‘매력 있는 서울 만들기’ 작업에 ‘올인’하고 있다. 지난 26일 세계적 CEO들이 참여한 ‘2007 서울국제경제자문단(SIBAC) 총회’의 주제도 디자인을 통해 서울의 ‘매력’을 높여 국제적인 관광·명품 도시로 만드는 것이었다. 회의가 열린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오 시장을 만났다.

―서울이 ‘2010년 세계디자인수도’로 선정된 것은 어떤 의미가 있는가.

“세계적인 디자인 경쟁에서 주도권을 선점(先占)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지금은 디자인이 첨단기술보다 더 큰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시대다. 기술에 디자인을 포장하는 것이 아니라 디자인에 맞춰 첨단기술이 동원되는 역전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디자인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시대다. 서울시가 모든 행정을 디자인을 통해 통합하는 모델이 될 가능성을 제시했고, 이를 세계에서 인정 받은 것이다. 앞으로 서울이 먹고살 것은 디자인이다.”

―디자인 하면 흔히 예쁜 옷이나 멋있는 전자기구를 떠올린다. 그런데 ‘도시를 디자인한다’는 말은 손에 잘 잡히지 않는다.

“디자인이라는 말에는 다소간의 오해가 있는 것 같다. 디자인은 도시의 모습을 그저 예쁘게 꾸미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시각적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도시의 본질적인 변화를 지향한다. 디자인은 보다 편안하고 안전하고 쾌적한 도시를 만들어서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일이자, 도시에 개성을 부여하고 질서를 갖게 하는 일이다. 이를 통해 시민들에게 편리하고 행복한 공간을 창조하는 작업이다.”

―서울시가 모델로 삼고 있는 외국 도시가 있는가.

“영국 런던을 꼽겠다. 영국의 대처 수상은 “Design or resign!”(디자인하지 않을 거라면 그만두라!)이라고 각료들에게 말했다. 그후 20년 동안 창의적인 인재 육성에 투자해 런던은 세계적인 디자인 중심이 됐으며, 현재 디자인은 영국 경제의 주요한 성장 동력 중 하나다.”

 

오세훈(吳世勳) 서울시장은“단기간에 경제성장을 이루어야 했던 서울은 그동안 디자인의 가치에 대한 안목이 부족했다”며“디자인을 키워드로 도시정책의 프레임을 다시 짜겠다”고 말했다. /이명원 기자 mwlee@chosun.com  

 

―디자인 개조 작업을 통해 형성되는 서울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그게 숙제다. 지난 5월 디자인서울총괄본부를 만들어 서울의 색·글자·간판·도로시설 등에 대한 서울의 브랜드를 만드는 가이드라인 설정 작업을 벌이고 있다. 내년 2월이면 마무리될 것이다.”

―왜 도시의 브랜드가 중요한가.

“21세기 도시는 이미 세계 시장을 무대로 유통되는 상품이 되었다. 이제는 도시가 잘 팔려야 나라가 부자가 된다. 서울이 잘돼야 대한민국의 가치가 올라간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도시의 브랜드다. 브랜드가 있는 도시는 날개 돋친 듯이 팔리고 그렇지 않은 도시는 진열장에 나와 보지도 못한 채 창고 속에 재고품처럼 박혀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서울의 브랜드는 런던과 파리, 뉴욕, 심지어는 신흥 두바이나 상하이와 견주어도 상당히 빈약하다. 서울의 도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세계 시장에서 승부할 브랜드를 만들어 내야 한다. 서울이 디자인의 메카가 되면 한국의 상품에 대한 이미지도 크게 향상될 것이다.”

―서울시는 최근 건축심의에서 성냥갑 모양의 건물은 건축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다.

“건축물의 경우 독특하고 창의적인 디자인이어야 한다는 대원칙을 적용하고 있다. 이제까지는 건축주의 입장에서 허가를 내주었지만, 앞으로는 그 건물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입장에서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통과한 서울시 신청사는 직사각형 모양으로, 디자인 측면에서는 낙제점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착공이 늦어지더라고 디자인 측면에서 이거다 싶을 정도가 되지 않으면 짓지 않으려고 한다. 신청사는 앞으로 50년, 100년 동안 서울의 랜드마크가 돼야 한다. 디자인의 시각에서 원점부터 재검토하겠다.”

―왜 디자인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나.

