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VC 바닥재의 바통을 넘겨받은 목재 바닥재 시장이 성장기에 진입하는 무렵, 관심은 벽체로 옮겨간다. 벽지를 비롯해 패브릭, 가죽, 대리석 등이 아트 월이라는 개념으로 벽을 장식했다. 벽지를 제외한 기타 소재가 유행에 따라 부침이 있던 것에 비해 벽지는 우리나라에서 벽을 장식하는 가장 전통적이고 보편적인 벽재(壁材)의 대표주자로 행군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가 잊고 지냈던 벽 마감재가 있다. 바로 나무다. 흔히 루버(louver)로 불리는 얇고 긴 형태의 월 패널이 근래의 친환경화와 고급화 물결을 신명나게 타고 있다. 가장 대중적인 벽지와 떠오르는 월 패널, 지금까지 제로섬(zero-sum) 법칙에 있었던 두 소재의 관계를 소상히 밝힌다.
대중화된 종이 [벽지]
가장 친숙하고, 대량생산 가능, 시공성도 우수
“나무, 페인트, 패브릭, 대리석, 가죽 등 타 소재들과 달리 벽지가 보편화될 수 있었던 것은 가장 오랫동안 사용돼 우리에게 친숙한 이유에서지 않을까요.
” 벽 마감재라 하면 으레 벽지가 연상되는 ‘벽지의 대중화’에 대한 DSG대동월페이퍼 영업기획마케팅 양인식 부장의 말이다.
같은 회사의 디자인실 박선지 실장이 발표한 ‘한국벽지 디자인 변천에 관한 연구’에 의하면 우리가 벽지를 사용하기 시작한 정확한 시점은 조선시대 초기부터다.
또한 이 논문에서는 시대별 변천사에 따른 벽지 발전과정 챕터를 통해 대중화의 원인을 명쾌하게 규명하고 있다.
박 실장은 “오늘날처럼 벽지가 대중화될 수 있었던 데는 ‘주택이 대형화되고 아파트 건물이 양적으로 증가’하는 것에 따른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벽 마감재로써 벽지가 가장 적합한 소재로 주목받았다”며 이에 대한 이유에 대해서는 “규격화된 대량생산이 가능하고 비교적 시공이 용이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1963년경 낱장 벽지에서 롤(roll) 벽지가 처음 생산되고 합지벽지라고 불리는 엠보스 벽지, 실크벽지로 통칭되는 염화비닐 벽지 등의 신소재가 개발되면서 벽지시장은 도약기를 맞는다.
특히 비닐계의 발포벽지는 그때까지 볼 수 없었던 방음효과와 입체적인 볼륨감을 특징으로, 대량 공급되는 아파트의 거친 실내 벽면을 커버하기에 충분했다. “벽체 은폐력은 벽지발전의 기틀을 마련한 중추적인 요소”였다는 의견은 벽지와 목재관련 업체 관계자들로부터 들려오는 공통적인 근거 제시다.
1984년 벽지업계는 거실, 침실, 아이방 등 용도별로 디자인하기 시작했다. 아시안·올림픽 게임과 해외여행 자유화 등 세계화 물결 이후에는 안정기에 접어들어, 지금의 벽지시장은 디자인 발전에 있어서 어느 때보다 치열한 경쟁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최첨단 트렌드 도입, 디자인 아이콘으로 부상
2006년 현재, 벽지시장의 상품 차별화는 ‘디자인력’으로 점철된다. 국내 벽지업계는 첨단 트렌드를 빠르게 도입함으로써, 해외와 디자인 트렌드 속도를 나란히 하고 있다. 수입벽지를 취급하고 있는 모 디자인 실장은 “올해부터는 시즌마다 발표되는 패션 트렌드를 곧바로 벽지에 응용시키고 있다”고 말한다.
벽지업계는 정기적으로 1년에 두 번 신제품을 출시하는데, 이번 하반기 신제품의 디자인 트렌드는 ‘클래식·미니멀·내추럴의 다변적 접근’이다. 클래식 스타일은 장식과 절제의 양면성을 갖는다.
완벽한 아름다움을 완성시키기 위한 오뜨 꾸뛰르 정신이 되살아나고, 균형 있는 절제의 미를 완성시키기 위해 순수한 형태와 라인의 단순함을 통한 모던 클래식이 제안된다. did 측은 “화려하고 우아한 스타일이 현대적으로 재해석돼 절제된 화려함을 보인다”고 이 테마를 설명한다.
