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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돈 ·되’ 쓰면 새달부터 과태료

세칸 2007. 8. 11. 04:21
 

                                    ‘평·돈 ·되’ 쓰면 새달부터 과태료

 


[한겨레] ‘평’이나 ‘돈’ 같은 비법정 계량 단위를 사용하면 과태료를 물리는 개정 계량법이 7월1일부터 시행됨에 따라 시장에서 당분간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평은 아파트와 땅 등 부동산 시장에서 사실상 공식 단위로 정착된 터라, 소비자들이 적응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뭐가 바뀌나?=이미 1961년부터 계량법에 따라 법정 계량 단위의 사용이 의무화돼 있었다. 계량법은 평·마지기·에이커(넓이), 자·리·피트·야드(길이), 홉·되·말(부피), 근·관·돈·온스(무게) 등 비법정 단위의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이번에 달라지는 것은 이를 어길 경우 5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정부가 본격적으로 단속을 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연간 상거래 규모가 300조원에 이르는 상황에서 1%의 계량 단위 오차만 생겨도 3조원의 부정확한 거래가 일어날 수 있다”며 “공정한 상거래 질서와 산업 선진화를 위해 단속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상거래와 관련 땐 ‘평→㎡’,‘돈→g’으로 써야
위반시 50만원 부과…‘홍보부족’ 혼란 예상돼


산업자원부는 비법정 단위 가운데 1단계로 평과 돈의 사용부터 단속하고 그 대상을 단계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평의 경우 일단 대기업과 공기업을 단속하고, 중소 건설사와 부동산 중개업소, 부동산 정보업체들은 정착 여부를 좀더 지켜본 뒤 단속할 방침이다. 돈은 일반 금은방이 모두 단속 대상이다. 그러나 상거래와 관계없이 일상 생활에서 평이나 돈을 쓰는 것은 제재를 받지 않는다.

정부는 특히 평에 대해서는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기로 했다. ‘평’은 일본이 1900년대 초 우리나라 땅의 면적을 재려고 들여온 단위다. 개정 계량법 시행을 앞두고 건설사들이 최근 소비자들의 불편을 줄인다는 명분으로 기존의 평형과 비슷한 ‘형’과 ‘타입’을 쓰고 있는데, 산자부는 이것도 단속하기로 했다. 다만 시행 초기 혼란을 피하기 위해 광고 본문 하단에 ‘100㎡는 과거 30평형에 해당한다’는 식으로 주석을 다는 것은 허용하기로 했다.

어떤 혼란 있을까?=공인중개사협회는 올해 초부터 관인계약서에서 ‘평’ 단위를 삭제했다. 인터넷 부동산 정보업체들도 다음달부터 단위를 ㎡로 바꾸기로 했다. 부동산 정보업체인 ‘
부동산114’의 김희선 전무는 “건축물관리대장과 등기부 등 자료를 근거로 평을 ㎡로 바꾸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다음달 초 인터넷상의 모든 면적 표기를 ㎡로 바꿀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오랫동안 평이 쓰여온 관행 탓에, 단속 대상이 아닌 일선 부동산 중개업소들은 평을 계속 쓸 것으로 예상된다. 당분간 평과 ㎡가 혼용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처럼 국민 생활과 밀접히 관련된 사안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정부의 홍보가 미흡하지 않았느냐는 비판이 나온다. 산자부는 지난해 11월부터 올 2월까지 라디오 광고를 하고, 학교와 행정기관 등에 책자 및 유인물을 배포한 게 전부다.

또 홍보가 부족했는데도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위반 업체엔 5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되는데,
지방자치단체장 등이 정상을 참작해 50%를 가감할 수 있다.

김진태 산자부 표준품질팀장은 “주의장과 경고장 발부를 거쳐 과태료를 부과하게 된다”며 “영국은 2001년부터 야드와 파운드를 완전히 못 쓰게 하면서 1천만원 가까운 벌금을 물렸고, 일본은 400만원 정도의 과태료를 물린다”고 말했다.
 
최종훈 김영희 기자 dor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