“우리나라는 일본과 중국 사이에 낀 샌드위치 신세다. 우리가 과연 무엇을 먹고 사느냐고 했을 때 많은 전문가들은 디자인밖에 없다는 얘기를 하고 있다. 선진국들은 미래 사회의 화두인 상상력과 창의력을 가지고 경쟁을 하는데, 그 총화가 디자인이다. 개인적으론 디자인 경영을 시작한 시장으로 평가받고 싶다”

―디자인도 결국 돈이다. 도시 미관 개선도 중요하지만, 서울시가 추진 중인 노점상과 가로판매대 정비는 현실적으로 이들의 생계 문제와 직결된다. 간판 하나를 바꾸려 해도 수십만 원이 들어간다.

“그것이 가장 큰 문제다. 우선 어지러운 간판은 죄악이라는 사회적 공감대를 만드는 게 급선무다. 서울시는 25개 구(區)별로 디자인 시범 거리를 만들기로 하고 지난달 10개의 시범 거리를 발표했다. 이들 거리에는 간판을 바꾸고 각종 도로시설물을 새로 디자인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디자인의 개념으로 거리를 바꿔놓으면 사람들이 많이 몰려 가게 매출이 오르는 등 상업적으로도 굉장히 성공할 수 있는, 벤치마킹 사례로 만들겠다. 그렇게 되면 주민들이 스스로 돈을 모아 간판을 바꾸고 거리도 정비할 것이다.”

―시장 취임 이후 역점 추진 중인 한강르네상스와 디자인은 어떤 관계가 있는가.

“한강의 자연생태를 복원하고 시민들이 접근하기 쉽게 만드는 작업은 서울 전체를 무대로 한 거대한 디자인 프로젝트다. 우선 여의도·상암·반포·뚝섬 등 4곳의 한강시민공원을 시민 편의와 친환경이란 기준으로 새로 디자인하고 있다.”

―또 하나의 역점사업인 관광객 1200만 명 유치계획은 임기 중 가능한가.

“우리가 나갈 큰 비전을 제시한 것이다. 관광객 1200만 명 달성은 서울의 자원인 역사·정보기술(IT)·한류 등을 엮어서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것이 관건이다. 관광과 디자인은 모두 고도의 창조산업이다. ”

―넥타이는 직접 고르나.

“직접 고른다. 지금 매고 있는 것은 패션디자인을 하는 고등학교 선배에게서 선물 받은 것이다.”

―좋아하는 색깔은.

“정치인들은 보통 눈에 잘 띄는 빨간색 같은 것을 많이 매는데, 나는 그런 것 싫어한다. 내가 부드러운 이미지이니까 좀 진한 넥타이를 매는 게 도움이 될 거라는 게 주변의 조언이다. 그래서 요즘은 자꾸 이런 색깔로 가고 있다.”

 

 

세계 디자인 수도(WDC·World Design Capital)=‘디자인을 통해 경제와 문화를 발전시켜 시민 삶의 질을 개선하자’는 취지로 국제산업디자인단체총연합회(ICSID)가 2006년 창안, 2년마다 대상 도시를 뽑는다. 서울시는 지난 20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ICSID 총회에서 ‘2010년 세계 디자인 수도’로 선정됐다. 2008년 세계 디자인 수도 시범도시로 지정된 이탈리아 토리노는 경쟁을 거치지 않아 국제경쟁을 거친 공식 세계 디자인 수도로는 서울시가 처음이다.

이번 세계 디자인 수도 선정에는 서울 외에도 싱가포르와 두바이 등 20여 개 도시가 경쟁에 뛰어들었으며, 서울시는 부시장급이 이끄는 디자인서울총괄본부 신설과 디자인산업 지원을 위한 ‘월드디자인플라자’ 건립 추진 등이 높은 평가를 받아 최종 선정됐다. 서울시는 2010년 1년간 WDC의 지위를 인정받아 각종 산업 생산물이나 서비스의 마케팅에 WDC 로고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

  • 오세훈(吳世勳) 서울시장이 디자인에 도시 업그레이드의 승부수를 던졌다. 최근 서울이 ‘2010년 세계디자인수도(WDC·World Design Capital)’로 선정된 것을 계기로 매년 ‘세계디자인올림픽’(가칭) 개최 의사를 밝히는 등 디자인을 통해 ‘매력 있는 서울 만들기’ 작업에 ‘올인’하고 있다. /이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