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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수지리와 전통건축

세칸 2007. 9. 6. 05:02

풍수지리와 전통건축
토지문화재단
  세미나 - “전통건축의 생태 문화적 연구”  2002. 2. 23.

 

 

[풍수지리와 전통건축]
1장. 음양 오행과 삼신 오제 사상
2장. 지세와 氣(사신사, 수구)
3장. 전통건축과 현대건축

명당 건축사 사무소
영남대학교 환경대학원 겸입 교수,
건축사, 공학박사 박 시익

1장. 삼신오제 사상과 음양오행

1. 삼신 오제 사상

한반도에 살던 고대인들은 오래 전부터 강력한 독립 국가를 유지하고 있었다. 이들은 하느님을 숭배하며 높은 산 정상에서 제사를 지냈다. 하느님은 조물주로서 모든 인간과 자연을 창조하는 유일한 신이었다. 하느님이 만물을 창조하는 작업은 삼신(三神)을 통해 이루어진다. 곧 삼신은 하느님을 대신해서 사람의 생사와 관련된 역할을 한다.
삼신 사상에는 유교에서 주장하는 현실 세계와 불교에서 주장하는 마음, 곧 영혼의 세계 그리고 신선 사상에서 주장하는 인간과 영혼의 합일 사상들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
유교 이론은 현실 세계에서 사람이 지켜야 할 도리에 대해 규명하고 있다. 수신 제가 치국 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 곧 자기 몸을 바로 하고 가정을 일으키며 국가를 다스리는 것이 유자(儒者)가 학문하는 목적이다. 이러한 유교 이론은 사람이 현실 세계에서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인간의 영적 세계나 내세에 대한 해석은 부족한 감이 있다.

유교 사상의 중심 이론서인 『주역』은 만물이 생성하고 변화하는 과정을 잘 설명하고 있다. 인간과 자연의 본질인 태극은 음과 양으로 나뉘며 이 둘은 항상 변화한다고 본다. 그러나 음과 양이 변화하는 과정에 대해서만 주로 언급하고, 변화하지 않는 고유한 부분인 태극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고 있다.
좀더 완벽하게 해석하기 위해서는 자연을 변화하지 않는 태극과 변화하는 음과 양의 세 요소로 설명해야 한다. 예를 들면 사람의 신체 조건이 시간과 더불어 변화한다는 사실만 나타나 있고, 사람의 본질이 무엇인가에 대한 설명은 부족한 것과 같다.
반면 불교에서는 현실, 곧 물질 세계는 순간적으로 소멸되므로 무시하고 오직 마음의 세계만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내세를 인생의 본질로 생각하고, 물질 세계는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신선 사상이나 도교는 인간의 본질을 하늘에서 내려온 것으로 해석한다. 신선 사상의 근원은 단군 사상에서 찾을 수 있다. 단군 사상에 의하면 사람의 영혼은 하늘에서 내려왔다. 신선 사상은 영혼의 세계와 현실의 세계를 동일하게 해석하고 있어 신인합일(神人合一) 사상이라는 특징을 갖고 있다. 그러나 영혼과 현실의 관계를 정확하게 설명하지 못해 현실 도피 이론이 되기 쉬운 단점이 있다.

삼신 사상은 현실 세계는 영혼의 세계와 직결되어 있다고 해석한다. 영혼의 세계가 현실 세계로 나타난 것이 현상 세계다. 영혼의 세계와 물질의 세계는 동일한 것이다. 그러므로 인간은 영혼의 세계인 하늘 나라에서 내려와 죽으면 다시 하늘 나라로 돌아간다. 사람이 현상 세계에 있는 기간은 영혼이 육체를 얻은 기간이므로 축복의 기간이며 자신을 개발할 수 있는 기회의 순간이다. 희노애락은 인간이 영적으로 성장하기 위한 교육 과정이다.
현상 세계에서 모습이 다를 뿐 나와 이웃은 동일한 생명체다. 마치 나무의 잎과 뿌리와 같은 관계다. 사람의 영혼은 사람은 물론 나무나 새로도 윤회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모든 생명체는 동등한 기호와 권리를 가지므로, 이웃을 사랑하는 것이 바로 자신을 사랑하는 일이다.
삼신 사상에는 유교?불교?신선 사상의 세 가지 종교 이론이 모두 결합되어 있다.
예부터 우리 나라에서는 어린아이가 태어나면 삼신에게 감사드렸고, 사람이 늙어 죽으면 삼신을 통해 하늘로 돌아갔다고 믿었다. 사람이 죽은 집에서는 삼신이 하늘에서 내려와 사람을 데리고 가는 먼길을 편안하게 배웅하기 위해서 밥 세 그릇과 신발 세 개를 문 밖에 두어 공양했다.

삼신은 이렇듯 생명체를 이루고 분해하는 조화의 힘을 갖고 있다. 삼신의 상징은 삼태극(三太極)이다. 삼태극 문양은 신라 시대에 왕가에서 사용하던 보검에도 새겨져 있으며, 조선 시대 왕릉 입구에 있는 홍살문에도 그려져 있다.
한국의 각종 고건축물, 특히 연못 형태에는 대부분 삼신 사상이 표현되어 있다. 경복궁 경회루, 남원 광한루, 경주 안압지 등에 조성된 연못 내부에는 세 개의 인공 섬이 만들어져 있다. 이 숫자는 삼신을 뜻한다. 그리고 이들 섬에는 봉래산?방장산?영주산이라고 하여 삼신산의 이름을 붙여 놓았다. 이는 신선 사상과도 관련된다.
경회루는 경복궁 내부에서 가장 큰 건물 가운데 하나다. 건물의 구성 기법을 보면 삼신 사상이 잘 담겨져 있다. 연못 위에 섬을 세 개 만들고 그 섬 위에 높이 누(樓)를 올린 것은 삼신 사상에서 비롯한 것이다. 섬 가운데 가장 큰 섬은 태일(太一), 작은 섬 두 개는 천일(天一)과 지일(地一)을 뜻한다. 경회루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돌다리를 세 개 건너 가게 되어 있는데, 이는 삼신이 출입하려면 길이 세 개 필요하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삼신 사상이 나타난 또 하나의 대표적인 건축물로 마니산 참성단을 들 수 있다. 참성단 성곽에는 세 곳에 개구부(開口部)가 만들어져 있는데, 이는 바로 삼신이 출입하는 곳이다. 참성단은 4500년 전에 하늘에 제사를 지내기 위해 건립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제(五帝)는 하느님의 작용을 도와 주는 다섯 신이다. 이 신들은 각각 다른 기능을 갖고 있으며, 동?서?남?북?중앙이라는 각각의 위치에 따라 서로 떨어져 있다. 또한 각각 고유한 색을 갖고 있기 때문에 다섯 가지 색깔, 곧 오색(五色)으로 상징되기도 한다.
동쪽에 위치하고 있는 신은 파란 옷을 입고 있어 청제(靑帝)라고도 하며, 여러 생명체를 탄생시키는 역할을 한다. 청제는 목성에 위치하고 있다. 동녘의 신 청제는 동쪽의 기운처럼 태양이 솟아오를 때의 기운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모든 생명체가 생명력을 갖고 활동하게 한다. 봄에 나무가 하늘을 향해서 크게 자라는 것이 바로 동제의 대표 기능이다.
남쪽에 있는 신은 언제나 붉은 옷을 입고 있어서 주제(朱帝) 또는 적제(赤帝)라고도 한다. 뜨거운 태양처럼 청제가 만들어 놓은 기운을 확산시켜 널리 뿌리는 능력을 갖고 있으며, 화성에 위치하고 있다.
하늘 서쪽에 위치하면서 하느님의 힘을 대신하는 신을 언제나 하얀 옷을 입고 있다고 해서 백제(白帝)라고 한다. 백제는 주제(朱帝)가 번성시킨 생명체의 기운을 정지시키며, 다음을 위해 쉬게 해서 근본으로 돌아가게 하는 역할을 한다. 금성에 위치한다.
하늘 북쪽에 위치한 신을 현제(玄帝)라고 한다. 언제나 검은 옷을 입고 있다. 현제는 백제가 죽인 생명체를 편안히 휴식하게 하는 신이다. 그 기간은 다음 생명체로 다시 태어나기 위한 준비 기간이다. 수성에 위치하고 있다.
중앙에 있는 신이 황제(黃帝)다. 황제는 동서남북의 중앙에 위치하며 노란 옷을 입고 있다. 황제의 기운은 사방의 기운을 종합한 것이다. 그러므로 다른 넷보다 가장 중심적인 기운이다. 토성에 위치한다.


