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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에서의 온돌

세칸 2007. 8. 15. 02:43

아파트에서의 온돌

 


우리나라 건설기술 가운데 우리의 기술로는 어떤 것이 있는가? 라고 물으면 나는 주저 없이 온돌기술이라고 말하고 싶다. 여기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아무도 없으리라 생각된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의 고유기술인 온돌기술은 어느 수준에 이르고 있는가? 라고 물으면 나는 다소 머뭇거리게 된다. 건설기술인의 한 사람으로서 참으로 숙연한 생각이 든다. 왜 그럴까? 그것은 그 우수성과 중요함은 알아도 그것을 지속해서 발전 계승하려는 노력이 부족한 탓이 아닐까 반문하게 된다.

오늘날 온돌은 일반주택뿐만 아니라 아파트에서도 없어서 안되는 필수적인 난방장치로 되어 있다. 지금은 온수온돌이 일반화되면서 전통온돌의 특징인 아랫목과 윗목의 개념이 사라진지 오래지만 어찌 되었든 온돌은 우리나라 주거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고유하고도 자랑스러운 건축기술인 것이다. 서구의 건축기술의 범람에도 불구하고 전혀 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유리한 기술인 것이다. 과거 서구 기술이 들어오면서 주택에서도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온돌만큼은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물론 초기 아파트에서부터 온돌이 적용된 것은 아니다. 초기 아파트인 마포아파트와 한강아파트에는 온돌이 아닌 서구식 라지에타방식이 적용된 적도 있다. 혹자는 이때를 일러 그 당시의 분위기가 우리의 고답적인 좌식생활을 버리고 새로운 생활방식으로 받아들여진 입식생활로 바꾸려는 과정에서 온돌난방이 걸림돌이 된데 기인한다고 얘기하고 있다. 그러나 한 기술자로서 생각해 보면 오히려 그 당시 기술의 한계라고 여겨진다. 60년대 초 국내의 아파트 건축기술은 거의 서구의 기술을 답습하는 단계라 생각된다. 이에 아파트는 서구의 주거양식으로 우리 고유의 전통난방방식인 온돌을 적용하는데 있어서 아무런 준비가 되어 있지 못한 상황인 것이다. 다시 말해서 그 당시에도 일반주택에서는 과거 아궁이에 구들을 이용한 온돌구조가 널리 보급되고 있었지만 초기 아파트에는 접목하는데 많은 기술적 어려움이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는 60년대 후반부터 건설된 아파트에 부분적이나마 온돌방을 적용하기 시작하면서 80년대 중반부터 건설된 대부분의 아파트에서는 모든 실에 온돌을 설치하고 있는 것을 볼 때 아파트에 온돌을 적용하려는 노력이 꾸준히 지속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무튼 어떤 연유인지는 잘 몰라도 온돌이라는 문화는 우리나라 사람에게 버릴 수 없는 하나의 생활양식이고 삶의 터전인 양 인식되어 왔다.

시대적으로 많은 변화 속에서도 계속해서 이어온 온돌을 지금의 다른 건설기술과 비교해 볼 때 그 수준이 참으로 안타까운 점이 많다. 현재 국내의 모든 주거형태의 건물, 예를 들면 아파트를 비롯해 일반주택, 주상복합건물, 오피스텔 등에서 난방방식의 기본은 온돌이 적용되고 있다. 설계적인 측면에서 냉방장치는 고려하고 있지 않아도 난방으로 온돌 설치는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시공적인 측면에서는 건축기술과 설비기술이 혼재하여 적용되고 있어 온돌에서 요구하는 성능을 종합적으로 실현하는데 한계가 있고 하자 발생시 책임소재가 불분명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온돌공사에 있어서 구성층 시공은 건축부문이 담당하고 배관이나 컨트롤 설치는 기계부문이 담당하는 등 시공기술이 이원화되어 있는데서 야기되는 문제라 여겨진다. 또한 제도적인 측면에서 살펴보면 과거 관련 법규에서는 ‘온돌의 구조’ 등을 명기하여 성능을 향상시키고 기술발전을 위한 근거가 되었지만, 현 단계에서는 관련 법규나 기준이 하나도 없는 실정이다. 단지 온돌구성층에서의 단열규정, 그리고 최근 층간 소음규제에 대한 사회적 이슈에 힘입어 바닥충격음 저감성능에 대한 법규만 제정되어 있을 뿐 온돌을 계승 발전하기 위한 어떠한 종합적인 성능 기준이나 법규가 구비되어 있지 않다.

이 모든 상황을 외국과 비교해 볼 때 더욱 더 안타깝다. 온돌이 그리 널리 보급되고 있지 않은 독일이나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온돌공사만을 전담하는 전문시공업체가 즐비하고 관련법규나 기술기준 등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기술개발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져 있는 상태이다. 선진국에서는 대부분 온돌이 다른 난방방식에 비해 고급 난방방식이며, 저가의 난방장치가 아닌 고급 주택에서나 적용할 수 있는 고가의 난방장치로 취급되고 있다. 그래서 인지 오히려 이들 나라에서는 우리를 부러워하고 있다. 아무리 온돌의 종주국이라고 해도 체계적인 기술 하나 없는 나라에서 모든 주거건물에 온돌을 적용하고 있는 것을 보고 부러워하다 못해 의아하게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한 가지 현상만을 보더라도 우리의 기술인 온돌기술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더 나아가 지금부터라도 우리는 온돌기술을 어떻게 계승 발전시켜야 할지를 생각하게 해 준다.

자!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 우리의 자랑스러운 건축기술인 온돌을 이렇게 취급해도 좋은가? 아니 온돌기술이 너무나 보편화되어 있고 일반화되어 있어 그 중요성을 모르는 것일까? 아닐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온돌의 중요성과 기술개발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더구나 온돌관련 기술개발도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 무엇이 문제일까? 몇 십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온돌기술이 제자리인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은 뭐 때문일까? 아마도 그것은 그 많은 연구나 기술개발이 이루어져 왔지만 아직도 우리의 온돌기술이 ‘바로 이것이다‘라고 규명되어 있는 성능기준이나 규격이 정비되어 있지 않은데서 오는 느낌이 아닌가 생각된다.

지금부터라도 우리 고유의 건축기술인 온돌에 대한 우수성과 중요성을 재인식하고 현대 주택에 보다 효과적이고 기능적으로 우수한 난방시스템으로 정착하기 위하여 관련 분야의 종합적인 기술개발 및 관련 기준의 정비가 절실히 요구된다.

 

[이 글은 대한주택공사 주택도시연구원의 책임연구원인 김종엽님의 글로 단국대학교 건축대학 김남응 교수의 주거문화연구실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