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이런저런 이야기들

명당은 없다

세칸 2007. 9. 6. 04:53

명당은 없다 

살고 있는 곳을 명당으로 만들어 나가는 노력이 있을 뿐이다

 

                                                                                                                         호암 이병철 생가의 외부

 

얼마전에 용인 일대를 돌아 다니면서 소위 명당이라는 묘자리터들을 돌아다니고 왔다. 무덤터가 얼마나 중요하기에 그 경치좋은 야산들에 넓게 자리잡고 앉아서 나무들을 없애고 환경을 파괴하면서까지 버티고 있는 것일까?

무덤터가 좋으면 자손들이 번창하고 부귀영화를 누리고 출세를 한다고 한다. 그 말이 맞 을까? 만일에 내 시신을 좋은 터에 뭍어서 내 후손들이 발복한다고 하자. 내 아들은 몸의 반이 내게서 물려받은 DNA로 이루어져 있 을 것이다. 이 경우에도 내 시신이 영향을 끼친다 해도 50%의 영향을 끼칠 뿐이다. 부부가 합장을 하는 경우는 100%가 되겠지만 옛 날 무덤을 돌아다녀보면 부부가 합장한 무덤은 거의 없다.손자의 경우는 내 DNA의 25%만 물려받을 뿐이다. 나머지 75%는 다른 사 람에게서 물려받은 형질이 된다. 증손자는 12.5%. 고손자는 6.25%가 된다. 이런 식으로 가면 십대 후손은 고작 0.2%의 형 질만 물려받게 된다. 전체 몸을 구성하는 부분에서 겨우 0.2%의 형질을 물려받은 후손이 내 시신이 묻힌 터의 영향 을 받아서 잘된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내 십대 후손 같은 경우 성은 나와 같을지 몰라도 몸은 내 DNA와 전혀 상관없는 것이다. 더구나 이런 명당을 얘기할 때는 아들쪽의 가계만 생각하지 딸쪽의 가계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한마디로 모순투성이다.

과거에 가장 힘이 센 사람들은 왕과 그 가족이었을 것이다. 역대 왕들은 당대 최고의 지 관들이 골라준 최고의 명당에 묻혔을 것이다. 그런데 그 좋은 명당에 묻힌 왕들의 후손들이 어떻게 되었나. 가까이 조선 시대만 보더라 도 왕조 내내 골육상쟁에다가 단명하였고 결국에는 나라도 망하였다. 그런 걸 보면 명당이란 것이 별로 효력이 없었든가 아니면 당 대 최고의 지관들도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명당을 찾기가 어려웠던 모양이다. 그렇게 찾기 힘든 명당이라면 굳이 힘들게 찾아다닐 이유가 무엇일까.

사람의 운명을 결정짓는 요소는 여러가지가 있다.
타고나 소질과 인품에다가 교육환경 시대적 상황등 여러가지 요인이 있다. 실제로 조상들 의 묘자리터가 영향을 끼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수많은 요소들은 무시하고 오로지 묘자리터에 의해서 부귀영화와 건강등이 결정된다고 하면 너무 한편에 치우친 생각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그런 생각 때문에 모든 것 제쳐두고 명당터 찾으러 다니는 것은 낭비라고 할 수 있다. 더구나 자연은 모든 사람이 공유하는 것인데 내 후손이 잘되기를 바래서 자연을 파괴하고 커다란 무덤을 만드는 것은 너무 이기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이기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잘된다면 하늘도 너무 무심하다.

역대 대통령들을 얘기하면 꼭 조상들 무덤터 얘기가 나오고 누구는 조상묘터가 좋아서 대 통령이 되었다는 얘기가 나온다. 그러나 역대 대통령들 중에 끝이 좋았던 사람이 누가 있나. 그 대통령 후손들은 또 어떠한가? 정말로 명당덕에 대통령이 되었다면 계속 좋아야 할 것이 아닌가?

죽은 사람의 무덤터가 후손들에게 정말로 영향을 미치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까지의 예로 보아서는 그것이 확실하게 증명된 바가 없고 그런 일에 돈과 정력을 쏟는 일이 쓸데없는 낭비로 보인다. 그저 살고 있는 집터 주변이 편안하고 좋으면 마음이 편해지고 건강에도 좋으리라는 것은 미루어 짐작할 수 있지만 조상들 묘자리터가 후손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는 것은 별 의미기 없어 보인다.

검증되지 않은 묘자리터에 관심을 가지지 말고 지금 살고 있는 곳을 편안하고 쾌적한 곳 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낫다. 그러기 위해서는 온 산을 무덤터로 만들지말고 죽으면 화장을 해서 납골당에 들어갔다가 다시 흙 으로 돌아가면 된다.

명당 그런 것 없다.
살고 있는 곳을 명당으로 만들어 나가는 노력이 있을 뿐이다.

 

글쓴이: Andy DK(權德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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