2. 음양오행

가. 음양 오행설의 발생
음양 오행 사상은 한국과 중국을 비롯한 동양 철학의 기본 이론이다. 한의학이나 사주?침술?관상 등 각종 동양 철학들이 대부분 음양 오행설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풍수지리 역시 이러한 음양 오행 사상에 근원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음양 오행 사상의 음양설(陰陽說)과 오행설(五行說)은 초기에 각각 따로 발생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두 이론이 서로 이론적으로 결합해서 더욱 완벽한 철학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음양설과 오행설이 서로 결합할 수 있었던 것은 두 철학이 모두 자연에 대한 형이상학적인 이론에서 출발한다는 공통점 때문이다. 이러한 공통점으로 두 이론은 서로 보완하는 관계를 유지하게 되었고, 음양설과 오행설이 동일한 이론으로 알려질 정도가 되었다.
음양설이나 오행설의 핵심 개념은 기(氣)다. 기는 자연에 분산되어 있는 에너지를 말한다. 분산된 기가 모이면 생명체를 이루고, 생명체가 죽으면 다시 기로 분산된다. 기가 모이는 과정에서 사람 형태로 모이면 사람이 되고, 나무 형태로 모이면 나무가 되며, 짐승 형태로 모이면 짐승이 된다. 기에는 양기와 음기가 있다. 양기는 하늘에서 발생되는 기를 말하며, 음기는 땅에서 발생되는 기를 말한다. 양의 기운은 하늘의 기운이기 때문에 발산하려는 기운이 있고, 음의 기운은 땅의 기운이기 때문에 흡수하려는 기운이 있어 이들은 서로 숙명적으로 만나게 되며 이들의 만남으로서 모든 생명체가 탄생하게 된다는 원리이다. 이들의 만남은 1:1의 비율로 만나는데 음은 바탕으로 겉에 드러나지 않으며 양은 외형이기 때문에 겉으로 드러나게 된다.
이들이 만나는 원리는 바로 남자와 여자가 만나 아기를 출산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양은 남자의 기운이며 음은 여자의 기운으로 볼 수 있다. 바탕(음)이 좋아야 외형(양)이 좋듯이 여자의 내조가 있어야 남자가 성공할 수 있다. 또한 조상의 묘를 잘 써야(음) 나와 가족들이 번창(양)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듯 음양이론에서 모든 것이 증명되며 풍수사상의 중요성을 대변해 주고 있다.

또한 이들은 1:1의 비율로 만나기 때문에 그 중 더 우월한 것이 없는데 이들이 만날 때 정확히 1:1비율로 만나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 데 이 때문에 각자의 개성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이 결과 각자 개성 이 다른 5가지 기운이 발생하는데 이것이 오행이다.
오행 사상의 근원은 천문 사상(天文思想)에서 찾을 수 있다. 옛 사람들은 사람의 생활이 모두 하늘의 힘에 의해서 좌우된다고 믿었다. 별이 사람의 운명과 일정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도 생각했다. 점성술이 그 중 하나이며, 음양 오행 이론도 이러한 천문 사상과 관련되어 있다.

오늘날 달력의 일 주일은 신기하게도 음양 오행 사상과도 일치한다. 음양 오행에서 양과 음은 크게 해와 달의 기운으로 구분되는데, 해는 뜨거워서 양의 기운으로, 달은 차가워서 음의 기운으로 상징된다. 그래서 해와 달은 음양의 대표적인 성질을 나타내고 있다.
태양이 있으면 밝고, 태양이 없이 달이 뜰 때는 깜깜하다. 태양과 달은 밝고 어두움, 곧 음양의 기준이 된다. 한 주일의 첫째 날은 일요일이고, 이는 태양이다. 둘째 날은 월요일, 이는 달을 의미한다. 그 다음 화?수?목?금?토는 각각 화성?수성?목성?금성?토성의 다섯 개 별을 나타낸다. 곧 일 주일을 구성하는 일(日)부터 토(土)까지는 하늘에 있는 일곱 개 별의 이름에 따라 구성된 것이다.
일곱 개 별을 일 주일의 지표로 사용하게 된 것은, 고대인들이 하늘의 변화에 따라 삶이 좌우된다고 믿고 별에 제사를 지낸 데서 그 배경을 찾을 수 있다. 제사의 대상은 날마다 바뀌었는데, 첫째 날은 태양에 대하여, 둘째 날은 달에 대하여, 다음으로 화성?수성?목성?금성?토성 순서로 제사를 지내다가 일곱 날이 지나면 다시 태양부터 그 순서를 반복했다고 한다.

나. 오행의 기운
오행이란 수(水)?화(火)?목(木)?금(金)?토(土)의 다섯 가지 기운으로서, 이 기운은 1+1=5 즉, 음(陰)+양(陽)=오행(五行)에서 나온 것이다.
1+1=5의 의미란 위의 설명처럼 음과 양이 만나서 다섯 가지의 기운이 된다는 것으로서, 음이 나타내는 것은 여성, 땅, -, 수평선을 의미하며, 양은 남성, 하늘, +, 수직선을 의미한다.
수학적으로 보면 1+1=2이나 5가 되는 것은 수직과 수평이 만나서 다섯 계절(봄, 여름, 가을 겨울, 변절기)이 생기게 되며 이것들이 각각 다섯 가지의 요일을 가리키게 되며 이것이 결국 5기가 되는 것이다.

5계절의 5기의 관계는 봄->木, 여름->火 가을->金, 겨울->水, 변절기->土이며, 각각은 다음과 같은 의미와 기운을 타나낸다.
수(水)는 물처럼 아래로 내려가려는 기운이다. 모든 물체는 아래로 떨어지려는 성질을 갖는다. 이것을 물리학에서는 중력이라고 하며, 오행 가운데 물의 성질에 해당한다.
물은 마치 겨울의 기운과 같다. 겨울에는 온도가 아래로 내려가고 생명체는 활동력이 거의 정지된다. 이는 다음 기간까지 생명력이 준비를 갖추는 것을 뜻한다.
목(木)은 나무와 같이 수직 상승하는 기운을 말한다. 하늘로 올라가려는 성질이다. 목의 기운은 물리학상 원심력에 해당한다. 목은 사계절 가운데 봄에 해당한다. 봄에는 모든 생명체가 희망차게 하늘을 향해 솟아오른다. 솟아오르는 생명력이 바로 목에 해당한다.
화(火)의 기운은 불꽃과 같이 기운이 사방팔방으로 확산되어 폭발하는 힘을 말한다. 불은 힘이 격렬하게 분출되는 것을 뜻하며, 태양열 같은 성질이다. 현대 물리학에서는 열 에너지가 이에 해당된다. 불에 해당하는 계절은 여름이다. 여름에 나무가 무성해지고 꽃이 만발하는 것도 그 힘을 확산하려는 현상이다.
수축하려고 하는 힘을 금(金)이라고 한다. 가을이 되면 모든 물체는 쌀쌀한 기운 때문에 움츠러든다. 중심점으로 향해 움츠러드는 현상이 금이다. 현대 물리학에서 구심력이 여기에 해당한다. 금은 가을의 기운에 해당한다.
토(土)는 수?화?목?금의 기운을 골고루 갖고 있는 기운이다. 토는 균형을 유지하는 작용을 한다. 서로 다른 네 기운이 분열되지 않도록 하는 포용력을 지니고 있다. 이는 마치 흙이 모든 생명체를 포용하고 있는 것과 같다. 토는 한 계절에서 다음 계절로 넘어가는 중간쯤을 의미한다.

다. 오행의 상생과 상극
다섯 기운은 각각 고유한 성질을 갖고 있으면서 다른 기운과 일정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 관계는 크게 상생과 상극으로 나뉜다.
상생(相生)이란 한 기운이 다른 기운을 북돋아 주고 만들어 주는 것을 일컫는다.
물은 나무가 살도록 돕는다. 그러므로 물과 나무는 서로 좋아하는 관계다. 이를 수생목(水生木)이라고 한다. 나무가 있으면 쉽게 불을 만들 수 있다. 곧 불은 나무를 통해 생명력을 갖는다. 그러므로 나무와 불은 서로 돕는 관계다. 이를 목생화(木生火)라고 한다. 불이 타고 나면 흙으로 돌아간다. 재와 같은 흙은 불을 통해 이루어진다. 그러므로 흙과 불은 서로 조화하는 관계다. 이것을 화생토(火生土)라고 한다. 흙 속에서 단단한 쇠가 이루어진다. 곧 쇠는 흙에서 그 기운이 형성된다. 그러므로 쇠와 흙은 서로 좋아하는 관계며, 이것을 토생금(土生金)이라고 표현한다. 쇠와 물의 관계를 보면, 금속 표면에는 물방울이 생기게 마련이다. 이렇게 단단하고 차가운 물질에서는 기운이 수축해서 물이 생기는 만큼, 금속과 물은 서로 조화하는 관계다. 이 관계를 금생수(金生水)라고 표현한다.

정리하면, 물은 쇠 기운에서 생겨나고 나무에 기운을 전달한다. 그러므로 물은 쇠와 친하고 나무와도 친하다. 나무는 물에서 그 기운이 형성되고, 자신의 기운은 불의 기운을 만들어 준다. 그러므로 나무는 물과 불의 기운과 잘 어울린다. 불은 나무에서 기운이 형성되고, 자신의 기운은 흙의 기운을 만들어 준다. 그러므로 불은 나무나 흙과 친하다. 금은 흙에서 기운이 형성되고, 자신의 기운으로 물의 기운을 만들어 준다. 그러므로 금은 흙 기운, 물 기운과 친하다.

