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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경매시장 화두는 해외 고가 작품

세칸 2007. 11. 29. 00:54

연말 경매시장 화두는 해외 고가 작품

우리 미술시장 앞날 달려있어… 

 

이규현 기자 kyuh@chosun.com
입력시간 : 2007.11.27 00:19

 

로스코 추상화 45억~55억원 추정… 국내 작가 가격에도 영향 미칠듯

20세기 중반 미국 색면회화(Color Field Painting)의 대가였던 마크 로스코(1903~1970)의 추상화 ‘무제’(74.9×54.9㎝·추정가 45억~55억원)가 12월 5일 열리는 서울옥션 경매에 나온다. 11월 28일 열리는 K옥션의 경매에는 요즘 한창 상한가인 중국 장샤오강의 종이작품 ‘동지’(추정가 2억5000만~3억원), 위에민쥔의 유화 ‘우상 시리즈’(추정가 1억~1억5000만원) 두 점, 일본의 야요이 쿠사마의 아크릴화 6점이 무더기로 나온다.

올해 하반기에 들어서면서 국내 경매에 해외의 고가 작품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서울옥션 경매 때는 앤디 워홀의 ‘자화상’(27억원)과 ‘마오’(18억원), 게하르트 리히터의 ‘회색구름’(25억2000만원)과 ‘추상’(18억6000만원) 등 4점이 국내에서 경매된 해외작품의 최고 기록을 한번에 깨기도 했다.

 

K옥션에 추정가 2억 5000만~3억원에 출품된 장샤오강의 종이작품‘동지(Comrade)’(39.3×55㎝·2002년작).

 

이번에 서울옥션에 출품된 로스코의 추상화는 추정가가 45억~55억 원이다. 박수근의 ‘빨래터’가 세운 국내경매 최고기록 45억2000만 원을 깰 수도 있다. 하지만 해외 유명작가들의 고가 작품이 국내 경매에 나오는 것은 이례적이다. 미술품은 경매되는 장소에 따라 낙찰가격이 달라지기 때문에, 세계 곳곳에 경매장을 둔 국제 경매회사들은 작품을 위탁 받으면 가장 비싸게 팔릴 장소로 가져가서 판다. 로스코는 미국의 색면회화가이기 때문에 수작은 대부분 뉴욕 경매에 나왔었다.

 

K옥션에 추정가 1억~2억원에 출품된 야요이 쿠사마의‘호박’(60.6×90.9㎝). /K옥션 제공  

 

서울옥션측은 이 로스코 작품의 소장자가 한국인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해외경매에 출품할 경우 절차가 복잡하고 길어서 현금화할 때까지 적어도 6~9개월을 기다려야 하는 점, 신분이 공개될 수도 있다는 점 등을 꺼려 소장자가 국내에 내놓았을 수 있다. 서울옥션이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어서 전략적으로 고가의 작품을 가져다 내놓는 것이라는 미술계 일각의 해설도 설득력이 있다. K옥션측은 “야요이 쿠사마의 작품 6점은 모두 일본인 소장자들이 가져왔다. 일본의 시장이 죽어 있어서 한국에 내다 파는 게 더 낫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서울옥션에 추정가 45억~55억에 나온 마크 로스코의 추상화‘무제’(74.9×54.9㎝). /서울옥션 제공

 

해외미술품이 국내에서 활발하게 거래되면 국내 작가들의 가격에도 변화가 올 수 있다. 한 미술시장 전문가는 “국제적으로 덜 알려진 국내 작가와 해외 유명 작가의 가격이 비슷한 경우, 컬렉터들이 해외작가를 선호하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우리 미술시장의 앞날은 해외작품 거래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국내의 고가 미술품만으로 지금의 열기를 이어가기에는 물량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작년과 올해 미술시장이 국내외에서 초호황을 이뤘기에 곧 가라앉을 지 모른다는 경고가 나오는 판이다. 지난 6월 영국의 미술시장 분석기관인 아트택틱이 낸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 미술시장 위험도 수치는 19%, 투기도 수치는 15% 늘었다. 서진수 한국미술시장연구소장은 “이제 컬렉터들이 투자를 합리적으로 하려는 분위기로 볼 수 있다. 이럴 때 해외작품이 많이 나와 시장 총량이 커지면 장르 분화가 이뤄지고 궁극적으로 시장 열기를 오래 지속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