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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재산업 ‘제3의 전환기’ 돌입하다

세칸 2007. 8. 15. 23:50
제재산업 ‘제3의 전환기’ 돌입하다
 
제재소 감축 원인은 시장경기 위축 아닌 과잉 공급 탓
수요 성숙기 맞은 지 오래, 생산성 없는 업체 무너질 것

 
최근 건설경기의 부진으로 건설업체의 연이은 부도는 제재업체들이 문을 닫게 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이와 같은 현상을 보고 업체들은 “시장이 어려워 제재산업도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시장경기의 탓이 아닌 제재산업 구조의 변화일 뿐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국내 제재산업은 세 번째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는 의견이다. 한 제재업체 관계자는 뉴질랜드 라디에타파인을 예로 들어 세 번의 전환기를 설명했다.
 
 뉴질랜드는 자국의 라디에타파인을 연간 1800만㎥가량 생산해 내고 있다. 이 중 800만㎥을 수출하고 있는데, 주로 한국과 일본, 중국, 인도 등으로 수출하고 있다. 한때 한국이 가장 많이 수입했을 때 연간 400만㎥를 수입한 적이 있다. 400만㎥를 꼭지점으로 한 뒤 점점 떨어진 수입량은 이제 연간 280~300만㎥로 최근 몇 년간 이 수치를 유지하고 있다. 그는 이를 두고 시장이 ‘성숙기’를 맞았다고 했다. 이 상태는 수요가 안정됨을 보이며, 더 늘지도 않고 줄지도 않는 상태라는 것. 적어도 획기적인 신규시장이 형성되지 않는 한 안정적이라는 말이다.
 
이렇게 안정적 시장을 형성한 뒤 찾아온 변화가 바로 ‘제 3의 전환기(the third turning point)’라고 명명할 수 있겠다. 그는 2년 전만해도 전국 1000여 개에 달하던 제재소가 현재 500여 개로 추산되며, 앞으로 400개 이상 떨어져 나갈 것으로 판단하는 이유를 바로 이 제 3의 전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전환기의 주기가 대략 10년 정도라며 첫 번째 전환기를 설명했다. 예전 제재시장은 수많은 제재소가 자율경쟁을 하며 가격을 형성했다. 그야말로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가격이 결정지어진 것. 이 가운데 생겨난 대량 생산업체는 다수의 소형 업체들이 만들어낸 가격에 따라 맞춰가는 형태였다. 소형업체들이 100을 부르면 90을 부르는 정도였다. 대형 업체의 시장 점유율도 5~6%여서 중소형 업체들과의 공존이 자연스러웠던 것. 그는 이때를 첫 번째 제재산업의 전환기로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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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는 대형 제재업체의 성공사례를 통한 또 다른 대형업체의 등장이다. 이 때 형성된 3~4개의 신규 대형업체들은 시장 전체 공급량의 20~30%를 차지하며, 소형업체들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한정된 수요에 공급이 늘어난다는 것은 소형업체들에게는 그만큼 부담이 컸고, 부실한 소형업체들이 문을 닫는 결과를 낳았다. 또 그와 함께 시장의 가격결정권은 대형업체로 옮겨갔다. 이 시기를 제 2의 전환점이라고 부를 수 있겠다.
 
제 3의 전환점은 현재 진행 중이다. 대형 제재소가 마치 유행처럼 우후죽순으로 늘어나기 시작해 시장의 60~70%를 차지하고 있다. 이와 함께 소형업체는 급격히 줄어가고 있는 것이다. 대형업체가 늘어나다 보니 이제 그들끼리의 경쟁도 무시할 수 없게 됐다. 이는 가격에서 큰 문제를 낳고 있다. 대형업체의 가격보다 낮출 수 밖에 없는 소형업체들은 저가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게 된 것이다.
 
그는 이 시점에서 ‘4(four)·40(fourty)구조론’을 주장했다. 대형 제재소 4개와 중소형 제재소 40개가 뉴송을 취급하는 제재시장의 가장 이상적인 구조라는 것이다. 이 둘은 대형이 약 70%의 시장을 형성하고 나머지 중소형 업체들이 30%를 차지한다는 이론으로 중소형 업체들은 연간 3만㎥의 생산능력을 지닐 정도는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4·40구조에 남아있기 위해 제재업체에게 3가지를 주문했다. 첫째는 자가 공장으로 적어도 3000~4000㎡의 부지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는 월 2500~3000㎥의 목재를 처리하기 위해 필요한 원목을 직하할 공간이다. 둘째는 생산성이다. 생산성은 생산량과 다른 의미다. 같은 비용으로 생산이 얼마나 효율적이고 효과적인가에 대한 고민과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이러한 시스템 구축은 여러 가지 방법이 있을 것이며, 기업의 문화와 작업환경, 복지수준 등의 정착 및 개선이 그 예일 것이다. 마지막은 경영자의 마인드다. 사실 앞의 두 가지를 결정짓는 가장 큰 요소일 수 있다. 중소형업체들에게 볼 수 있는 현상으로 소위 ‘땅장사’를 하려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경영자의 마인드 안에서는 제재소의 안위는 장담할 수 없는 것이다.
 
 
 
  
한국목재신문  김태영 기자 young@wood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