한편 오행 각각의 기운은 서로 싫어하는 기운이 있는데 이러한 관계를 상극(相剋)이라 한다.
불의 기운은 물을 통해 억제된다. 불이 아무리 강해도 물한테는 이길 수 없다. 이러한 현상을 수극화(水剋火)라고 한다. 쇠는 매우 강하지만, 뜨거운 불에 달구어지면 무력해진다. 이러한 현상을 화극금(火剋金)이라고 한다. 나무의 기운은 하늘로 높이 솟아오르려는 기운이지만, 도끼의 쇠와 같이 강한 기운으로 잘려진다. 이러한 현상을 금극목(金剋木)이라고 한다. 흙의 기운은 모든 기운으로 뭉쳐져서 정지하려는 성질이 크다. 이에 비해서 나무는 흙에서 솟아오르려는 기운을 갖고 있다. 이러한 관계를 목극토(木剋土)라고 한다. 물은 쉬지 않고 흐르려 하지만 이런 물의 기운도 제방을 쌓으면 그 흐름이 정지된다. 곧 물의 기운은 흙의 기운으로 억제된다. 이러한 관계를 토극수(土剋水)라 한다.

3. 오제 사상과 영혼의 순환

하늘의 기운, 곧 기(氣)는 동?서?남?북?중앙의 다섯 개 방위로서 구분되고, 각각의 기(氣)는 목?금?화?수?토의 다섯 종류로 구분되며, 이들 기는 순환하면서 다른 종류의 기로 변화한다. 다섯 기는 각각 생명체를 만든다. 오행의 첫 번째 기운인 물 속에서는 어류가 살게 되고, 불의 기운을 받고 태어난 동물들은 조류이고, 나무의 기운을 받고 태어난 생물은 식물이며, 금의 기운을 받고 태어난 생명체는 동물이다. 흙의 기운을 받고 태어난 생명체는 사람이다.

다섯 기는 서로 순환한다. 물은 나무로 변하고, 나무는 불로 변하며, 불은 흙으로, 흙은 쇠로, 쇠는 다시 물로 변한다. 이러한 변화와 순환의 성질을 생명체에 적용하면,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동식물의 영혼이 회전하며 변화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영혼은 계속 순환하며 상생하는 방향으로 새롭게 태어난다. 반면에 생명체가 다음 생명체로 환생하기보다는 본래 모습을 원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러한 때는 상생과 반대 방향으로 태어나기도 한다. 예를 들면 물고기가 죽으면 수생목(水生木)에 따라 나무로 태어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금생수(金生水)에 의해 짐승으로 환생할 수도 있다. 사람의 경우에는 흙에 해당하므로 죽어서 토생금(土生金)에 따라 짐승으로 태어나게 된다. 그러나 사람이 자기 이전의 모습으로 태어나기를 원할 때는 화생토(火生土)므로 사람 이전 생명체인 새로 환생하게 된다. 이러한 흐름은 상생에 반대되므로 역순이라고 본다.

이 사실은 다섯 종류의 생명체가 한 형제임을 뜻한다. 다섯 형제 가운데 무엇이 가장 훌륭하다고 할 수 없다. 각자 기능이 다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사람을 만물의 영장(靈長)이라고 하지만 이는 사람이 만든 말일 뿐이다.
사람은 홀로 살 수 없고 나무 열매를 먹거나 동물을 잡아먹어야만 살 수 있기 때문에, 다른 동물들 덕택으로 살아가는 한 만물의 영장이라고 할 수 없다. 오히려 동식물들에게 신세를 지며 살아가는 것이다.
동해안 감포 앞바다에는 신라 문무왕의 해중릉이 있다. 죽어서도 동해 바다의 용이 되어 신라를 왜적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바다에 시신을 묻어 달라고 한 문무왕의 유언을 받들어 만든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사람이 죽은 뒤에 그 영혼이 동물로 될 수도 있다는 영혼의 순환 관계를 잘 나타내고 있다.

4. 삼신 오제 사상과 음양 오행설의 관계

음양 이론은 『주역』에서 그 근원을 볼 수 있다. 『주역』은 자연을 구성하고 있는 하늘과 땅을 대표하는 기운이 양과 음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음양 사상을 구성하는 요소는 음의 기본이 되는 땅과 양의 기본이 되는 하늘 두 가지로 압축된다. 이런 이원적인 해석은 삼신 사상에서 그 근원을 찾을 수 있다.
삼신 사상에서는 자연을 천일(天一)?지일(地一)?태일(太一) 세 가지로 구분한다. 천일은 하늘의 커다란 기운을, 지일은 땅의 커다란 기운을, 태일은 생명력의 근원인 영적인 힘을 말한다. 영혼과 하늘의 기운과 땅의 기운이 결합해서 생명력이 이루어진다고 보는 것이다. 음양 이론에서는 생명력을 단순히 하늘과 땅 두 기운이 결합한 것으로 본다. 이와 같이 천(天)?지(地)?태(太)의 삼신적인 구분에서 천지를 음양 이론에 따라 양분하는 방법이 발전했다. 그러므로 음양설의 근원은 삼신 사상에 있다.


2장. 지세와 氣(사신사, 수구)

1. 지세에 의한 기운

사람이 살기에 적당한 땅을 살펴보는 것은 한 마디로 그 지역의 바람과 물을 살펴보는 작업이다. 바람과 물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그 지역을 구성하고 있는 산세와 강물 등의 조건을 살피게 된다. 이렇듯 산과 물의 지세를 분석해서 명당 자리를 정확하게 찾는 것이 풍수의 핵심 목적이다.
산은 봉우리와 능선, 곧 용(龍)으로 구성되어 있다. 풍수에서는 산봉우리와 용을 통틀어서 용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한편 한 지역을 둘러싸고 있는 산들을 청룡?백호?주작?현무라고 하는데 이들을 모두 합해서 사신사(四神砂) 또는 간단히 사(砂)라고도 한다. 이들 용과 사신사 그리고 강이나 개천, 바다 같은 물[水]이 있는 지세의 중심에서 혈(穴)을 찾게 된다. 혈이란 한 지세에서 생기가 가장 많이 모여 있는 땅을 말한다.
풍수 이론의 구조는 대체로 용?혈?사?수의 4대 구분을 따른다. 이 네 가지 요인을 분석하는 방법으로는 간룡법(看龍法)?장풍법(藏風法)?득수법(得水法)?정혈법(定穴法)?좌향론(坐向論) 그리고 형국론(形局論) 등이 있다.
간룡법은 용의 흐름을 보고 그 산이 생기가 흐르는 산인지 죽은 산인지를 판단하는 방법이다. 우리 땅 정기의 원천인 백두산에서 우리가 살고 있는 마을 뒷산(주산)에 이르는 산맥이 힘있게 끊어지지 않고 잘 달려왔는지를 보는 것이다. 그래서 정말 살아 있는 용처럼 산맥이 끊어지지 않고 생기 넘치게 뻗어 있으면 좋은 것으로 판단하게 된다.
장풍법은 주산(主山)을 중심으로 명당 주변 산세를 살피는 방법이다. 명당 주변의 산세가 포근하게 사람을 받아들일 자세가 되어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본다. 무정하게 돌아앉았거나 외면하는 산세는 좋지 않다.
가장 전형적인 장풍법은 사신사, 곧 좌청룡?우백호?전주작?후현무 네 개의 산을 살피는 것이다. 이런 형태는 서울을 예로 들면 이해하기가 쉽다. 서울의 주산이자 북현무는 북악산이다. 북악산은 조산(祖山)인 북한산에서 맥을 이어받았다. 주산은 혈장 뒤에 우뚝 솟아 위엄을 갖추고 명당의 얼굴이 된다. 좌청룡과 우백호는 좌우에서 주산을 호위하며 명당을 감싸는 모양을 갖춰야 좋다. 서울에서 청룡은 낙산, 백호는 인왕산이다.
주작에는 안산(案山)과 조산(朝山)이 있는데 이들 산은 임금인 주산에 대해서는 신하와 같은 산으로 머리를 공손히 조아리는 듯한 모양이 좋다. 서울의 관악산은 조산으로서는 다소 기가 세다. 그래서 이 산의 기를 누르기 위해 경복궁 앞에 해태상을 세웠다고 한다. 그리고 서울의 남산은 안산이 된다.
이렇게 장풍법으로 살피면 명당의 크기를 볼 수 있는데 사신사가 만드는 넓이가 크면 도읍이나 고을, 마을이 입지할 수 있는 명당이 되고 국면이 작으면 음택이 입지하는 땅이 된다. 따라서 풍수지리에서 음택과 양택은 명당 크기에 따라 구분되는 것으로 길지를 찾는 방법은 다름이 없다.

