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행복한 집짓는 생각

실매리에서 21 - 조경, 그리고......

세칸 2007. 11. 16. 12:50

실매리에서 21 - 조경, 그리고......

 

이 게시글을 공개할까? 말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만 어쩌면 공감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으로 올리게 됩니다.

 

어찌 보면 사람만큼 이기적이고 자기위주로 생각하는 동물도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새삼 하게도 됩니다. 몇 년을 살진 모르나 수십 년 수백 년을 살았고 어쩌면 지구의 역사와 같이한 바위를, 베어내고 깨어가면서 집을 지을 이유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기 때문입니다.

또, 베어내고 들어낸 자리를 아름답게 하겠다는 생각으로 새로 심고 쌓아 올리는 행위가 우습기도 아이러니하기도 합니다.

 

지구의 주인이 사람만이 될 수 없으며 대지의 소유권이나 이용목적이 영원히 고정될 수 없다면 서로 편안한 위치에서 서로를 위하여 존재해야 한다는 사고는 할 수 없을까 하는 생각도 들기 때문이지요. 비단 개인의 주거목적을 위한 주택뿐만 아니라 국토의 이용과 효율적인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계획되고 시행하고자 하는 많은 개발행위도 이러한 사고와 개념으로는 접근이 곤란할까 하는 의문도 들고 답답함도 느끼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 고속철도의 통과구간이 환경을 파괴하고 생태를 고려하지 않았다 하여 계획되어 시행되고 있는 공사를 공사중지 가처분으로 묶어놓고 얼마나 많은 국민의 혈세를 낭비했는지를 생각하면 이런 사고의 중요성은 앞으로 더 많이 부각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합니다. 

누구를 위한 개발행위가 아니고 우리 모두를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면 사전에 충분한 고려가 절차에 따라 있어야 하며 그 결정으로 시행되는 행위에 대해서는 누구도 참견이나 간섭을 말아야 할 것입니다. 

 

스님은 단식이나 시위가 본분이 아닐 것이고 환경단체들도 시행되고 있는 일에 왈가왈부할 것이 아니라 계획단계의 절차에 따라 의견이나 방향을 개진해야 함이 부피도 짐작 할 수 없는 엄청난 혈세를 날려버리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을 예방할 수 있다 봅니다. 무엇보다 속도와 시간이 목적이라 하더라도 차선을 선택할 수 있는 지혜가 더 필요하고 절실한 게 아닌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어려운 문제일 수도 있지만 '지구의 주인이나 한반도의 주인이 우리(人間)만은 아니다'는 생각을 가진다면 그리 난해한 문제는 아니라는 생각도 들어서 객쩍은 생각을 조심스럽게 올려봅니다.

 

 

실매리의 조경공사는 11/7일 예정대로 진행됐습니다. 조경작업은 건축주와 김 소장, 조경업자가 주도적으로 하였으며 저는 관계치 않았습니다. 처음의 계획이 바뀌기도 하여 11/8일까지 이틀의 작업기간에 완료한 모습들을 아래에 올립니다.  

  

진입로의 입구에서 바라본 모습입니다. 거실에서 앞집의 축사 지붕을 가리기 위해 사철나무와 광나무를 30여 주 심었습니다. 계단의 좌우에는 주목 두 그루를 심었고 아래에는 연산홍을 심었습니다. 제 취향은 아닙니다만 주목과 깍은 돌기둥이 썩 잘 어울리지는 않는다는 생각입니다만 취향은 사람마다 각기 다를 수도 있습니다. 그래야 개성과, 남과 다른 분위기가 있을 수 있는 것이지요.  

 

죽어서 천 년, 살아서 천 년을 산다는 주목입니다만 저 좁은 곳에서 얼마나 버틸지.....키가 작고 옆으로 퍼지는 수종으로 했으면 했는데......! 역시 돌기둥은 눈에 거슬린다는 생각을 숨길 수가 없습니다. 여러분은 어떤가요? 좀 다른 조형물은 어떨까 합니다.....가령 조그마한 돌확이나 돌 구유같은 물을 담을 수 있는 .....그래서 수생식물을 키울 수도 있는 그런......!  

