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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바람 CO2 없앴다, 돈이 나왔다

세칸 2008. 7. 10. 15:02

돈 바람 CO2 없앴다, 돈이 나왔다

탄소배출권 일본에 팔아 28억 번 강원풍력 9만2000t CO2 줄인 LG화학 4억6000만원 지원금 받아

 

서울 중구 태평로 삼성생명 본사 사옥은 하루 네 번씩 25층짜리 건물 전체가 깜깜한 어둠 속에 빠진다. 건물 중앙 통제실의 일괄 소등조치로 모든 사무실의 조명이 일시에 꺼지는 것이다. 그리고 야근자가 있는 것으로 확인된 사무실에만 하나 둘씩 불이 다시 켜진다. 이런 일은 오후 7시와 밤 10시, 자정 그리고 이튿날 새벽 2시에 매일 되풀이되고 있다.

삼성생명은 올 초부터 '낭비 제로(zero), CO2 줄이기' 사내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전 임직원이 참여한 공모전에서 채택된 '건물 일괄소등' 아이디어는 3개월 전 채택 즉시 시행됐다. "불 켜진 빈 사무실이 한 곳도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강원풍력은 작년 한해동안 14만3000t의 탄소배출권을 일본 기업에 팔아 28억 여원을 벌어들였다. 사진은 강원도 대관령 강원풍력의 풍력발전기. 

 
'CO2 퇴출 운동' 백태(百態)

국내 기업들이 'CO2 잡기'에 발벗고 나섰다. 국제적으로 탄소 규제가 갈수록 강화되는 데다, 전 지구적인 기후변화 위기와 고유가 현상이 겹치면서 "CO2 감축은 기업생존과 직결되는 문제"라는 인식이 뿌리를 내리고 있는 것이다.

충남 대산석유화학단지 내 롯데대산유화와 삼성토탈은 둘 다 석유화학제품을 만드는 경쟁업체이지만, 마치 같은 그룹 계열사처럼 특별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롯데대산유화가 프로필렌 제조 원료인 부탄가스를 삼성토탈에 제공하면, 삼성토탈은 이 부탄가스로 프로필렌을 대량 생산한 뒤 이 중 일부를 롯데대산유화에 공급하고 있다.

롯데대산유화 정경철 과장은 "프로필렌 생산공장을 자체적으로 짓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경쟁업체와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쪽을 택했다"며 "덕분에 연간 4000t의 CO2를 줄이게 됐다"고 말했다. CO2 감축을 위해 '적과의 동침'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삼성테스코 홈플러스가 오는 10월 문을 여는 경기도 부천시 여월점은 태양광과 풍력 발전 설비, 빗물 재활용 시설, 옥외 벽면 녹화 등 모두 65가지 에너지 절감 설비를 갖추도록 설계됐다. 여기에다 "소비자들이 불편을 느끼더라도 냉동·냉장 진열장의 문을 평상시엔 닫을 방침"이라고 한다. 에너지를 절약해 그만큼의 CO2 배출을 줄이기 위해서다. 이 건물은 같은 규모의 다른 할인점보다 CO2배출량이 30% 이상 줄어들 전망이다.

제일기획은 LED 조명을 활용했다. 최근 한남동 본사 사옥 사무실 형광등을 모두 고효율 LED 조명으로 교체해 전력 소비량을 예전의 절반 수준으로 낮춘 것이다. 시공사인 삼성에버랜드 관계자는 "LED 시공만으로 연간 130t의 CO2를 감축해 나무 4만7000여 그루를 심은 효과를 낸 셈"이라고 말했다.

코오롱그룹은 사내 '정신교육'에 힘쓰는 쪽이다. 키워드는 '저(低) 탄소 경영'. 최근 열흘 사이에 전 임직원을 상대로 '기후변화와 시장기회' 같은 강연회와 토론회를 세 번이나 열었다.

에너지관리공단 수요관리실 이종배 팀장은 "이미 에너지 절약 조치를 많이 취해 '더 이상 할 게 없다'는 기업도 있지만 찾아보면 아직 절약할 여지는 더 있다"며 "한 예로 냉방온도를 섭씨 1도만 올려도 여름철 냉방 수요 전력량의 7%(100만㎾)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CO2로 돈 버는 기업들

그런가 하면 'CO2 퇴출사업'으로 돈을 버는 기업도 있다. 강원도 대관령에 2MW급 풍력발전기 49대를 설치한 강원풍력은 작년 한해 동안 바람으로 22만㎾의 전력을 생산했다.

이 과정에서 일반 화력발전소와는 달리 CO2를 전혀 배출하지 않은 점이 인정돼 유엔으로부터 14만3000t의 탄소배출권(CO2를 팔 수 있는 권리)을 인정 받았다.

강원풍력은 올 4월 일본 마루베니(丸紅) 사에 CO2 1t당 12유로씩에 탄소배출권을 팔아 총 172만유로(28억여원)를 챙겼다. 이 회사 박대문 사장은 "국제적으로 탄소배출 규제가 강화되고 있어 매년 이 정도 규모 이상의 탄소배출권 매각수입을 안정적으로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CO2를 비롯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 정부 지원금을 챙기는 경우도 있다. LG화학은 지난해 9만2000t의 CO2를 감축한 사실이 인정돼 지식경제부로부터 4억6000만원을 지급 받았다. 정부가 기업들의 온실가스 감축을 독려하기 위해 감축실적을 신고한 기업에게 지난해부터 1t당 5000원씩의 인센티브를 주는 제도를 활용한 것이다. 서부발전과 포스코, SK에너지 등도 각각 2억~11억원씩의 감축지원금을 받았다. 'CO2 퇴출=돈'인 시대가 온 것이다.

 
박은호 기자 ,정희정 환경재단 기후변화센터 사무국장 unopark@chosun.com
입력 : 2008.06.29 18: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