 
이렇게 간룡법과 장풍법을 통해 명당의 범위가 대략 정해지면 어느 부분이 생기가 모이는 혈인가 하는 점이 문제가 된다. 이 혈을 정하는 것이 정혈법이다. 서울의 가장 대표적인 혈은 경복궁이다. 혈은 명당의 중심이기 때문에 도읍이나 마을에서 가장 중요한 기능들이 이 곳에 놓이며, 음택에서는 시신이 묻히는 장소가 된다.
우리 나라는 지리적 특성상 중국의 풍수지리만큼 물길을 중시하지는 않았지만, 산수를 음양에 비유하는 전통적 사고 방식에 따라 득수법에 의해 명당을 정했다. 산의 흐름이 부드러우면서 힘있는 모습으로 꿈틀꿈틀 흘러야 좋은 것으로 보듯이 물 역시 직선으로 빠르게 흐르는 것보다는 뱀이 기어가는 것처럼 구불구불 유장하게 흐르는 것을 좋은 것으로 본다. 그리고 그 흐름은 산의 흐름과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좌향론이란 방위론이라고도 말한다. 지세의 기운이 방향에 따라 차이가 나는 과정을 분석하는 이론이다.
형국론은 땅을 호랑이?소 등 짐승이나 매화?연꽃 등 식물, 또는 사람 모양으로 규정하고, 비유된 동식물들의 생태적 특징을 통해 생기가 모이는 혈을 찾는 방법이다. 쉽게 말해 학이 둥지에서 알을 품고 있는 모양이라면 알 자리가 가장 좋은 자리, 곧 혈이 된다. 매화낙지형(梅化落地形)?연화부수형(蓮花浮水形)?장군대좌형(將軍對坐形) 등은 형국론에 의해 붙은 이름이다.
그런데 지세를 파악할 때는 우선 각 지세의 용이나 산세 그리고 물에 의한 기운 등을 면밀하게 파악한 뒤에 형국을 논해야 한다. 지세의 구성 요소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않은 상태에서 형국만으로 말하는 것은 오히려 땅의 기운을 잘못 판단하는 요인이 된다.
형국론이 땅을 살아 있는 생명체로 보는 풍수지리의 정신을 반영한 것이라면, 간룡법?장풍법?득수법?정혈법은 형국론보다 경험적이고 기술적 성격이 강한 이론 체계다.
지기를 제대로 파악해 좋은 땅을 찾기 위해서는 이런 여러 가지 방법들이 함께 이용된다.


3장. 전통건축과 현대건축

1. 전통건축

가. 고인돌에서 유래된 한옥 지붕 형태
약 2000~4000년 전에 세워진 고인돌은 고대인의 무덤으로, 가까운 중국이나 일본에서도 그 형태를 찾아 보기 드문 매우 독특한 구조를 갖고 있다. 그런데 이 고인돌의 입지를 분석해 보면 대부분 배산임수 배치를 이루고 있어서 그 당시에도 이미 풍수지리 이론을 적용했음을 알 수 있다.
고인돌은 땅에 묻은 죽은 사람의 시신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구조는 벽체를 이루는 받침돌과 받침돌 위에 올라가 있는 덮개석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남쪽과 북쪽 지역에 따라 모양에 약간 차이가 있지만 거대한 석재를 덮개로 사용한 점에서는 같다. 덮개석 위 부분은 매우 평탄해서 사람이 올라가 앉을 수 있는 모양이다.
죽은 사람의 집인 고인돌과 산 사람 집인 초가집은 ?사람이 사는 집?이라는 의미적 공통점 외에 형태도 매우 비슷해서, 고인돌이 한국 고대 건축의 원형임을 알 수 있게 한다. 고인돌 덮개석이 받침석보다 커서 중압감을 갖게 하듯이, 초가 지붕 역시 벽체보다 훨씬 넓어 전체적으로 안정감을 준다.

고인돌이라고 하면 보통 죽은 사람의 시신을 보호하고 제사를 지내는 공간으로 생각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고인돌이 죽은 사람의 영혼을 하늘 나라로 보내는 이별의 공간이라는 점이다. 그것은 왕과 같은 집권자가 죽을 때가 되면 미리 만들어 놓은 평탄하고 넓은 고인돌 덮개석 위에 편안하게 모셔져 죽음을 기다렸다는 사실에서 짐작할 수 있다.
고인돌 위에서 살아 있을 동안 왕은 여러 사람의 시중을 받았고, 숨이 끊어지면 영혼이 하늘로 올라갈 수 있도록 산 자들이 명복을 빌었다. 영혼이 완전히 빠져 나가면 산 자들은 시신을 고인돌 아래 묻고 흙과 돌로 보호했다. 이 때 시신을 안전히 보호하기 위해서 거대한 돌을 사용하되 받침돌 간격을 좁혔다.
지금도 사람이 죽으면 후손이나 친지 가운데 한 사람이 지붕 위로 올라가 고인이 입었던 옷을 하늘 높이 휘두르며 하늘에 고인의 죽음을 알리는 관습이 있다. 이는 고인돌 덮개석에서 하늘로 영혼을 올려 보내던 의식과 맥을 같이하는 것이다. 따라서 지붕은 인간의 영혼을 하늘로 올려 보내는 배웅의 공간이며, 하늘과 인간을 연결하는 만남의 공간이다.

나. 전통 주택 평면의 기운 분석
한국의 전통적인 주택은 모두 一자형 평면에서 좌우로 연장된 ㄱ?ㄴ?ㄷ자 형태로 건물 내부 기운의 분포 상황이 一자형과 같다. 이런 구조는 외관상 실제 면적보다 크게 보이고, 태양 광선에 의한 채광이나 환기가 잘 되며 외부 마당과 연결도 쉽다.

一자형 구조는 오행산으로는 수산에 속하며, 품격으로는 보조격, 체형으로는 약체에 속하는데, 이러한 형태는 중심 부분 깊이가 좁고 좌우가 긴 직사각형을 이루는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좌우로 분산되는 힘은 강한 반면, 중심부에 모이는 힘이 약하다. 일반적으로 중심은 생명체를 유지하는 데 가장 소중한 기운이 모이는 공간이다. 중심의 기운이 약한 건축 공간에서는 사람들이 중심을 잃고 방황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개인주의가 팽배하고 분열과 분당이 계속된다.

건물 전체 길이는 외부와 접촉하는 관계를 뜻하는데, 앞면이 긴 一자형 평면은 외부로 지출이 많음을 나타낸다. 그리고 건물 깊이는 자체 능력을 뜻하는데, 전통 주택 구조는 깊이가 얕으므로 자체 능력이 부족함을 나타낸다. 마치 비어 있는 호주머니 같은 형상이다. 따라서 소득에 비해 지출이 많다.
꽃대와 잎새 두 가지로 구분되는 난초에 비유해 보자. 난초 꽃대의 단면은 원형이며, 잎새는 직사각형을 이루고 있다. 이런 직사각형 평면에서는 생기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생기가 이루어지는 공간은 음과 양의 회전 운동이 일어나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정사각형이나 원형 구조를 갖고 있어야 한다. 또 좌우 기운이 서로 공존하기 위해서는 깊이와 길이 비율이 1 : 2 미만이어야 하는데, 전통 주택은 1 : 3 이상이어서 생기를 이루지 못해 흉가 형태로 구분된다.

다. 음양으로 분석한 한옥 지붕 형태의 상징성
한옥 구조는 크게 벽면과 지붕으로 나뉜다. 이런 한옥 형태를 음양 이론으로 분석하면 벽면은 밑에 있어 음이 되고 지붕은 위에 있어 양이 된다. 음과 양은 기운이 서로 비슷할 때 균형과 발전을 이룬다. 만일 한쪽만 지나치게 크면 균형을 이루지 못한 채 치우치게 되어 발전을 이루지 못한다.
전통 한옥 기와집 구조는 지붕이 벽면보다 훨씬 무겁기 때문에 기운이 지붕에만 모이는 형상을 이룬다. 이런 공간에서는 양이 음 기운을 압도하므로, 양이 모든 권한을 갖게 되고 음은 종속적이게 된다.

기와집은 외관상으로 볼 때도 힘이 위에서 아래로 내려가는 형태를 이루고 있다. 기와집의 하향식 공간 형태는 상하 계급 질서를 상징한다. 왕과 신하는 계급으로 구분되며, 권력은 왕에게 있다. 집안에서는 형제 사이에도 장유유서라 해서 질서를 이루고, 장남은 아버지를 대신해서 다른 형제들을 이끈다. 이처럼 상하 계급 질서에서 힘의 근원을 상부에 두게 된다. 지붕 구조가 비교적 작은 서구식 건축물은 벽체가 구조물의 중심을 이루고 있어서, 외형적으로 벽체는 크게 나타나는 반면 지붕은 크게 보이지 않는다. 이런 형태는 기운이 건물 벽체에서 지붕으로 올라가는 상향식 계급 질서를 뜻하며, 권력이 국민에 의해 만들어짐을 뜻한다.

우리 나라는 양반과 서민의 계급이 뚜렷하고 구분이 엄격했으며, 양반의 세도는 일반 서민들을 학대하는 큰 무기와도 같았다. 누구나 잘살기 위해서는 출세를 해야만 했고, 출세를 하고 나면 감투를 썼다. 그 감투는 곧 절대 권력을 상징했다. 과거 시험은 출세를 위한 가장 확실한 지름길이었으며, 그 시험에 합격하기 위해 농업이나 상업 등 생업에 대해서는 전혀 공부하지 않았고, 공부할 필요도 없었다.
직업도 사?농?공?상 순으로 두어 선비 같이 글을 읽는 사람을 가장 훌륭한 인격으로 보고, 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천하게 여겼다. 이런 현상은 기와 지붕에서 지붕이 이상을 의미하고 벽체는 현실을 의미하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사람을 음양으로 구분하면, 남성은 양이 되고 여성은 음이 된다. 건물에서 높은 곳에 있는 지붕은 양이 되고, 낮은 곳인 벽체는 음이 된다. 조선 시대가 남성 위주 사회였던 것은 유교 사상에 그 원인이 있지만, 풍수로 해석할 때는 한옥 구조와도 무관하지 않다고 보인다. 남성을 상징하는 지붕이 여성을 상징하는 벽체보다 지나치게 높고 큰, 상부가 위주인 공간 형태에서 비롯됐다고 보는 것이다.
한옥 구조에서는 양을 뜻하는 지붕이 음을 뜻하는 벽체보다 기운이 크다. 따라서 마음은 육체의 주인이고 육체는 마음을 담는 그릇으로 보아 육체보다 마음을 중요시했다. 그래서 남자는 지조를 지키지 위해, 여자는 정조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버리는 것을 아까워하지 않았다.

