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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의 정체성 확립, 용어 정리부터

세칸 2007. 8. 24. 13:26

가구의 정체성 확립, 용어 정리부터

강신우  서일대 생활가구디자인과 교수

 

 

일제시대와 6.25전쟁을 겪으면서 한국의 전통가구들이 많이 훼손당하였고 손실을 입어 남아있는 목가구들도 실생활에서 쓰이기보다는 수집가들의 수집품으로, 일부 가정에서의 장식소품 등의 용도로 쓰이고 있다. 또한 전통 목가구에 대한 현존 기록과 고가구의 실물이 많이 전해지고 있지 못한 이유와 기록에 대한 연구나 서적이 거의 없어 전통 목가구에 대한 고유기술의 전술과 습득이 어려운 상황이며, 그로 인한 우리나라 가구제작의 풍토 또한 어떤 기반이 없이 선진국의 가구기술이 들어와 정체성을 찾기 힘들다고 할 수 있겠다.

그 단면을 찾아볼 수 있는 예로, 가구를 제작하는 업체에서 사용하고 있는 용어들이 거의 외래어들을 많이 사용하고 있는데, 가구제작의 실무현장에서 쓰이고 있는 용어 자체가 영어, 일본어 등 국적이 불분명한 용어들이 많이 사용되고 있는 것을 찾아볼 수가 있다. 또한 가구업체마다 사용되고 용어에서도 서로 다른 점을 보이는 경우도 많이 있으며, 의견차이가 많음을 볼 수가 있다. 

 

소파의 경우, ‘기다시(木出し)소파’는 일본어로 ‘나무를 보이게 하다. 나무가 돌출되다’의 뜻에서 유래된 말로 디자인 측면에서 볼 때 나무가 많이 돌출된 소파를 일컫는 용어이고, ‘반기다시(半木出し)소파’는 ‘반 정도의 나무를 보이게 하다’의 뜻으로 약간의 나무가 돌출되게 제작된 소파를 말한다. 또 ‘소바리(祖張り)소파’는 ‘펼쳐서 땡기다’는 일본어의 뜻을 가지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가죽이나 패브릭으로 감싸진 소파를 가리키는 말이다.

 

이런 말들은 가구공장이나 영업점 등에서 흔히 사용되고 있는 말이지만, 일본사람들에게도 이러한 용어를 물어보면 전혀 모르고 있는 단어들을 우리 가구제작 현장에서는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장롱’의 부분을 가리켜 말하는 용어에서도 뒤판을 ‘우라(うら)’로, 측판을 ‘가와(かわ)’, 설전을 ‘마이다(まいた)’로 일컬어 부르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처럼 많은 외래어들이 우리 가구제작 현장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어 가구기술의 전술과 교육을 위해서도 하루 빨리 가구용어를 쉽고 사용에 편리한 우리나라말로 정립할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우리나라 가구 시장은 약 5조에서 많게는 10조까지의 규모로 보고 있는데, 이처럼 규모가 큰 우리나라 가구시장에 기초적인 가구용어 자체도 통일되어 있지 못하고 정확하지도 않은 일본어를 사용하고 있는 것을 보면 안타까움이 느껴지고 있는데,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다방면으로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가구를 제작하고 디자인하는 가구업체와 관련분야 종사자들의 노력과 개선하려는 의지가 무엇보다 필요하고, 가구산업의 발전을 위해서 기초적인 가구용어부터 정리하여 사용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아름답고 소중한 전통가구의 장점을 잘 전술, 보전하고 접목함을 기반으로 하여 기술력을 키우고 산학협동을 이뤄 가구산업 발전의 밑거름이 될 수 있도록 나아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