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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을 안 쓰는 소변기

세칸 2008. 1. 11. 00:22
‘물을 안 쓰는 소변기’ 보급 [워터프리코리아]
 
써본 사람들 입소문에 벌써 전국에 6000여개 보급 

 

 이지영 워터프리코리아 사장 / photo 유창우 조선영상미디어 기자

 

“처음엔 신뢰를 얻지 못해 고생했어요. ‘물을 안 쓰고도 냄새가 안 나는 소변기’라고 말하면 의문을 품는 사람이 많잖아요. 무료로 설치해줄 테니 한 달만 써보라고 했지요. 만족하지 않는다면 도로 가져가겠다고 하면서요. 한참 뒤에 써본 사람들을 통해 입소문이 나면서 문의가 들어왔지요.”

환경친화형 제품으로 최근 본지에 소개된 ‘물 안 쓰는 소변기’를 국내에 가장 많이 보급한 사람은 이지영 워터프리코리아 사장이다. 전국적으로 6000개 넘게 보급해 화장실 문화를 바꿔가고 있다.

이 사장은 1980년대 말 도쿄 유학 시절 환경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 도쿄의 물값과 전기요금은 한국보다 훨씬 비쌌다. 때문에 가정에서 쓰는 물건마다 자원 절약의 아이디어가 담겨 있었다. ‘물 쓰듯 쓴다’는 말도 일본에서는 옛말이었다. 이 사장은 “한국에 돌아온 후에도 친환경 제품에 관심이 많았다”며 “물 안 쓰는 소변기를 알게 됐을 때 ‘바로 이거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2004년 ‘물 안 쓰는 소변기’를 한국에 들여올 때 ‘친환경마크 인증제도’가 운영되고 있었지만 소변기에 대한 기준은 없었다. 국가에서 친환경제품임을 공인하는 ‘친환경마크’는 동일 용도의 제품 중 생산·소비 과정에서 오염을 상대적으로 적게 일으키거나 자원을 절약할 수 있는 제품에 부여하는 것으로 환경제품을 보급하기 위해선 필수적이다. 그의 시범과 설득으로 ‘물 안 쓰는 소변기’는 2006년 10월 소변기로서는 처음으로 ‘친환경마크’를 받았다. 이후 관공서에서 구매가 활발해졌고 시장 개척에 많은 힘이 되었다. 특히 물을 공급하기 어렵고 큰 정화조와 배수시설도 설치하기 힘든 이동식 화장실에 많이 보급됐다.

이 사장은 설계에서 설치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신축건물보다 기존 건물에 보급하는 데 주력했다. 문제는 배관이 낡아 냄새가 심한 경우가 종종 있다는 점. 이로 인해 제품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오해 받기도 했다.

서울시교육청의 경우엔 시범설치 후 냄새가 많이 났다. 건물이 오래돼 배관에 오물이 고여 악취가 새어나온 것. 배관 청소 후에는 냄새가 많이 줄었다. 교육청 김오영 주임은 “냄새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물 절약 효과가 상당해 1층(6개)에 시범설치한 뒤 전층(43개)을 교체했다”며 “연간 800만원은 절약되는 것으로 추산돼 2년이면 설치비가 빠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유동인구가 많은 지하철역의 경우엔 관리가 어렵고 카트리지도 자주 갈아야 하므로 비용이 많이 드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유동인구만큼 엄청난 물이 사용된다는 점은 고려하지 않은 걱정이었다.

최근엔 친환경 건물에 대한 인센티브가 도입되면서 신축 건물에도 보급이 가속화되고 있다. 환경을 고려해 공공건물을 설계했을 때 공모 시 가산점을 주는 경우가 늘었고, 설계회사들도 관심을 갖게 됐다.

이 사장은 “환경문제는 책이나 캠페인으로 알게 되는 게 아니라, 실제로 내가 어떻게 환경을 지킬 수 있는지를 체험할 때 산교육이 되는 것 같다”고 했다.

 

박준동 기자 jdpark@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