기와로 용마루를 공사할 경우, 용마루 곡선을 자연스럽게 하기 위해 목수는 용마루가 올라설 지붕 양쪽 끝 부분에 새끼줄을 잡고 서서 자연스럽게 늘어뜨린 뒤 그 형태를 따라 용마루를 만든다. 이처럼 자연스럽게 늘어진 곡선으로 용마루를 만들다 보니 외관상 부드러울 뿐만 아니라, 주변 산과도 조화를 이룬다. 그러나 이처럼 늘어진 곡선 형태는 마치 지붕이 무거운 물체에 눌려 땅으로 내려앉는 듯한 모습과도 비슷한 하향성 지붕 곡선을 이루고 있다.
이런 기와 지붕을 산에 비교하면 중심이 처져 있는 산과 같아, 기운이 중심에 모이지 않고 좌우로 분산된다. 중심이 처진 기와 지붕 형태는 국가 운영을 담당하는 중심 위치에 있는 왕의 권력이 허약한 반면, 좌우에 있는 신하가 큰힘을 갖고 좌파와 우파로 분열함을 뜻한다.

한옥 기와 지붕 형태를 ?매화낙지(梅花落枝)? 형국이라고도 하는데, 이것은 매화가 가지에서 떨어져 나가는 형태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꽃의 형태는 꽃을 피우기 전에는 동그란 형태를 이루면서 꽃잎들이 모두 꽃 중심을 향해 곡면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꽃이 만발하게 되면 꽃잎의 끝 부분은 뒤로 넘어가서 곡면 중심부는 꽃의 외부가 된다. 꽃잎은 곡면 중심점을 내부에 갖고 있을 때 생명력이 있으며, 중심점이 외부에 있으면 생명이 없는 낙화가 되는 것이다.
또한 기와 지붕의 처진 곡선 형태는 돛단배의 돛과 같은 모양으로, 바람을 많이 받는 형태다. 돛단배는 바람을 많이 받을수록 빨리 갈 수 있으므로 가급적 바람을 많이 받도록 만든다. 그러나 지붕이 바람을 많이 받는 것은 좋지 않다. 바람을 많이 받는 지붕은 외부에 의해 움직이는 것을 뜻하며, 곧 자기 중심이 상실되는 것을 의미한다.
기와 지붕이 여러 개 모여 있는 형태는 꽃잎이 물에 떠내려가는 ?낙화유수(落花流水)? 형국으로 본다. 떨어진 꽃은 이미 생명력을 잃었는데 그것마저 흘러감으로써 이별과 슬픔을 나타낸다.

이러한 기와 지붕 형태는 사대주의를 낳고, 분열을 낳았다. 집 안에서 중심점 위치가 서로 상반되면 사람이 등을 맞댄 형태를 이루게 되며, 그 결과 의견 충돌과 분열이 발생된다. 국력의 분열 현상은 당파 싸움을 의미한다. 조선 시대 4색 당파는 왕권이 허약한 가운데 분당들의 공론에 의해 이루어졌고, 그 결과 국가는 위태로워졌고 일제 침략이나 한국 전쟁 같은 비극도 일어났다.

미국 노스웨스턴 대학 국제 비교 연구소 소장 브루스 커밍스 씨는 ?한국 전쟁은 무력 침공 이전에, 이미 미국과 일본을 등에 업은 외국 세력파와 민족주의파 사이의 내부 갈등과 모순에 의한 불가피한 사회적 여건에서 그 원인을 찾게 된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기와 지붕에 반해 초가 지붕은 풍수로 보아 매우 좋은 형태를 갖추고 있다. 초가 지붕 형태를 산에 비교하면 주인격, 강체 산이다. 곧 중심력이 강한 구형(球形)을 이루고 있으며, 금산 형태를 이루고 있다. 구형 건축물은 서양 건축물에도 나타나는데, 돔형이 그것이다. 다만 돔형 구조가 지붕 내부를 비워 둔 데 반해, 초가 지붕에는 빈 공간이 없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이런 돔형 구조는 기운이 중심에 모이므로 강한 생기가 발생된다. 이 생기는 사람을 육체적?정신적으로 건강하게 하고, 특히 영적인 능력이 높아지게 한다. 또 뚜렷한 중심 사상과 단결심을 갖게 한다.

초가 지붕의 곡선은 중심이 높고 좌우가 낮아짐으로써, 전체적으로 하늘로 솟아오르는 형태를 이루고 있다. 이러한 구조는 하늘을 숭상하고 하늘의 뜻에 순종하는 종교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또 초가 지붕 처마는 기와집에 비해 훨씬 짧다. 따라서 벽체와 지붕이 음과 양으로 서로 조화를 이루고 있으며, 상하 관계를 유지하면서 화합하는 기운을 갖는다.

라. 기와 지붕과 초가 지붕의 기운에 의한 국민성 차이
기와 지붕은 벽면과 지붕의 구조나 재료가 전혀 달라 변화가 많고 구분이 엄격하다. 특히 기와 지붕 용마루의 가장 높은 부분은 좌우로 분리되어 있어서 중심력을 약하게 하는 한편, 좌우 투쟁을 나타낸다. 그래서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좌파와 우파로 나뉘어 계속 권력 싸움을 벌이게 된다.
기와집에서 지붕과 벽면의 상하식 구분 관계는 산에서 발생되는 수직적 계급 의식과 결합되어 더욱 확고한 상하 계급 의식으로 나타난다. 그 결과 조선 시대의 계급 제도는 지나치게 엄격해서 일반인은 양반과 결혼할 수 없었으며, 양반은 물에 빠져도 개헤엄은 안 할 정도로 계급 의식이 강했다. 특권을 쥐고 있던 양반 계층이 기와집에서 살았기 때문에 이들의 권위 의식이 더욱 강하게 작용했다고 본다.

기와집 지붕은 앞면이나 뒷면이 모두 처지는 곡선을 이루고 있으나, 이들 곡선의 중심점 위치가 각각 다르다. 지붕 앞면의 중심점은 앞면에 있고, 지붕 뒷면의 중심점은 뒷면에 위치한다. 중심점 위치가 서로 상반되는 지붕은 사람이 서로 등을 맞댄 형태를 이루게 되는데, 그것은 사람들 사이에 의견 충돌과 분열을 일으킨다.
그러나 초가 지붕 구조는 상하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서로 알맞은 조화를 이루고 있다. 기운이 한 점으로 밀집하는 초가 지붕 형태는 사람들을 하나로 모은다. 초가 지붕에서 생활하는 일반 서민들은 이웃을 생각하되 순수한 하나의 마음만을 갖고 있었고, 국가와 민족을 생각하는 마음도 같았다. 초가집에서는 가족 사이에 동고 동락하는 따뜻한 인정을 갖고 서로 아끼는 마음이 있었다.
초가 지붕은 송이처럼 하늘을 향해 올라가는 형태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기와 지붕은 아래로 처져 힘없이 땅으로 떨어지는 꽃잎 같아서, 외부와 투쟁할 때 용감하게 돌진하려는 기상이 없이 후퇴하는 패배주의를 나타낸다.

초가 지붕은 둥근 형태로 건물을 부드럽게 감싸고 있고, 이런 형태에선 내부에 중심 기운이 모인다. 그래서 초가집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은 현실 생활에 적응하는 능력이 강하고 부지런하며, 생산적인 활동을 한다. 그러나 기와집은 지붕이 벽에 비해 지나치게 무겁고, 중심이 분산되어 있다. 지붕이 지나치게 큰 형태는 권력 행사가 지나치게 많음을 의미하며, 이것은 곧 권력의 횡포를 뜻한다. 결과적으로 나라를 올바로 이끌어야 할 양반들은 기와집에 살면서 노동과 생산을 천하게 여기고, 공리공론의 문치 위주로 국가를 문약하게 만들었으며, 자주 사상을 갖지 못하고 외세 침입을 자초해 나라를 망하게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2. 현대건축 - 아파트

가. 아파트 공간 형태
도시의 인구 집중, 높은 땅 값, 편리한 내부 시설, 관리의 편리성 등 여러 요인에 의해 차츰 아파트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심지어 최근에는 도시뿐만 아니라 농촌에까지 아파트가 들어서고 있는 실정이다.
공간에서 발생하는 기운은 그 곳에 사는 인간에게 정신적?육체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아파트 공간도 예외는 아니다. 따라서 아파트 공간이 인간적인 분위기를 충분하게 제공하고 있는지 면밀하게 분석해야 하며, 그 결과에 따라 더욱 인간적인 공간을 만들도록 해야 한다.
아파트에 대해서는 단순히 인간을 보호해 주는 공간이라는 도구적 개념이 강하다. 서구의 공간 개념은 그 가치를 물질 측면에서만 찾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인간이 영혼을 갖고 있는 숭고한 생명체듯, 인간에게 생명을 주는 아파트도 혼을 갖고 있는 거대한 생명체다. 집은 사람의 기를 만나 생명을 갖게 되고, 사람은 집의 기를 통해 생명을 얻는다. 따라서 생명력이 없는 공간에서는 인간성도 상실하게 된다.

