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화가 장옥심
홍송 캔버스를 녹인 봄기운
나무보다 더 친근한 소재가 있을까?
인간의 생활에서 나무는 그늘이 되어주고 집안을 아름답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이런 나무에서 봄기운을 느낄 수는 없을까?
종로구 소격동 화랑과 전시관이 즐비하게 늘어선 한켠, 금산갤러리에는 벌써부터 봄기운이 무르익고 있다.
갤러리의 문을 열고 들어서면 어린시절 동화책을 펼쳤던 것처럼 꽃밭을 거니는 느낌이 든다.
9번째 개인전을 연 장옥심 서양화가의 전시회는 나무를 캔버스 삼아 여느 작품보다 따스함이 배어나온다. 그의 전시회와 작품, 그리고 나무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주인을 닮은 작품
"솔직히 말하자면 나무는 잘 몰라요. 하지만 이번 작업에 가장 적합한 재료는 나무라고 생각했지요. 갈라지거나 터지는 단점이 있지만 다루기 쉽고 마음이 편안해지는 푸근한 재료가 바로 나무지요"
장옥심은 참 솔직하다. 누구나 자신이 소재로 삼은 재료에 대해 어느 정도의 지식을 가졌다고 우쭐대거나 때론 알지 못해도 아는 듯 부풀리기 일수지만 그는 그렇지 않다. 무언가 그럴듯한 답변을 기대하고 한 질문이 부끄러워지기까지 한다.
그의 작품 역시 그만큼 솔직함을 갖고 있다. 작품에서 간간히 비쳐지는 나무결이 그렇고 직선으로 이뤄진 단순함도 그렇다. "주인을 닮는다"는 말이 그대로 들어맞는다.
홍송 캔버스의 아름다운 변화
홍송을 재료로 사용한 이유는 변형이 적고 그의 작품을 표현하기 적합하기 때문이다.
장옥심은 이 홍송 캔버스를 붉은색, 핑크색, 노란색 등 화사한 색채로 물들였다. 금산갤러리가 온통 봄을 맞은 듯.
금산갤러리를 찾은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상큼하고 밝은, 그리고 은은한 느낌을 받았다고 말한다.
그의 전시회는 어린 시절 잊고 지냈던 동화책의 한 페이지를 옮겨 놓은 듯 사람들의 향수를 자극한다.
흔히 나무를 재료로 작품을 할 경우 무겁고 거친 나무의 표면을 그대로 노출시키려고 하지만 그는 표면을 매끄럽게 하고 밝은 색채로 홍송이라는 나무를 새롭게 창조했다.
미술이 좋아 20여년 외국 생활
어린 시절의 장옥심은 만지고,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였다. 어린시절 미술대회에서 곧잘 수상을 하던 그에게 미술을 왜 했는지 묻는 것은 무의미할 정도다.
그러나 그가 미술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어느 정도 행운이 따랐다. 장옥심은 20여년 동안 외국에서 생활했다. 71년 그는 첫 유학 길에 오른다. 당시에는 여자 혼자 좋아하는 일만 쫓아 외국생활을 집에서 허락해 주기 힘들 때다. 그러나 그의 부모님은 그의 재능을 살려주고 싶었고 주변의 우려보단 그의 장래를 중시해 유학생활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나섰다. 이후 캐나다 토론토, 프랑스 파리, 이태리 등에서 그는 학업과 작품활동을 병행해 나갔다.
나무로 기하학적 추상 표현 계획
이번 전시회에는 총 37점의 작품이 전시됐다. 1년동안 사전준비기간을 갖고 6개월을 꼬박 홍송과 씨름하며 작품들이 완성됐다. 가장 큰 지름 2m의 작품은 한달 보름을 매달렸다.
그의 작품은 판화와는 다르다. "판화는 판에 조각을 하고 종이에 찍어내지만 이 작품들은 그 자체가 작품이니까요. 판화는 간접적으로 종이에 찍어내지만 이 작업은 직접 표현할 수 있으니 이일이 더 매력적이죠"
그에게 이번 전시회는 남다르다. 아니 오랜만이라고 해야겠다. 96년 이후 첫 개인전이니 그럴 만도 하다. 전시회를 준비하면서 그는 나무와 많이 친해졌다. 다음 전시회에도 나무로 기하학적추상 작품을 해보겠다는 계획까지 세웠다.
작품을 할 때가 가장 즐겁다.
그는 우리나이로 올해 쉰둘이다. 나이보다 젊어 보이는 비결을 물으니 즐거운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란다.
쉰둘에 여전히 청바지가 잘 어울리는 그. 그의 옷차림에서도 자유로움이 엿보인다.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자신의 나무냄새 가득한 공방에서 작품을 구상하는 그의 입가에 웃음이 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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