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도 나무는 호흡을 한다.

겨울에도 나무는 호흡을 한다.

 

 

 

 

앙상한 가지에 하얀 눈이 소복이 내려앉을 때마다 생각하는 바가 많다. 말없는 나무의 인내심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또 얼마만큼 견딜 수 있는 것일까? 겨울을 견뎌내는 나무는 언제나 인간보다 몇 수 위라는 생각이 든다. 아마도 나무들은 혹독한 겨울이 지나면 희망의 새봄이 옴을 알기에 견딜 수 있는 것이리라. 나무들은 이 추운 겨울을 어떻게 무사히 지나는 것일까?

그것은 나무를 포함한 모든 식물이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다량의 물을 몸속에 저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물은 계절에 따라서 농도와 성분이 다르며, 어는 과정이나 세포막의 성질, 세포액의 침투압 정도의 변화가 추위에 견디는 힘을 결정하게 된다. 또한 기온이 0℃ 전후로 내려가면 당 성분이 급속하게 높아지게 된다. 겨울에도 나무는 호흡을 한다.

 

나무가 겨울동안 호흡을 하며 살아 갈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뜨거운 지난 여름 광합성을 통해 필요한 양분을 차곡차곡 저장해두었기 때문이다. 어린소나무의 경우, 봄에 약 20여일 정도 광합성을 하면서 만들어진 영양분으로 일년을 생장할 수 있는 힘을 얻으며, 그 힘의 일부를 저축하여 추운 겨울을 나기위해 최소한의 호흡을 하면서 견딘다.

겨울철 추위에 대한 나무의 저항력은 수종에 따라 확연히 다르다. 한 나무 안에서도 잎 부분과 가지부분, 줄기부분이 서로 다르며, 나무줄기도 지상부분과 꼭대기 부분에 따라 현저한 차이가 난다. 겨울 숲의 커다란 낙엽송은 아랫가지에 영양분과 수분을 없애고 마르게 하여 바람이 불 때 가지를 떨어뜨림으로써 체중 조절을 하는 전략으로 살아간다. 따라서 겨울 숲을 거닐거나 등산을 할 때는 반드시 창이 달린 방한모를 쓰는 것이 좋다. 추위로부터 몸을 보호하기도 하지만, 때때로 나무에서 떨어지는 가지 때문에 사람이 다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겨울 숲의 나무들은 지역에 따라서도 차이가 나지만 해발고도에 따라서도 사는 전략이 다르다. 같은 시기에 같은 나무를 심어도 계곡부의 나무는 울창하게 아름드리로 자라는 것을 볼 수 있지만, 능선부의 나무는 눈보라와 비바람을 견디며 힘겹게 분재처럼 자라기도 한다. 이 나무들을 보면서 인간의 나약함과 자연의 강인함을 동시에 느끼는 겨울이 되었다.

 

권태원/청옥산 자연휴양림관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