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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쾌한 구조가 던져준 단순미의 깊은 여운-세르주 무이

세칸 2007. 9. 8. 22:46

명쾌한 구조가 던져준 단순미의 깊은 여운 

세르주 무이Serge Mouille  

 

 

한동안 국내의 인테리어 디자인 트렌드로서 굳건히 자리지킴한 모던과 미니멀 스타일. 눈으로 보기에 너무도 심플해 누구라도 쉽게 흉내 낼 수 있을 것 같다.

말 그대로 그럴싸한 모양내기는 가능할지 모른다. 그러나 단연컨대, 몇 십 년 시간이 흐르고 문화가 서로 다른 곳에서도 추앙받는 디자인 고전으로 남는다는 것은 디자인의 경지에 다다른 고수가 아니고서는 불가능하다.

 “이 단순한 디자인은 사실 대단한 디자인 실력이 갖춰지지 않은 이상 흉내 내기에 지나지 않고, 감정 없는 빈껍데기에 불과한 고난위의 작업”이라고 말하던 어느 현직 디자이너와의 인터뷰가 불현듯 생각난다.

극도로 단순한 형태에 마치 다리가 여럿 달린 기다란 몸통을 가진 곤충을 보는 듯한 조명에서 말이다.


기다란 여러 개의 다리를 가진 곤충

블랙 컬러가 대다수다. 때때로 화이트 컬러와 알루미늄 소재의 작품이 눈에 띄어 절제성은 극을 달린다. 우리나라와 같이 공간이 협소한 공간에서는 어쩌면 사용하기에 부담스러울 만큼 큰 크기며 기다란 파이프 끝으로는 밝고 은은한 빛이 반짝인다. 조명 갓은 여인의 젖가슴처럼 꼭지가 돌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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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미국배우 헨리폰다가 줄을 서서 구입할 정도로 유명인들 사이에서 인기를 끈 프랑스 조명 디자이너 세르주 무이(Serge Mouille 1922~1988)의 작품이다.

 

세르주 무이는 국내 대중들에게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디자이너지만, 장 푸르베, 샤를로트 페리앙, 르코르뷔지에, 조르주 주브 등 20세기의 디자인 거장들과 함께 1차 대전 이후 프랑스에서 전개된 전위적 디자인 운동의 선구적인 인물이다.

이들은 본질 없는 형식주의와 유미주의를 배격했고, 합리성과 단순성, 구조적 기능성을 중시했다. 그들의 이러한 디자인 철학은 세르주 무이의 조명에서 짙은 색채를 드리운다. 특히 무이는 수작업을 중시함으로써 그만의 디자인 고유성을 조명 곳곳에 충분히 담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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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이의 조명은 벽에 부착하는 블래킷, 바닥에 세우는 스탠드 램프들이 주종을 이룬다. 조각적이면서도 공간 속에서 운동감을 주는 구조적 효율성이 인상적이다. 컬러는 블랙과 화이트만을 사용하고, 소재는 알루미늄 등의 메탈류만을 고집했다.

여기에 지극히 간결한 형태를 가져와 과다한 장식성과는 거리를 두고 있다. 여인의 젖가슴처럼 끝 부분이 돌출된 형태는 전구의 반사광을 높이는 역할을 하는데, 이 외에도 빛의 방향을 360˚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다.

 

전반적으로 조명들은 실내용뿐 아니라 건물 밖에 가져다 놓아도 충분히 어울릴 것 같다. 국제갤러리의 손성옥 큐레이터는 “단순미는 20세기 디자인의 특징이나 그 디자인 모티브는 자연에서 얻고 있다”며 “인테리어와 익스테리어 즉 건물의 안과 밖을 조화시키고자 고심한 것 또한 당시 디자인의 특징”이라고 설명한다.

 

산업시대에 그는 램프 하나하나를 직접 제작했다

무이가 본격적으로 조명기구를 디자인하기 시작한 것은 1953년 무렵이다. 은세공에서부터 경력을 쌓기 시작한 그는 1945년, 23세의 나이에 응용미술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침과 동시에 자신의 스튜디오를 열고 본격적인 작업 활동을 시작했다.

 

1956년에는 당대 파리의 많은 전위작가들에게 영감을 주던 스테프 시몽 갤러리에 그의 많은 작품이 전시돼 더욱 능력을 인정받았다.

최근 국내에 소개된 세르주 무이의 작품은 본지 지난 호(151호)에 소개된 조지 나카시마 가구와 한 공간(국제갤러리)에서 어우러졌다. 매우 신기한 것은 각자 다른 나라에서 서로 본적도 디자인 활동에 대해 들어본 적도 없는 두 디자이너의 작품들이 한명의 디자이너에 의해 제작된 것처럼 이상적으로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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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성옥 큐레이터는 “두 분 모두 스스로를 ‘디자이너’라기 보다는 ‘장인’이라고 여겼고, 이러한 장인정신이 결국 시대와 문화, 장르를 넘어서는 디자인의 고전이라는 경지에서 만나게 한 것”이라고 평한다.

 

무이는 나카시마와 같이 기계생산에 의존하지 않고 램프 하나하나를 직접 제작했다. ‘손의 마술사’라는 별명을 얻을 만큼 수재(手才)가 뛰어났다고 한다.

 

생산의 효율성을 이유로 기계적 생산이 더 힘을 얻던 시기, 그것과는 반대의 길을 선택한 세르주 무이를 포함한 20세기의 디자이너들. 그들은 결국 인간에게 있어 물건은 사용 그 이상의 가치를 갖는다는 인간 궁극의 내면성을 발견한 것일 거다.

 

 

 

장영남 기자 chang@woodkoea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