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니션 류오현
디자인 따라 다양한 전통목공예 기술 보급
연세대학교 생활과학대학에는 생활전반에 걸친 디자인 분야의 창의성 개발과 이를 바탕으로 기초 조형과 이론을 종합적으로 교육하는 생활디자인전공분야가 있다. 이들 학생들의 디자인이 하나의 완성된 작품으로 탄생하기 위해 반드시 거치는 곳이 가구공작실이다. 이곳에서 지난 7년여 동안 학생들의 목공기계?기구 실습을 지원해 주고 있는 테크니션 류오현씨를 만났다.
기계제도에서 전통목공예의 길로
미술을 통한 예술대학을 꿈꾸던 그가 실업계 공업고등학교에서 기계제도를 하기까지 경제적 어려움보다는 하고싶은 것을 할 수 없다는 마음이 더욱 답답했었다.
그러던 중, 재학중인 고등학교의 한 선생님을 통해 국가기능올림픽대회 목공예 분야의 기능장들이 모인 소모임을 알게 되면서부터 그곳 선배들의 권유와 배려속에 전통 목공예와 관련된 기술을 배우게 됐고 또 나름대로의 예술세계를 펼쳐 가는 계기를 마련하게 됐다.
기능대회의 목공예 분야는 상감을 포함한 소목의 부분으로 음양각, 도장, 조각(환조, 부조), 세공, 상감(서로다른 수종을 이용 문양을 낸 것), 전통공예가구 등 기본적이지만 필수적인 목공예의 기술을 다 습득해야 하는데, 우리나라 전통에 대한 성향이 강해 목공이나 가구제작 부분과 달리 국외 대회는 없고 우리나라 내에서만 열려 대외적인 활동에 한계가 있는 점이 가장 아쉽다고.
테크니션 입문기
지난 1993년 서울산업대학 시간디자인과(야간)를 늦깍이로 들어가면서 전문적인 디자인과 깊이 있는 목공예와의 접목을 시도할 수 있었다. 뒤이어 군을 제대하고서 졸업을 앞둔 그에게 다시금 선택의 기회가 놓여졌다. 취업과 공예가의 길 …. 뭇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미래를 두고서 한번쯤은 반드시 겪어 내야할 기로에 선 것이다.
이 시기에 가장 큰 조언과 함께 길을 열어준 분이 제갈제호 선생님(현 헤펠레 코리아 상무이사)이었고, 그분께 각종 기계와 나무 다루는 기술을 배우고 또 틈틈히 지도를 받아 온 일이 97년부터 지금까지 지속적인 인연이 되고 있다.
어느 덧 10여년이 다 돼가는 연세대학교 생활과학대학의 생활디자인 전공 학생들을 위한 테크니션(Technician)의 길도 제갈선생의 소개로 시작된 일이었다.
테크니션이란 말그대로 기술자의 입장에서 교수님과 학생들의 디자인이 작품으로 완성될 때까지의 기계 실습을 돕는 사람을 말하는 데, 편의상 부르고 있는 이름이다.
각종 목공기계 및 기구를 보유하고 이를 이용해 학생들의 작품 제작을 지원하고 있는 테크니션은 학생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고 기술 및 디자인에 관한 자문을 하거나 제작과정을 돕는다.
전문인력 양성 필요
DIY를 테마로 목공 기술을 보급하는 목공학교가 최근에 들어 급격히 늘고는 있지만 대부분 목공예를 취미로 시작해 자기 집에 필요한 가구 및 소품을 만드는 정도며, 디자인적인 면에서는 개발보다는 기존 제품에 대한 모방작품이 대부분이다. 기술적인 면에서도 고급 기술을 요하는 부문은 전문가의 도움에만 의지할 뿐이다. 이렇게 대부분의 목공학교에서 가르치는 프로그램은 단순한 디자인과 실습에 그쳐 전문가 양성에 까지는 많은 부족함을 남긴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목공예 기술을 배울 수 있는 전문기관으로는 현재 직업훈련원 밖에는 꼽을 수가 없다. 또 아쉬운 것은 그나마 목공예의 기초를 쌓을 수 있는 실업계 고등학교의 수업과정도 최근 특별활동으로 축소되거나 아예 사라지고 있는 추세다.
이러한 현실에서 이 분야의 제대로 된 기술을 배우는 일은 이미 기술과 신뢰를 쌓고 있는 목공예 부문 명장을 찾아 전수자가 되는 일 뿐인데, 이 또한 적은 보수와 전수과정의 어려움으로 크게 각광받고 있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보람과 긍지
한 학기당 2~30여명의 정원을 책임지고 지도하는 일은 때로는 다소 버거울 수 있다.
실습과정을 통제하고 개개인의 디자인이 실제로 가공을 통해 완성품이 될 수 있을지를 검토해야 하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디자인된 작품은 모형으로 제작해 보거나, MDF 또는 집성원목을 이용해 실제 작품을 만들어 보기도 한다.
교수님의 이론과 학생들의 디자인을 체크한 뒤 본격적인 실습 지도를 실시하게 된다.
작품을 완성하고 각종 대회에 입상하는 일이야말로 가장 큰 보람으로 남는다.
때로는 어디선가 본듯(?)한 디자인을 제시하기도 하는데, 그럴 때면 맘이 몹시 아쉽다. 지도자로서 당연히 단호하게 지적해 주기도 하며, 학생 개개인의 독창적인 디자인 능력을 개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테크니션의 현재와 미래
강의를 통해 디자인 이론을 배우는 학생들이 모두 공작기계를 운전하며 가구를 만들어 낼 수는 없는 일이다.
학교에서 뿐 아니라, 기업에서도 마찬가지다.
강의실에서 배운 디자인 이론이 아무리 해박하다 해도 실습실의 수많은 목공용 기계를 이용해 완제품을 만드는 일은 테크니션, 즉 생산자의 몫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에서 이 일에 종사하는 일이 그다지 쉽지만은 않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디자이너에 버금가는 대우를 받아가며, 대학에서도 이를 위한 전문학과 까지 있을 정도로 인기가 높은 직종이지만, 우리나라에는 아직 의미조차 생소한 직업이고 대우도 미미한 수준이어서 이 부분에 대한 처우 개선이 아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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