 

또 다른 진입로입니다. 끝 부분의 자연석 돌계단을 올라서 테라스 쪽으로 갈 수 있으며, 거실로도 윗마당으로도 갈 수 있습니다. 바닥에는 잔디를 심었으며 내년쯤에는 살며시 걸어 들어가고 싶은 길이 되겠습니다. 

 

윗마당 진입로 입구에는 모과나무 한 주, 끝에는 백일홍 한 주를 심었습니다. '입택'을 축하하러 오신 잘 아는 형님께서 조경용 손톱으로 베어낸 감나무의 가지며 구옥의 철거 잔재를 온종일 작업하여 깔끔하게 경계부에 잘라서 쌓아 놓았습니다.

 

건축주께서 소나무를 얼마나 좋아하시는지, 소나무, 소나무...... 노래를 부르시더니 결국 예쁜 반송 한 그루도 심었습니다. 제 블로그를 즐겨 찾으시는 분 중에 반송을 재배하시는 분이 계신데....., 베드로님! 어떻습니까? 아주 하품은 아니지요?

 

피크닉 테이블과 파라솔, 반송과 옥향, 지주형 정원 등이 같이 보이는 모습입니다. 나무를 심어 놓으니 한결 예쁘기는 합니다. 돌에도 이끼가 끼고 깍아놓은 흙에도 잡초가 자라며 잔디도 발을 내리는 내년이나 내후년쯤은 제법 예쁜 마당이 되리라 봅니다. 

 

장작 쌓으신 턱으로 사진 한 장 찍어 드렸습니다. 허락 없이 초상을 공개하여 어떨지 모르나 양해하시리라 봅니다. 이 형님은 내일의 입택날 마을 할머님들의 골다공증이나 이런저런 투약에 관한 자세한 설명을 드리기도 했답니다.

라일락도 한그루 심었으며 동백을 십여 주, 철쭉을 삼십여 주, 남천을 삼십여 주를 심었으며 윗마당에는 잔디도 심었습니다.

 

조경을 한꺼번에 한다는 건 욕심일 뿐이지 결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자신과 식구들의 취향에 맞게 관목과 교목을 적절히 잘 안배하여 심고 유실수 등도 심을 수 있습니다. 또, 꽃씨를 뿌릴 수 있는 공간도 확보하고 야생화나 우리 꽃 등도 심을 수 있으며 허브 등도 심을 수 있습니다.

이런 작업은 시간을 두고 매년 계획을 세워 차츰차츰 하셔야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습니다. 첫해에는 중심이 되는 관목과 교목을 좀 모자란 듯 심으시는게 좋습니다. 간혹 나무심기에도 풍수를 적용하려는 생각을 가지신 분들이 있으나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한 것과 같이 합리적인 생각으로 계획하여 하시면 무난할 것입니다.  

 

                          11/9일 저녁의 실매리 주택 야경입니다. 너무 조용하여 고저넉합니다.

 

실매리의 주택시공에 관한 이야기인 [실매리에서......]는 이 게시글을 끝으로 마감 하겠습니다.

이 게시글을 '행복한 집 짓는 생각'이라는 카테고리에 넣어서 시공과정의 사진이나 글뿐만아니라 저의 생각을 지나치게 많이 넣지나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거슬리는 글이 있었더라도 양해 하시고 참고가 되셨다면 보람으로 알겠습니다. 

 

또, 실매리에서의 에피소드나 헤프닝, 마을풍경 등의 이런저런 이야기는 '세칸의 사는 이야기' 카테고리에서 [실매리 그 후......] 라는 게시글로 올려드릴 것을 약속합니다. 재미없을 수밖에 없는 건축시공에 관한 글을 재미도 있고 도움이 될 수 있게 한답시고 어쭙잖은 생각을 더러 섞었습니다만 진심을 알아주시고 댓글로 격려나 질문 주신 분들에게 감사함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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