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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한명을 위해 폐교를 되살리다

세칸 2008. 4. 11. 04:34

아이 한명을 위해 폐교를 되살리다

日, 40명 사는 산골마을 하바레 주민들 요청에 14년만에 문열어

 

'어린이 한 명을 키우기 위해서는 마을이 필요하다(It takes a village to raise a child).' 미국의 민주당 상원의원 힐러리 클린턴이 육아에 대한 공동체와 정부의 역할을 강조하며 인용해, 유명해진 아프리카 속담이다.
실제로 지난 8일 일본에선 40명이 사는 산골 마을이 어린이 1명을 위해 14년 동안 문을 닫은 분교(分校)를 다시 열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오이타(大分)현 우사(宇佐)시의 산골 마을인 하바레(羽馬?) 지구에 있는 미나미인나이(南院內)초등학교 하바레 분교는 8일 14년 만에 수업을 재개했다. 선생님 1명, 학생 1명. 우사시 교육위원회가 이 동네 어린이 에토 기사키(衛藤紀?·6)양을 위해 1994년 휴교(休校)한 분교 문을 다시 열기로 결정한 덕분이다.

8일 14년 만에 다시 문을 연 일본 오이타현의 산골 마을 하바레 분교 앞에 서 있는 에토 기사키(6)양. 마이니치신문 제공 기사키(6)양.

 

1899년 설립된 이 분교는 한때(1957년) 학생 수가 28명에도 달했지만, 젊은이들이 도시로 빠져나가면서 신입생이 사라졌다. 하바레 지구는 65세 이상이 주민의 절반이 넘는 전형적인 '한계 집락(限界集落·주민들의 고령화로 사회적 공동체 유지가 어려워진 곳)'이다. 하지만 휴교 후에도 본교 선생님들이 정기적으로 1층짜리 분교 교사(校舍)를 구석구석 걸레질하고, 주민들도 810㎡ 정도의 교정에 난 풀을 제거하며 깨끗하게 관리해 왔다. 니시닛폰(西日本)신문은 "언젠가는 학교가 다시 문을 열 날을 기대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기사키양을 위해 분교를 열어달라고 요청한 사람은 어머니 도시미(壽?·30)씨였다. "본교와 분교가 7㎞ 떨어져 있고, 집에서 학교로 가는 버스 정류장까지 길이 멀다. 군데군데 아이 혼자서는 걸어갈 수 없는 벼랑과 언덕길이 많고 민가(民家)가 없다. 맞벌이 부모가 아이 등·하교를 돌보는 것은 불가능하다" 등의 이유를 들었다. 교육위는 현장을 답사해 기사키양의 등·하교 환경을 확인한 뒤, 분교 문을 다시 열기로 했다.

기사키양의 수업은 혼자서 할 수 없는 체육과 음악, 운동회 같은 행사를 제외하곤, 3학년까지 분교에서 1대 1로 진행된다. 본교인 미나미인나이 초등학교의 이마이 게이코(今井敬子) 교장은 일본 언론에 "(기사키양에게) 어떤 교육을 시킬 것인가를 생각하면 마음이 두근거린다"고 말했다. 기사키양 담임은 본교의 베테랑 여자 선생님으로 결정됐다고 마이니치(每日)신문은 전했다.

기사키양은 11일 본교에서 열리는 입학식에 역시 분교 선배인 증조할머니(84)가 선물한 빨간 '란도셀'(일본 초등학생이 사용하는 가방)을 메고 참석할 예정이다.


도쿄=선우정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