현대 건축에서 세 가지 중요한 기준은 공간의 기능성, 구조의 안정성, 형태의 아름다움이다. 아파트 내부 공간은 기능 면에서는 많은 성과를 얻었다. 또 건축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안전한 건물을 짓기 위해 노력하고, 아름다운 집, 도시에 맞는 집을 짓고자 한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아파트는 과연 이러한 기능을 모두 갖추고 있는 것일까. 또 기능성과 안정성, 아름다움만 갖추면 완전한 집이 될 수 있을까.
일단 우리가 살고 있는 아파트를 한번 살펴보자. 대부분의 아파트는 단위 세대의 내적인 기능을 향상하며, 가급적 많은 사람들을 수용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만들어진다. 그러다 보니 많은 사람들을 채워 넣기 위한 이른바 ?닭장식? 아파트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아파트 공간 형태가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이나 자연과 조화는 전혀 고려되지 않고 있다.

1) 아파트의 평수
많은 사람들이 아파트를 구입할 때 제일 먼저 생각하는 것이 평수다. 되도록 넓은 평수 아파트를 선호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넓은 평수 아파트는 침실도 많고 주방이나 다용도실 같은 서비스 면적도 넓어서 편리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지나친 물질주의로 인해 아파트 평수를 곧 그 집의 품격으로 판단하는 경우도 있고, 아이들이 아파트 평수에 따라 친구를 사귀기도 하는 웃지 못할 일이 일어나기도 한다.
풍수로 볼 때 가장 이상적인 아파트 평수는 거주자 한 사람당 전용 면적 6평이다. 4인 가족이면 24평이 가장 이상적인 면적이다. 단독 주택과 마찬가지로 아파트도 가족 수에 비해 지나치게 넓으면 공간의 기운에 사람이 눌려 흉가가 된다. 특히 아파트에 비어 있는 방이 있으면 흉사가 자주 일어난다. 사람이 거주하지 않는 방은 냉기가 흐르게 마련이다. 또 빈 방을 두고 있는 것은 경제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다. 어쩔 수 없이 빈 방이 생길 경우에는, 그 방을 옷방처럼 사람이 자주 들어갈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거나, 문을 열어 놓아 사람의 기와 서로 통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파트 200만 호 건설 사업 당시에는 넓은 면적 아파트가 주종을 이뤘다. 그 당시 아파트 한 세대당 사람 수는 3.6인이었다. 그러니 알맞은 아파트 면적은 6×4=24평임은 물론이다. 그러나 아파트 단지에서 24평은 매우 소형으로 취급됐고, 30평 이상 40평 또는 50평, 심지어는 80평형 대규모 아파트를 건설했다. 많은 사람들이 단순히 주거 공간으로만 사용하는 아파트를 이렇게 크게 지었으니 풍수지리적으로 흉가에 속하는 것은 당연하다. 일본 재벌들은 20평 이하 아파트에서 산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한국이 일본 경제를 따라가기 위해서는 최소한 일본보다 작은 아파트를 지어야 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생산과 관련되지 않는 집에 많은 재화를 투입하고 외국과 경쟁에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IMF 이후에도 100평 규모에 값비싼 외국 제품을 사용한 아파트가 인기리에 분양된다는 신문 보도가 있었다. 아파트 한 채가 10억 원이 훨씬 넘었다. 이런 대형 아파트가 많아질수록 불행해지는 사람이 많아질 것이며 불행한 사람이 많아질수록 국력은 약화되게 마련이다. 하루빨리 작은 아파트를 선호하는 생활이 정착되어야 하겠다.

나. 이상적인 아파트 형태
아파트가 명당이기 위해서는 직선형 아파트에서 중심형 아파트로 바뀌어야 한다. 중심형 아파트란 형태면에서 평면에 중심 공간이 있고, 지붕에 정점을 하나 갖고 있으며, 원형이나 정사각형 평면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이것을 산에 비교하면, 주인격이면서 강체의 산으로 생기가 가장 많이 모이는 등고선 형태다.
아름다운 아파트는 자연과 닮은 형태다. 나무는 구조적으로 뿌리?줄기?가지?잎 등 서로 다른 형태의 네 요소로 구성되어 있다. 뿌리는 나무를 지면에서 받쳐 주고, 줄기는 힘차게 솟아오르고, 가지는 줄기에서 여러 개의 작은 형태로 변화하며, 잎은 가지를 위에서 덮고 있다. 나무는 이렇게 수직적으로 4단계 변화를 거쳐 아름다운 형태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산의 명당도 4단계를 거친다. 주산?내룡?입수?혈판 4단계는 완성된 혈을 이루는 기본적인 변화 과정이다.

세계적으로 아름다운 건물의 하나로 꼽히는 그리스 파르테논 신전의 외부 형태는 기단?기둥?박공벽?지붕의 4단계로 구성되어 있다. 또 전통 한옥도 같은 4단계 변화를 이루며 구성된다. 아름다운 건물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4단계, 곧 기?승?전?결의 변화 있는 형태를 이루고 있다. 따라서 아파트도 기?승?전?결 4단계로 구성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금 아파트 구조는 철근과 콘크리트를 사용해 저층에서 지붕까지 같은 크기의 벽체가 수직으로 올라간다. 이는 위로 올라갈수록 변화되는 나무 형태와 비교하면 매우 불안한 형태다.
아파트 건물을 안정된 4단계로 구성하기 위해서는 기단?기둥(벽면)?박공벽?지붕으로 변화가 있어야 한다. 기단이란 건물 주변 바닥을 석재를 이용해서 높이 올려 놓는 것을 말한다. 나무에 비교하면, 기단은 지면 위로 돌출되어 나온 뿌리 부분에 해당된다.
기둥과 벽면은 건물을 수직으로 받들고 있는 외형상 가장 중요한 부분이며 나무에서는 큰 줄기에 해당된다.
박공벽은 기둥 상부에서 기둥과 기둥을 서로 연결하며 지붕을 받쳐 주는 역할을 하는데, 수평선을 이루고 있으면서 수직 기둥과 지붕 중간에서 힘의 완충 작용을 한다. 나무에서는 가지에 해당된다.
지붕은 아파트에서 제일 높은 공간에 위치해 아파트의 기운을 통일시키는 역할을 한다. 지붕의 형태가 아파트의 대표적인 기운을 나타내는 것이다. 이상적인 아파트의 지붕 형태는 ① 생기가 모이는 형태, ② 주변 산과 어울리는 모양, ③ 전통 사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요약된다. 사람과 비교하면 얼굴 역할을 하는 것이 곧 지붕이다. 아파트를 생명력 있는 건물로 만들기 위해서는 지붕을 아파트 평면 크기와 형태에 비례하는 규모로 만들어야 한다.
예를 들면, 지붕 정점을 중심부의 한 지점으로 해서 기운을 중심에 모으는 형태나 처마를 내민 형태, 층계식 피라미드 형태로 주변 산의 형태와 조화를 이뤄 전통 사상과 맥을 일치시키는 형태여야 한다. 좋은 산의 형태는 주인격인 목산과 금산 형태로, 이런 형태는 기운을 중심에 모이게 한다. 아파트 지붕 형태도 산 형태에 의해 목산의 강체형인 피라미드와 같은 모임 지붕이나, 금산의 강체형인 솟은 초가 지붕(돔형)으로 처마를 내민 형태가 이상적이다. 따라서 기존 아파트의 슬래브 지붕에 돌출되어 있는 엘리베이터 기계실이나 물탱크실 등은 지붕 구조 내부에 설치해서 외부에서 보이지 않도록 해야 한다.

중심형 아파트를 만들기 위해서는 기존의 남향 위주 아파트에서 벗어나 동서남북 각 방향으로 배치해야 한다. 남향으로만 배치하다 보면 병풍형 아파트가 될 수밖에 없다. 남향이 무조건 좋은 것만은 아니다. 집이나 산소에서 이상적인 배치 원칙은 남향 배치가 아닌 배산임수 배치로, 산을 등지고 물이 흘러 내려가는 낮은 쪽으로 바라보도록 건물을 배치하는 것이다.
물과 하늘은 모든 기운의 원천이므로, 물과 하늘의 기운을 많이 받는 집이 바로 명당이다. 따라서 무조건 남향을 고집하기보다는 물과 함께 넓은 하늘을 바라볼 수 있는 집을 짓는 것이 곧 명당을 찾는 것이다.
중심형 아파트를 지을 경우 층계나 복도를 중심에 설치해서 채광이나 환기가 부족하거나 독립성을 잃는 단점을 갖게 된다. 그러나 채광과 환기는 전기로 해결할 수 있고, 복도나 엘리베이터를 여럿이 함께 사용하면서 이웃끼리 대화의 폭을 넓힐 수 있는 장점도 있다. 그럼으로써 아파트가 갖고 있는 개인주의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이다.