두 번째는 감성이 터치되는 미니멀이다. 미니멀의 강한 라인과 형태는 미래적이면서도 차갑지 않은 인간적인 감성으로 표현돼 보다 유연해진다. 마지막 내추럴 스타일은 인공이 가미돼 더 세련된 내추럴리즘이다.
상상에 의한 인공적 컬러, 디테일이 가미된 표면처리가 나무, 잎사귀, 돌 등의 사실적 형태와 결합돼 더욱 세련되고 신비스러운 느낌으로 표현된다.
벽지시장 양극화 뚜렷해져
국내벽지시장은 전체 3000억 정도의 규모며, DSG대동월페이퍼·LG화학·did·우리벽지·신한벽지·코스모스벽지·GNI개나리벽지·샬롬벽지 등의 업체가 시장에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는 특히 양극화가 극명해져 DSG대동월페이퍼·LG화학·did 3개 회사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라는 게 관련 전문지의 견해다.
소재로 분류되는 벽지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다. 종이벽지, 비닐벽지, 직물벽지, 금속박 및 질석의 무기질 벽지, 코르크 등의 목질계 벽지가 있고, 이 하부에 다시 약 21개 정도로 세분화된다.
이중 대중성을 띠는 벽지는 종이벽지계의 합지벽지와 비닐벽지계의 염화 비닐벽지다. 물량적으로는 합지벽지가 많으며 금전적으로는 염화 비닐벽지가 가장 많은데, 판매가는 각각 평당 3000~6000원, 8000~20000 원 선이다.
떠오르는 나무 [월 패널]
25여 년간의 공백기, 가격 비싸고 시공 까다로워
나무는 떠오르는 차세대 마감재다. 루버를 포함한 월 패널에 대한 시장성에 목재 관련자들은 긍정적이고 밝은 표정을 드러낸다. 특수목의 루버를 1군 건설업체에 납품하는가 하면, 편백나무 등으로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합판이나 MDF를 이용한 새로운 디자인을 연구해 인테리어 자재로서의 활용범위를 넓히고 있다.
월 패널이라는 이름으로 벽을 마감하는데 사용되는 목재의 종류는 심미성과 기능성의 비중에 따라서 자작나무 합판이나 MDF에 장식성을 준 데코패널, 루버, 상업공간에 주로 쓰이는 수납 시스템형의 스페이스 월 등이다.
보통 루버가 가정용 월 패널로 전통적으로 사용돼왔고, 데코패널과 스페이스 월은 근래에 개발돼 상업공간에서 사용되고 있다.
주택 인테리어 시장에서 루버는 약 25년의 공백기간을 갖는다.
1970년대 말까지 단독주택 공급량이 아파트보다 많았던 때는 적삼목 소재의 루버 또는 합판에 무늬목을 붙인 인테리어 패널 등이 시공된 주택이 많았다. 즉 1975년부터 1994년까지 벽지업계가 도약기와 번성기를 맞이하는 동안 월 패널은 벽 마감재로써 거의 잊혀지는 품목이었다.
월 패널이 벽체 마감재의 2순위가 된 데에 업계 관계자들은 벽지 소재 대비 복잡한 시공성, 높은 가격대, 천연 소재가 갖는 디자인 표현의 한계 및 유지보수의 어려움 등을 문제점으로 지적한다.
월 패널 마감은 보통 목대라 부르는 각재를 바둑판 형태로 설치하고 그 위에 패널을 부착시킨다. 또한 패널 부착 후에는 최종 표면마감 공정이 한 번 더 필요하다. 콘크리트 벽면에 바로 시공할 수도 있지만, 벽 미장이 평평하지 않아 시공 후 마감 면이 고르지 않고 하자발생의 요인도 된다.
아론물산 맹언식 대표이사는 “루버는 몰탈 과정 없이 바로 목대를 설치하고 시공하는 아이템으로 오히려 다른 소재보다 인건비가 절감되고 공기가 단축될 수 있으나, 국내에서는 잘못 인식된 것 같다”고 아쉬움을 토로한다.
