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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결 모양의 건물 어지럽진 않을까

세칸 2008. 4. 11. 15:10

물결 모양의 건물 어지럽진 않을까

실내는 일반 상자형과 똑같아… 외장 꾸미는 데는 돈 더 들어

 

이현석·건축구조기술사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 인근에 출렁이는 물결과 항아리 모양의 빌딩이 들어선다. 서울시는 최근 건축위원회를 열고 서초구 서초동 1316-19번지 일대와 1317-23번지 일대에 각각 23층, 24층 규모의 업무용 건물을 신축하는 계획을 통과시켰다. 본지 3월 13일자 보도

바깥벽이 물결 형태를 이루는 건물의 원형(原型)은 보통 상자형 건물과 같다. 이 상자형 건물에 층별로 바닥면의 길이를 달리해 바깥쪽으로 연장한다. 아파트 옆면에 있는 발코니가 동서남북 방향으로 지그재그로 나와있는 형태를 연상하면 된다. 연장된 그 끝 면을 유리로 감싸면 외부에서 볼 때 물결형 건물처럼 보인다.

그래서 사실 물결형 건물은 상자형 건물의 옆면에 덧살을 붙인 것에 불과한 것이다. 계단, 엘리베이터, 배관, 전기 등의 내부 구조도 상자형 건물의 내부 구조와 같다. 배관이나 전기 등은 밖으로 튀어나온 부분에 맞게 연장하기만 하면 된다. 건물 외벽이 울퉁불퉁한 대만의 '타이베이 101' 빌딩도 위에 설명한 방식과 비슷하게 설계, 시공됐다.

보통 건물과 내부가 비슷한 만큼 물결형 건물의 기본 건축 비용은 상자형 건물과 비슷하다. 다만, 외장을 꾸미는 데는 돈이 더 든다. 물결형 건물의 외부 전체가 곡면이기 때문에 건물 바깥을 덮는 유리나 타일과 같은 외장재도 곡면으로 시공해야 한다. 이런 특별한 형태의 외장재는 정확한 시공을 해야 하기 때문에 시공비가 비싸진다.

 

서울 강남역 인근에 드어설 예정인 물결형 건물(조선일보DB) / 겉모습이 울퉁불퉁한 대만 '타이베이 101' 빌딩(블룸버그) 

 

만일 이런 물결형 건물이 사무용이 아니라 주거용 아파트였다면 각 층마다 세대와 방 배치, 구획 등을 따로 해야 한다. 이런 경우에는 각 층마다 돌출된 면적을 염두에 두고 다르게 설계해야 한다.

하지만 서울시가 건축을 승인한 서초동의 물결형 건물은 사무용이다. 사무용 건물은 입주 전까지는 칸막이도 없는 텅 빈 공간이다. 실제 그 공간을 쓸 입주자가 칸막이와 내장 공사를 하고, 공간을 짜는 것이다. 다만 물결형 외장을 만드는 덧붙인 공간은 건물을 버티는 굵은 기둥에 가려진 형태가 돼, 실제 쓰기에는 안 좋은 공간이 될 수 있다.

물결형 건물 안에서 멀미가 느껴지진 않을까?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 멀미를 느끼려면 물결처럼 일렁이는 모습을 건물 안에 있는 사람이 느껴야 하는데 건물 안에서는 바깥 모습을 볼 수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