3. 세계적 명당 서울의 건축물들

가. 경복궁
혁명으로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는 1392년 7월 17일, 그의 나이 58세 때 개성 수창궁(壽昌宮)에서 왕위에 올랐다. 태조는 민심을 수습하고 새로운 국가 기틀을 공고히 하기 위해 과거 세력들이 남아 있는 개성을 피해 새로운 도읍지를 찾아가게 된다.
태조가 처음에 새 도읍지로 정한 곳은 계룡산 아래였다. 그러나 풍수지리로 볼 때 적당하지 않다는 의견에 따라 주춧돌만 남긴 채 취소되었고, 무학 대사의 조언을 받아들여 한양, 곧 서울이 새로운 도읍지로 결정됐다.
한양을 도읍지로 정한 뒤 궁궐 터를 정할 때도 의견이 분분했다. 마지막까지 논의된 것은 무학 대사와 정도전의 안이었다. 무학 대사는 한양 지세로 보아 인왕산을 주산으로 해서 동향으로 지을 것을 주장했고, 정도전은 북악산을 주산으로 남향으로 배치해야 한다고 했다.
태조는 이 두 안을 놓고 고민한 끝에 정도전의 주장에 따라 경복궁(景福宮)을 지었다. 그러자 무학 대사는 국가의 존망이 200년 안으로 위태롭게 될 것이라고 깊이 안타까워하며 왕사 자리를 마다하고 산으로 들어갔다.

경복궁은 태조 3년(1394) 12월 3일 개기제(開基祭)를 지낸 뒤 공사를 시작해 이듬해인 태조 4년(1395) 9월 25일 준공되었다. 그러나 4년 뒤 왕자들 사이에 골육상잔이 일어나자, 한양이 불길하다고 생각한 정종은 수도를 다시 개성으로 옮겼다. 하지만 그 곳에서도 궁궐에 화재가 발생하고 민심이 흉흉해지는 등 정치적?사회적으로 불안한 기간이 계속되었다. 그러자 수도를 다시 한양으로 옮겨야 한다는 의견이 일었다.
이 때 개성에 그대로 있어야 한다는 주장과, 한양으로 옮기되 모악산 아래로 이전해야 한다는 주장, 본래 태조 이성계가 자리잡았던 경복궁으로 옮겨야 한다는 주장 등 여러 의견이 분분했다.

경복궁은 북악산을 중심으로 완만하게 내려온 평탄한 용의 중심맥 위에 임좌병향(壬座丙向)으로 자리잡고 있다. 태조는 경복궁 위치를 결정한 뒤 동쪽에는 종묘(宗廟)를 설치하고 서쪽에는 사직단(社稷壇)을 배치함으로써 전래의 좌묘우사(左廟右社) 배치 양식을 그대로 따랐다. 또 경복궁 남쪽에는 하늘에 제사 지내는 공간인 원구단(圓丘壇)을 만들었다.
이처럼 한양은 경복궁을 중심으로 북쪽에 북악산, 동쪽에 종묘, 서쪽에 사직단, 남쪽에 원구단이 사방 배치를 이루고 있어 평면상으로 경복궁이 십자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다. 이들 여러 공간은 모두 왕이 신에게 직접 제사를 지내는 공간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신에게 제사를 지내는 것은 신성한 일이며, 이런 행사가 이루어지는 공간 역시 신성한 공간이다. 더욱이 왕이 나라를 대표해서 제사를 지내는 곳이므로 가장 신성한 공간이다.
따라서 경복궁을 중심으로 북악산과 원구단을 연결하는 종축과, 종묘와 사직을 연결하는 횡축에 포함된 원형 내부 공간은 조선 왕조에 의해 이루어진 신성 공간이다. 이 공간에서 한양과 조선 왕조를 수호하는 가장 신성한 공간은 북악산이다. 북악산은 한양을 수호하는 진산으로서 가장 상부에 위치하고 있어서, 나라에 어려운 일이 일어나면 이 산에 올라가 기도했다.

 

1) 경회루
경회루(慶會樓)는 경복궁 안에서도 가장 운치 있는 공간일 뿐만 아니라 건물 규모 면에서도 경복궁 정전(正殿)인 근정전을 제외하고는 가장 큰 규모로서, 경복궁을 대표하는 건물로 손꼽힌다. 경복궁은 1412년 건축된 이래 몇 차례 수리와 증축을 거쳐 오늘에 이르고 있는데, 외국사신들 접대 장소외에 과거 시험장, 활 쏘는 장소, 집현관 강의 장소등으로 이용되었다.
경회루는 네모 반듯한 연못에 섬을 세 개 만들고 다시 그 섬 위에 높이 누(樓)를 올린 독특한 공간 형태를 이루고 있다. 이러한 형태는 고유한 철학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먼저 사각형 연못 안에 있는 세 섬은 한국 전통 사상인 삼신 사상을 근원으로 하고 있다. 한국 전통 건축에서 삼신 사상이 나타난 첫 건물은 강화도 마니산 참성단이다. 삼신 사상에서는 봉래산?영주산?방장산 등 신선이 살고 있는 세 산을 ?삼신산?이라고 한다.
경회루 연못의 세 섬은 곧 삼신산을 상징한다. 삼신 사상은 일본에도 전해져 연못이나 정원에 돌을 세 개 세워 놓고 삼신산이라고 한다.

또 경회루는 섬에 세워져 있어 그 곳으로 가려면 다리를 건너야 하는데, 이 다리 또한 세 개로 되어 있다. 세 명의 신[三神] 경회루에 오르기 위해서는 다리가 세 개 필요하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강화도 마니산 참성단도 출입구가 세 개인데, 이 또한 삼신이 각각 출입하기 위한 것이다.
경회루 평면 형태는 정면 일곱 칸, 측면 다섯 칸으로 모두 서른다섯 칸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런 평면에서 가장 중심에 있는 공간은 세 칸이며, 세 칸의 전후좌우에 각각 삼중의 기둥을 두었다. 이 세 공간 역시 삼신을 상징한다.
일부 문헌에는 경회루의 삼신 사상을 천지인(天地人)의 삼재(三才) 사상으로 기록하고 있는데, 이는 삼신 사상을 정책적으로 나타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삼신은 곧 하느님을 의미한다.

경회루는 1층이 돌기둥으로만 구성되어 있고, 기둥 상부에 목조 기둥과 마루를 올린 구조다. 돌기둥 평면 배치 역시 앞면은 일곱 칸이며, 측면은 다섯 칸이다. 가장 바깥에 있는 24개 돌기둥은 사각형인 데 반해, 안쪽에 있는 24개 돌기둥은 원형이다. 이처럼 같은 층에 있는 기둥을 안팎으로 구분해서 서로 다른 형태로 만든 것은 한국의 독특한 신선 사상에서 비롯된 것이다.
천원지방(天圓地方), 곧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나다?라는 말처럼 사각형 기둥 공간은 인간의 공간이며, 원형 기둥 공간은 신의 공간을 의미한다. 따라서 경회루의 공간 형태 변화는 인간 세상에서 신의 세상으로 들어오는 과정을 나타낸다.
2000년 전에 세워진 고인돌 위에는 평평한 돌이 얹혀져 있는데, 왕처럼 신분이 높은 사람이 죽을 때가 되면 이 덮개돌에 모셔져 주변 사람들의 보호를 받으며 죽음에 이르렀다. 그들은 하늘과 가까운 곳에서 죽으면 영혼이 쉽게 하늘 나라로 올라간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경회루의 높은 돌기둥 구조 역시 살아 있는 사람이 신선 또는 하느님과 쉽게 만나기 위해 세운 것으로 분석된다.

경복궁 근정전이 정치를 집행하기 위한 공간이라면 경회루는 인간의 간절한 희망을 성취시켜 주는 공간으로 환희의 공간이다. 경회루에서 풍악을 울리며 연회를 즐기는 동안 인간은 현실 세계를 떠나 신선 세계에 들어갈 수 있다. 신의 공간에 도달하려는 목적은 삼신의 공간에서 하느님 뜻을 바르게 받아 인간 세상에 고루 펴 홍익 세상을 만드는 데 있었으며, 이것은 곧 단군의 개국 사상과 일맥상통한다.
한양에서 가장 중요한 공간을 삼신 사상을 상징하는 형태로 만든 이유는, 한양이 하느님을 숭배하는 공간이며 한양을 하늘의 뜻을 이어받는 지상의 천국으로 만들겠다는 건국 의지를 나타내려 했기 때문일 것이다. 다만 이러한 사실을 표면적으로 남기지 못한 것은 하늘을 직접 섬기지 못하도록 하면서 큰 나라 구실을 한 중국의 영향이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2) 근정전
근정전(勤政殿)은 왕이 신하들에게 조하(朝賀)를 받고 국왕 즉위식이나 공식 대례(大禮)를 행사하는 정전으로서, 경복궁을 대표하는 가장 큰 건물이다. 근정전 평면 구조는 정면 다섯 칸, 측면 다섯 칸이고, 지붕은 중층으로 기단 위에 세워져 있다. 기단은 2층으로 각 방위에는 12지(支) 석상이 조각되어 있다.