루버 소재로써 현재 국내에서 사용되는 수종은 레드파인 등 소나무 종류와 스프러스, 적삼목, 편백나무, 티크, 월넛 등이다. 보통 향이 나는 연질의 침엽수가 사용되고 있는데, 홈우드 영업부 이성호 상무는 “12% 미만 정도의 함수율을 맞춰주면 모든 수종이 월 패널로 사용이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중가로 대중성을 띠는 수종은 레드파인과 스프러스다. 평당 판매가가 38000원에서 45000원 선으로, 벽지보다 비싸다. 이에 맹언식 대표는 “고가의 수입벽지가 평당 15만 원 선까지 하는데, 방충효과와 인간과 가장 가깝다는 친환경성 등을 비교한다면 비싼 것만도 아니다”고 거론한다.
또한 목재 관계자들은 “루버가 원목으로 제작되기 때문에 아무래도 하자발생의 요인을 안고 갈 수밖에 없다”며 “건설업체가 이것을 감안하고 대량으로 수주하기는 힘든 결단일 것”이라고 현실적으로 부딪히는 월 패널의 한계점을 지목한다.
루버는 몰딩이나 등박스 등을 제작하는 몰더(molder)기를 보유하고 있다면, 생산이 가능해 시장진입이 쉽다. 전국에 크고 작은 루버업체가 약 200여개 정도일 것이라는 추측이 있으나, 비교적 큰 규모로 재고량을 보유하며 제품개발연구로 경쟁력을 쌓고 있는 업체는 태원목재, 홈우드, 아론물산, 인팩코리아, 대통마루 등으로 좁혀진다.
특수목ㆍ다운된 가격 토대로 시장 확대 강구
월 패널 업계의 근래 동태는 이 시장의 트렌드를 짐작할 수 있게 한다. 적삼목 루버가 주요생산 품목이었던 태원목재는 재가공 형태의 월넛과 티크 루버를 개발, 두산위브와 제니스에 납품했다.
‘인테리어 월’이라는 브랜드로 판매되고 있는 이 제품은 최종 마감이 된 상태로 출시돼 작업공정을 줄이면서도 특수목 사용으로 높은 인테리어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영근 부장은 “특히 1군 모델하우스는 국내 인테리어 트렌드를 선도한다는 점에서 그 파급효과에 기대를 걸어볼만하다”고 말한다.
스웨덴 GAPRO 루버를 1995년도부터 수입하고 있는 아론물산 맹운식 대표이사도 “10여 년 전에 비해 수입량이 확실히 증가돼, 이제는 본사도 한국시장을 인정하고 있다”고 자신한다. 아름마루는 근래 건강소재로 각광받는 편백나무를 루버로 제작, 회사의 전략상품으로 등단시키고 활발한 영업활동을 벌이고 있다.
영업부 김길남 상무는 “피톤치드 효과가 있는 편백나무 루버는 주로 아이들의 공부방과 거실 등에서 사용되는데, 건강 기능성으로 인기가 높다”고 말한다. 같은 회사 마루사업부 유재원 부장도 “예년에 비해 개인 소비자의 문의가 늘고 있는 점은 루버시장에 부는 큰 변화”라고 덧붙인다. 홈우드도 ‘경쟁력 있는 가격대 형성’ 전략을 수립하고 루버시장 확대에 분투하고 있다.
또한 대붕실업은 올해 5월 말 신개념의 인테리어 월 ‘핀아트’를 출시했다. 핀아트는 물리적 강도가 높고, 가공 절단면이 아름다운 자작나무 합판의 장점을 응용한 것. 표면을 천연 페인트로 마감하고 CNC가공으로 패턴을 낸 후 오버코팅 처리해 유치원, 실버타운 등 환경에 민감한 소비자가 거주하는 공간에서의 사용이 기대된다.
방염코리아에서 선보이고 있는 탬바보드는 MDF에 입체 곡면을 낸 후 패턴을 넣어 인테리어 내장재로서의 새로운 접근을 보이고 있다.
목재 업자들은 “월 패널에 대한 수요가 분명히 증가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에 관련해 한 벽지 관계자는 “친환경화와 다각화된 소비취향으로 인해 전보다 벽지시장이 약간 축소됐다”고 말한다. 한마디로 좁혀진 벽지시장의 일부에 월 패널을 비롯한 기타의 소재가 들어올 자리가 마련된 것이다. 유행은 돌고 돈다는 말처럼, 벽체 마감재로서 월 패널 시장이 재도약할 시점이 도래했다.
출처 : http://www.woodkorea.co.kr/
장영남 기자 chang@wood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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