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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과 나무의 상관성 천연소재로 心中 헤아린, ‘김동준’디자이너

세칸 2007. 9. 8. 22:48

철과 나무의 상관성 천연소재로 心中 헤아린, ‘김동준’디자이너

 

 

한 개인이 특정한 사물이나 사람을 좋아하는 것에서는 그것과 유사한 성격을 유추해볼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천연소재를 사용하는 것에 자긍심과 보람을 느끼는 철쟁이 김동준 대표는 그가 좋아하는 철과 나무만큼이나 순수한 직업정신을 갖고 있다. 

“‘개미처럼 살자’는 저의 신념입니다. 근자에 회고되는 복잡한 디자인 트렌드, 어려운 유명 디자이너들의 디자인 철학…. 잘 모릅니다. 몸으로 열심히 움직이며 매 순간 최선을 다할 뿐입니다.”

지난 9년 여 간 선보여온 철쟁이의 제품들에는 믹스앤매치와 내추럴리즘 그리고 핸드메이드 등 요즘 디자인 트렌드의 중심에 있는 핵심적인 요소들이 모두 적용돼 있다. 특이한 디자인 세계관을 가졌을 것이라는 예측과는 다른 대답들에 약간은 당황스럽다.

그러나 곧바로 그 본질이 파악된다. 그것은 자연물의 하나인 인간이 원천적으로 바라는 것의 채움이다.


성형성이 좋고 차가운 ‘철’이라는 소재에 대해

쇠덩이가 벌겋게 달궈지고 엿가락처럼 뚝뚝 잘려나갈 때, 대장장이들은 그것을 먹고 싶다는 충동을 느낍니다. 글쎄요…. 어떤 이유에서인지 분명히 말할 수는 없지만, 철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느끼고 있는 것에 의한 욕구만은 확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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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은 굳은 상태에서는 무겁고, 차가워 몰인정한 것처럼 보일지 모르나, 일단 달궈지면 어떤 형태든 원하는 대로 조형이 가능하며 영구성을 지닙니다. 여기다가 여성들이 화장하듯, 컬러 페인트를 칠해주면 차가운 성질은 반감되지요. 대리석 대신 이것과 유사한 톤을 내는 페인트로 칠해진 철로 만든 대형 벽난로, 빛바랜 나무의 빛을 입힌 철재 아트월 등 인테리어 소재로서 철의 활용은 한계가 없습니다. 물론 이것은 색을 입힘으로써 더 가능해지는 것입니다. 철을 처음 접하게 된 것은 20대에 매장을 개업하는 몇몇의 친구들의 일을 도우면서부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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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대로 만들 수 있는 철의 특성은 만드는 것 하나에는 자신 있는 내게 가장 잘 할 수 있는 전문분야의 길을 열어준 것입니다.

 

정감 있고 온화한 ‘나무’라는 소재에 대해

과거의 대장장이처럼 직접 쇠를 불에 달궈 두드려서 철재 제품을 만들 때부터 원목을 사용해왔습니다. 그럼에도 철쟁이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는 것은 핸드메이드 철제라는 점을 강조해 대장장이들의 장인정신을 기르고 싶어서였습니다.

저는 오래된 한옥에서 나오는 ‘고재’에 애정을 느낍니다. 아주 어릴 적 툇마루에 누워서 낮잠을 즐기고 맛난 점심을 먹던 그 나무에는 결마다 ‘친근함’이 배어있습니다. 이미 자기 몫을 다한 고재에 또 다른 역할을 줘 우리 곁에 더 오랫동안 남아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 고재를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고객은 현대의 모던에서 서양의 앤틱 등 다양한 문화를 경험한 분들입니다. 그들이 고재의 멋에 매료되는 것을 보면서 결국 시간이 흐르면 우리 것으로 회귀하는 사실에 대해서도 확신을 가질 수 있는 작업이었습니다.

고재는 적어도 40~50년 이상 외압에 견뎌온 목재기 때문에 치수안정성이 매우 우수합니다. 이에 따라 인도어의 가구 및 인테리어는 물론, 간판이나 데크 등 아웃도어에도 Image_View고재를 널리 사용하고 있습니다.


‘철+나무’의 이상적인 조합에 대해 

철만을 사용하지 않고, 고재를 받아들인 것은 서로간의 ‘절충’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자연이 어느 것 하나를 우위에 세워두지 않고 조화와 균형의 모범적인 세계를 보이듯, 인간이 만들어낸 것도 자연의 섭리를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것을 사용하는 인간도 자연을 구성하고 있는 하나의 요소며, 자연의 성질을 띠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간은 본디 천연소재에 친밀감을 느끼지만, 천연소재라도 어느 것 하나만을 고집하고 있는 경우 자연의 균형성에는 위배되고 있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낍니다.

차갑지만 성형성과 영구성을 지닌 철재와 따스하고 온화하지만 수명이 짧은 나무를 조화시켜, 두 성질을 요철처럼 상호 보완시키고자 했습니다. 또한 단 한 사람도 같은 사람이 없듯, 하나같이 같은 공산품에 사람들은 반감을 갖기 마련입니다.

원하는 바가 모두 다르고, 사용하는 물건에 남다른 의미를 두는 특성도 인간이 가지고 있는 본성입니다. 이점이 장인정신에 의한 맞춤주문제작을 고집하는 이유입니다.

 

 

 

 

 

 

 

 

 

장영남 기자 chang@wood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