 
근정전 정면에는 신하를 직책에 따라 배열하는 널찍한 마당인 명당이 있으며, 근정전과 명당 주변 사면에는 회랑이 둘러싸고 있다. 이 회랑은 안과 밖을 차단함으로써 근정전 안을 근엄하고 신성한 분위기로 만들어 주고 있다.
이렇듯 근정전을 중심에 두고 사면이 회랑으로 둘러싸여 있는 공간 배치는 한국 고대부터 내려온 전통 건축 양식으로, 하느님을 숭배하는 삼신 오제 사상에 근거한다. 사면에 있는 회랑은 동서남북의 수호신, 곧 청룡?백호?주작?현무를 말하며, 이 사면 건물은 근정전까지 포함해 다섯 방위를 이루게 된다. 중앙 근정전에 앉아 있는 왕은 사면을 지키는 신들의 호위를 받으며 하늘의 뜻을 모든 백성들에게 펼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그러므로 근정전의 공간 형태는 삼신 오제 가운데 오제 사상을 상징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한편 근정전 바로 뒤에 있는 사정전(思政殿)?만춘전(萬春殿)?천추전(千秋殿)은 삼신을 상징한다. 이 중 사정전은 근정전과 같은 중심 축 위에 있고, 다른 두 건물은 근정전을 향하고 있다. 삼신의 상징적인 공간 형태는 천일?지일?태일로 구분한다. 중심에 있는 건물이 태일이 되고, 동쪽에 있는 건물은 천일, 서쪽에 있는 건물은 지일이 된다.
따라서 중심에 있는 사정전은 태일에 속하고, 만춘전은 동쪽의 양에 해당되어 천일을 의미하며, 천추전은 서쪽의 음에 해당되는 지일을 의미해서 삼신당이 된다.

나. 종묘
종묘(宗廟)는 경복궁에서 동쪽으로 1.2km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으며, 왕가의 신위를 봉안한 곳이다. 왕은 국가의 중요한 일을 결정할 때마다 종묘에 먼저 보고했고, 신하들과 의결한 뒤 시행했다. 이처럼 국가적으로 매우 중요한 공간인 종묘가 우리 나라에 처음 나타난 것은 삼국 시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록에 따르면 신라는 남해왕 3년(6)에 시조묘(始祖廟)를 세운 것으로 되어 있고, 고구려는 대무신왕 3년(20)에 시조동명왕묘(始祖東明王廟)를, 백제는 온조왕 원년(기원전 18)에 동명왕묘(東明王廟)를 세웠다.

조선 태조는 경복궁이 완성되기 전에 친히 답사한 뒤 종묘 터를 잡았고, 1394년 공사를 시작해 이듬해 9월 완공될 때까지 공사 현장에 자주 나가 독려하는 등 큰 관심을 보였다. 종묘가 왕이나 국가에 상당히 중요한 건물이기 때문이었다.
종묘가 완공되자 태조는 개성에 있던 자신의 고조?증조?조부?아버지 등 4대 신위를 옮겨 와서 봉안했으며, 이후 태조부터 27대 순조에 이르기까지 역대 왕과 왕비 신위가 이 곳에 봉안되었다. 선조 25년 왜군이 침입해서 왕이 피난길에 올랐을 때도 종묘의 신위는 개성을 거쳐 평양까지 함께 했다.

다. 사직단
사직단(社稷壇)은 경복궁에서 서쪽으로 0.9km 떨어진 인왕산 능선 위에 자리잡고 있다. 인왕산이 경복궁의 백호이므로 백호 자락에 자리잡고 있는 셈이다.
사직단은 사단(社壇)과 직단(稷壇) 두 단을 합쳐 부르는 것으로, 사단은 국토의 신을 모시는 단을 말하고 직단은 오곡의 대표를 모시는 단을 말한다. 사단은 동쪽에 있고, 직단은 서쪽에 있다.
사람은 나라가 평안하고 곡식이 풍성해야 살아갈 수 있다. 그러므로 땅의 신과 곡식의 신은 사람이 생활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그래서 왕은 모든 국민을 대표해 이 곳에 와서 국토의 신과 곡식의 신에게 직접 제사를 올린 것이다. 이러한 의식은 일찍이 삼국 시대부터 시작되었다.

라. 원구단
원구단(圓丘壇)은 왕이 하느님에게 직접 제사 지내는 제천 공간으로서 태종 11년(1411)에 축설했으며, 경복궁 남쪽 1.4km 지점에 위치해 있었다. 그러나 1914년 일본이 이 곳에 조선 호텔을 세우는 바람에 철거되고 말았다. 다만 원구단에서 제사를 지낼 때 사용하던 신위판(神位版)을 봉안하던 황궁우(皇穹宇)만 남아 있는데, 이것이 지금의 조선 호텔 옆에 있는 3층짜리 팔각정 건물이다.

1897년 고종이 대한 제국 황제에 즉위하기 앞서 하늘에 제사를 올린 곳도 이 곳이다. 이와 같이 국왕 즉위식이나 제천 행사 등을 치른 만큼 실제로는 원구단이 종묘나 사직단보다 더 차원 높은 공간이었다. 왕이 하늘에 제사 지내는 것을 원구제(圓丘祭)라고 하는데, 원구제의 역사는 단군 이래 몇천 년을 이어 내려온 민족의 전통이었다.
기록에 따르면 고려 성종 2년에도 하느님과 오제(五帝), 곧 청제?적제?황제?백제?흑제를 모두 함께 모시는 원구단을 세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세조는 세조 3년(1457)에 정월 15일을 제천일로 정하고, 의복을 갖추고 원구단에 올라가 하늘에 제사를 지냈다고 한다. 그러다가 세조 10년(1464) 이후에는 원구제를 지내지 못한 것으로 전해지는데, 아마도 외부 압력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기록에 따르면 고려 우왕 11년(1385), 명나라에서 온 사신은 한국 전래의 하느님 숭배 사상에 대해 ?중국의 천자는 하느님을 직접 모실 수 있으나, 그보다 신분이 낮은 제후국 왕은 하느님을 직접 모실 수 없고, 다만 하느님보다 신분이 낮은 산천에나 기도해야 한다?고 위협한 것으로 전해진다. 또 일제 시대에는 한국 고유 신앙이 강압적으로 말살됐고, 오직 일본의 신사(神社)만을 유일한 종교로 받들 수 있었다. 그리고 이후에는 서구의 신앙이 들어왔고, 하느님을 숭배하는 사상은 차츰 약화되고 말았다.
오늘날 원구단 자리의 초라한 팔각정 건물은 마치 잃어버린 독립 국가의 혼과 같아 국가의 앞날을 더욱 불안하게 만든다.

마. 사대문
태조 이성계는 한양을 외적의 침입으로부터 보호하기 쉽도록 주위에 성벽을 높게 쌓았다. 성벽 중간에는 사람과 물자가 통행하도록 대문을 여덟 개의 설치했다. 각 대문 정면에는 대문의 이름을 쓴 현판을 붙였는데, 이들 대문 이름에는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 다섯 글자가 사용되고 있다. 인의예지신 다섯 글자는 음양 오행 사상 중에서 오상(五常)이라고 하여 사람이 하늘의 뜻을 따라 반드시 지켜야 할 도덕적 기준을 말한다.

서울 동쪽에 있는 대문, 곧 동대문의 명칭은 흥인지문(興仁之門)인데 가운데 글자인 인(仁)은 오행 이론으로 볼 때 동쪽을 의미한다. 남대문의 명칭은 숭례문(崇禮門)으로 예(禮)는 오행상 남쪽을 나타낸다. 서대문의 명칭은 돈의문(敦義門)으로 의(義)는 오행의 서쪽을 나타낸다. 그리고 북쪽에 있는 대문의 명칭은 홍지문(弘智門)으로 지(智)는 오행의 북쪽을 나타낸다. 사대문 중심에 있는 종루 명칭은 보신각(普信閣)인데 가운데 글자인 신(信)은 오행상 중심을 나타낸다. 보신각에는 큰 종을 달아 인경이라 하고, 밤에 스물여덟 번, 새벽에 서른세 번을 쳐서 통행 금지와 해제를 알렸다. 이는 오상 중에서 신의가 가장 중요함을 뜻한다. 이처럼 서울 사대문과 중심 건물 이름의 가운데 글자를 모으면 ?인의예지신?이 된다.
오행 사상은 삼신 오제 사상이 변화된 철학 이론이다. 한양의 대문 명칭을 오행 글자로 정한 것은 조선이 하느님을 숭상하고 삼신 오제 사상을 국가 종교 이념으로 신봉했다는 사실을 잘 나타내고 있다. 하느님을 숭상하는 삼신 오제 사상은 상고 시대부터 조선 시대까지 전해 내려온 민족 고유 종교인 것이다. 당시만 해도 불교나 유교 같은 외래 종교가 국가적인 종교가 아니었다는 점에서 사대문과 보신각은 우리에게 중대한 의의를 전달하고 있다.

[참고문헌]
1. 『풍수지리와 건축』, 박시익 지음 / 출판사 경향신문사, 1998.
2. 『한국의 풍수지리와 건축』, 박시익 지음 / 출판사 일빛, 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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