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유가ㆍ高운임… 목재산업 근간 바꾼다
영세제재업 - 붕괴 가속, 고급 목재 소비시장으로
목재가격 해상운임 비율 33%에서 66% 껑충 뛰어
무자년 목재업계의 겨울은 유난히 춥다.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대를 돌파했다. 인도 및 중국 등 신흥국가들의 무서운 목재소비로 인한 벌크선박 부족으로 해상운임이 수직 상승했다. 콘테이너선박 운임도 덩달아 올랐고 북미는 그 수량도 부족한 실정이다. 뉴송, 소송, 미송, 각종 남양재 등 원산지를 불문하고 생산가는 높아졌지만 판매가는 진척이 없다. 목재산업의 위기론까지 거론되는 가운데, 업계 관계자들은 “목재가격에서 해상운임이 차지하는 비율은 1/3 수준에서 2/3가 됐다”며 “이 같은 유가 및 운임 상승은 내외부적인 여러 요소들과 맞물려 ‘목재 소재의 고급화’를 촉진시킬 것”이라고 예상했다.
고급 목재시장 형성 운임 비중이 높아지면 기업체는 상대적으로 운송비를 차치할 정도로 고수익을 더 남길 수 있는 고급목재로 눈을 돌리게 된다. 특히 소득수준의 향상으로 주택시장은 친환경화가 정착돼가고 있기 때문에 고급목재 시장형성이 불가능하지 않다는 견해다. A 업계 관계자는 “가령 특수목은 어차피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운반비 포지션이 크지 않다. 현재 아프리카 산이 운반비가 높아져 특수하게 쓰이는 몇 가지 수종만 소량으로 들어오게 된 것처럼 지금과 같은 저가주도형 목재시장은 아프리카와 같은 현상이 나타나게 될 것”이라며 “소송의 경우는 거리상의 이유로 현재 가격이 안정세에 있지만, 원목수출세 인상을 단계적으로 적용시키고 있기 때문에 더 지켜봐야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B 업계 관계자는 “방부목 시장도 약품처리된 것보다 천연 데크재로 흐르고 있다. 원목 및 제재업 시장도 가설재 등의 산업용이 아닌 구조용 목재를 수입하는 식으로 변해갈 것으로 보인다. 우리 회사만 해도 전체매출의 40%까지 차지하던 뉴송이 작년에는 10%까지 떨어졌다”고 밝혔다.
관성의 법칙, 시장유지 위의 친환경화와 더불어서, 새로운 건축공법·가구제작기법·인테리어 시공법, 신소재 개발 등 기존 목재시장을 대체하는 새로운 목제품이나 타 산업의 신제품 개발도 빠르게 진행된다. 이러한 총체적인 현상이 유기적으로 결합되는 가운데, 현재의 목재시장을 잃지 않으려는 업체들의 힘이 작용됨으로써 그 규모는 유지될 것이라는 의견도 뒤따랐다.
C 업계 관계자는 “그간 오일파동으로 몇 차례 목재가격이 뛴 적이 있었다. 이에 가구시장은 합판에서 MDF로, 문틀은 나왕 및 메란티에서 미송으로 돌아섰다. 창틀은 알루미늄이나 플라스틱 시장에 빼앗겼고 철도 침목도 직선은 콘크리트가 대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목재가 목재로 옮겨간 것이고, 또한 목재를 대체하는 PVC, 철강, 콘크리트 등의 타 소재 역시 고유가에 의한 어려움은 마찬가지이므로 목재산업이 축소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자성의 목소리도 높아 상품개발보다 가격경쟁에 매달려온 결말을 톡톡히 치루고 있는 오늘과 같은 현실을 자성하자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뉴송, 소송 등을 수입하고 있는 F 업체 관계자는 “동해 북평산업단지에서 우리 회사의 원목수입량은 정상을 달린다. 시장 영향력이 있는 회사에서 원가상승분을 선구적으로 반영시키면 다른 업체도 당연히 뒤를 이을 것이라 믿었다. 12월에 홍보하고 1월부터 실행에 옮기려했지만 동참하는 곳이 없어 물거품이 됐다”며 “3~4군데가 일제히 홍보하기만 해도 판매가를 올릴 수 있는데 뜻을 같이 하는 곳이 없다”고 한숨지었다. 목재계 한 원로는 “기업이든 개인이든 외적변화보다 내적변화가 더 빠를 때 살아남을 수 있다. 얼마만큼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변화를 모색해왔는지 반성해야할 때”라고 말했다.
고유가,제재업 구조조정 앞당겨
제재산업에게 고유가·고운임은 설상가상을 넘어 풍전등화 형국을 낳고 있다. 현재 소형제재업체는 보드까지 생산하는 대형 제재업체의 출현으로 입지가 더욱 좁아진 상황이다. 원가상승은 소형제재업체의 채산성을 더욱 악화시켜 제재산업 내의 구조조정을 가속화시킬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뉴송 원목 선박 운임은 60%까지 올랐다. 새로운 돌파구를 찾지 않은 이상 자연 도태될 가능성은 매우 높아 보인다.
모 업계 관계자는 “성숙기는 더 이상 시장이 확대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제재산업은 무르익은 성숙시장임에도 이미 공급이 수요를 넘어섰다”며 “어느 목재업계 원로가 말했던 것처럼 4개의 대형제재업체와 40여개의 중소형 제재업체만이 살아남는 시대가 현실화되고 있는 것 같다”고 우려를 표했다.
장영남 기자 chang@wood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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