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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꽃 향기 따라 떠나는 제주 '맛섬' 기행

세칸 2008. 3. 11. 09:30

봄꽃 향기 따라 떠나는 제주 '맛섬' 기행

 

흔히들 제주의 별미로 갈치, 고등어, 흑돼지 등을 꼽는다. 하지만 이제는 전국 어느 곳을 가도 같은 메뉴의 음식을 즐길 수 있다. 때문에 제주를 찾는 외지인들은 또 다른 미식거리를 찾기 마련이다. 제주 토박이들은 봄철 입맛 돋우는 별미로 각재기국과 깅이죽, 찹쌀들깨옹심이를 적극 추천한다.

 

작은 바닷게 갈아 키토산 풍부 - 깅이죽

 

깅이죽  

 

제주에서 맛볼 수 있는 죽으로는 전복죽, 소라죽 등을 떠올리기 십상이다. 하지만 제주에는 이에 못지않은 맛난 죽이 있다. '깅이(게)죽'이 바로 그것이다.

깅이는 제주도 사투리로 '작은 게(방게)'를 이른다. 제주 해안가에서 돌멩이를 들추면 쉽게 잡을 수 있는 바닷게의 일종이다. 깅이는 바위게과에 속하며 몸의 색깔이 암록색이며 등딱지의 길이가 3cm에 이른다.

제주 사람들은 이 깅이를 잡아 볶아도 먹고 튀겨도 먹는다. 해녀들은 보신용으로 죽을 쑤어 먹는다. 키토산 덩어리로 기운을 내는 데 영양만점의 보양식이기 때문이다. 깅이죽(7000원)은 방게를 민물에 하루쯤 둬서 해감을 한 후 생으로 찧어서 즙을 짜고 체로 걸러낸 뒤 물을 붓고 죽을 쑨다. 깅이죽은 제주도내에서 두 가지 명칭으로 불린다. 성산포 및 동부지역에서는 '갱이죽', 제주시 일원에서는 '깅이죽'이라 부른다.

제주시 용담3동 제주공항 담장 옆 모메존 식당(064-711-0585)은 제주 토박이들이 알아주는 깅이죽집이다. 규모는 오두막처럼 작지만 직접 물질도 하는 해녀 한수열씨(52)의 푸짐한 인심까지 어우러져 아름아름 미식가들이 찾는 곳이다. 게가 살이 오른 5~6월 한씨가 직접 성산, 세화 등 동쪽 바다에 나가 일년 동안 쓸 깅이를 잡아온다.

구수한 게 맛에 쌀알과 함께 느껴지는 게 껍질의 질감이 특징이다. 여기에 갓 담근 포기김치를 곁들이면 다른 반찬이 필요 없다. 선인장 백련초 부추 등을 갈아 반죽에 섞어 고운색깔을 낸 깅이칼국수(5000원)도 별미다.

 

전갱이로 끓인 탐라 최고 해장국 - 각재기국

 

각재기국 

 

전갱이를 제주에선 각재기라 부른다. 등푸른 생선으로 생김새가 고등어보다는 납작하고 청어보다는 통통하다. 육질의 부드럽기는 삼치와 견줄만하다.

제주의 술꾼들은 최고의 해장국으로 각재기국(5000원)을 꼽는다. 배추와 된장을 푼 뚝배기에 전갱이 한 마리를 넣고 바글바글 끓여 낸 국물맛이 시원구수하다.

제주 최고의 각재기국집으로는 제주시 일도2동에 있는 돌하르방식당(064-752-7580)을 꼽을 수 있다. 76세 현역 주방장 강영채 옹이 20년 넘도록 각별한 손맛을 발휘하고 있는 집이다. 맛의 비결은 옛날 방식을 그대로 고수하고 있다는 점. 여타 화학조미료를 쓰지 않는 것도 맛을 차별화하는 비법 중 하나다. 된장으로 끓여 비린 맛이 덜해 처음 맛보는 경우에도 거부감이 없다.

이 집은 인심이 후하기로도 정평이 나 있다. 고등어조림, 한치회무침, 야채 등 기본 반찬은 무제한 리필. 3명 이상이 오면 1만5000원짜리 고등어구이가 공짜다. 특히 배추잎에 매운 고추를 썰어 넣은 멸치젓과 '촐래'(자리젓에 무를 넣고 졸인 것)를 올려 쌈을 싸먹는 것도 별미다. 주문을 하면 고등어회맛도 볼 수 있다.

워낙 이름난 집인 데다 영업시간이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로 한정돼 있어 늘 성시를 이룬다.

 

들깨 웰빙식… 서울 단골 더 많아 - 찹쌀들깨옹심이

 

찹쌀들깨옹심이 

 

제주시 노형동 한라수목원 앞에 자리한 '연우네(064-712-5646)'는 제주보다도 서울 단골이 더 많다는 집이다. 이 집은 들깨를 곧잘 쓴다. 대표 메뉴도 찹쌀들깨옹심이, 녹차들깨수제비다

들깨를 곱게 간 국물에 새알을 빚어 걸쭉하게 끓여낸 찹쌀 들깨옹심이(7000원)는 부드럽고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수목원을 한바퀴 둘러보고 맛보는 웰빙식에 건강까지 다 챙기는 기분이다. 제주에는 서광다원 등 대규모 녹차밭이 산재해 있다. 제주산 녹차가루를 밀가루 반죽에 섞어 들깨국물에 수제비를 끓여 주는 녹차들깨수제비(5000원)는 고소하면서도 녹차 특유의 깔끔한 뒷맛이 특징이다. 10년 넘게 들깨죽을 끓여 온 안정숙 사장의 봄 동 샐러드도 미각을 일깨운다. 된장과 두부로 만든 소스가 새콤 상큼한 맛을 낸다.

 

스포츠조선 김형우 기자
입력시간 : 2008.02.13 09:53 / 수정시간 : 2008.02.13 17: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