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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 폭등에 엇갈린 희비

세칸 2008. 3. 12. 09:04
金 폭등에 엇갈린 희비

돌잔치 선물에서 금반지 사라지고 금은방 폐업 속출
은행가엔 투자 문의 폭증… 거래량 작년의 4배까지

 

지난 1월 20일 서울 시내 S호텔에서 회사원 김모(33)씨의 둘째 아들 돌잔치가 열렸다. 하객은 40여명. 돌잔치가 끝난 후 김씨에게 돌반지(금반지)가 몇 개나 들어왔나 물었다. 김씨는 “이번엔 가까운 친척만 돌반지 다섯 개를 선물했다”며 “2년 전 첫 딸 돌잔치에는 열다섯 개 이상 들어왔었다”고 말했다.

2년 전 돌반지 가격은 8만~8만5000원 선. 현재 돌반지 가격은 12만원 이상을 호가한다. 이처럼 돌잔치 때 선물용 돌반지 대신 현금이나 상품권을 주는 경우가 늘었다.

돌반지의 대체 선물 수요도 늘고 있다. 최근엔 유아용 14k 목걸이나 팔찌가 인기다. 14k 유아용 목걸이 가격은 10만원대 미만에서 10만원대 중반까지 다양하기 때문에 선택의 폭도 넓다. 목걸이 뒷면에 아기 이름, 전화번호 등을 새길 수 있어 미아방지용으로도 쓸 수 있기 때문에 돌반지와 가격은 비슷하더라도 실용성이 있다는 게 고객의 수요가 느는 이유다.

 

서울 시내 한 백화점의 귀금속 매장에 금반지가 진열돼 있다. / photo 뉴시스  

 

돌 반상기(유아용 식기 세트)의 판매도 급증하고 있다. 1월 23일 행남자기에 따르면 올 초 들어 한 달도 채 안됐는데 돌 반상기의 주문량이 3000세트를 넘어섰다. 작년의 경우 한 달에 1000세트 정도 나가던 제품이었다. 돌 반상기 세트인 ‘뚜뚜’나 ‘라피나’는 가격이 한 세트에 7만원대여서 12만원대인 돌반지보다 부담이 적기 때문이다.

반면에 금값 상승의 타격을 고스란히 받은 곳은 금은방이다. 금 수요가 늘어 금값이 오른 게 아니라 국제 금값 상승에 따라 국내 금값이 올랐기 때문에 가격이 오르자 수요가 줄어든 것이다. 금은 국내에서 전남 해남의 은산광산 등에서 소량 생산될 뿐,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지난 1월 22일 종로 3가 귀금속 거리는 결혼 예물을 고르러 나온 고객들이 대부분이었다. 예전엔 커플링을 사려는 젊은층이나 돌반지를 구입하려는 사람들로 붐볐다. 매장에 표시된 금 도매 가격은 3.75g에 10만9670원, 소매 가격은 12만6000원이었다. G사의 김모 사장은 “1년 전만 해도 하루에 돌반지를 1~2개 정도 팔 수 있었지만 이제는 일주일에 한 개 정도 판다”고 말했다.

결혼 예물도 정해진 예산에 맞추기 때문에 판매량은 줄었다는 게 업체들의 얘기다. 패션 귀금속 전문업체 미니골드 관계자는 “커플링의 경우도 판매량이 줄고 있다”며 “진주 등 금 외에도 다양한 소재를 이용한 제품을 개발해서 금값 상승에 따른 원가 압박에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종철 귀금속판매업중앙회 부장은 “금값이 최근 빠르게 오르면서 현상 유지가 안 되니까 문 닫는 걸 고려하는 업체가 늘어나고 있다”며 “일부 변두리 지역의 금은방은 회비(월 1만원)를 내는 것도 부담스럽다고 한다”고 말했다. 실제 단성사 인근의 J귀금속도매상가는 20여개의 매장 중 입구 매장 등 3개가 비어 있었다. A금은방 주인은 “문을 열어 놓기는 하지만 손님이 뚝 끊겨 사실상 휴업 상태”라고 말했다.

 

은행에서 판매하는 골드바. / photo 이태경 조선일보 객원기자  

 

선물용 금반지의 수요는 줄었지만 금 투자에 대한 관심은 늘어나고 있다. 신한은행에 따르면 연초 이후 지난 1월 17일까지 은행을 통한 금 거래량이 1890㎏에 달했다. 신한은행의 작년 월 평균 금 거래량은 963㎏이었다. 거래량이 4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장선호 신한은행 상품개발부 차장은 “금 투자에 대한 고객 문의가 폭증하고 있다”며 “최근 주식 시장이 급락하는 등 금융 시장이 혼란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금이 대체 투자처로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2003년 국내 은행권에선 최초로 금 투자 상품을 선보였다.

‘신한골드리슈 금적립’은 1월 15일 기준으로 기간별 수익률이 1개월 13%, 3개월 19.88%, 6개월 36.43%다.

금 관련 펀드에도 자금이 모이고 있다. 금 관련 펀드는 금광 업체 등 금값 상승으로 이득을 보는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다. ‘기은SG골드마이닝’ ‘SH골드파생상품’ 등 금 관련 펀드에 들어있는 자금이 지난 1월 18일 현재 682억원이었다.

이는 1주일 전에 비해 53억원이 늘어난 액수다.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1월 22일 기준으로 연초 대비 투자 수익률이 기은SG골드마이닝은 2.3%, SH골드파생상품은 5.2% 선이다.

국민·하나은행 등은 국제 금값 상승률에 따라 금리를 더 주는 예금을 출시했다. 국민은행의 ‘KB리더스정기예금 골드’는 작년 278억원어치가 팔렸다. 국민은행은 오는 2월 4일까지 금값 상승에 따라 최고 연 30%의 금리를 주는 ‘KB리더스정기예금 골드가격연동 8-1호’를 한시적으로 판매하는 등 올해에도 금 관련 예금을 꾸준히 출시하고 있다.

기업은행 등도 곧 금 관련 예금을 출시할 예정이다. 한국투자증권 등 증권사도 2월 초 국제 금값 상승에 따라 수익을 내는 금 관련 파생상품연계증권을 내놓을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금 투자의 방법으로 금 실물을 구입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금 실물은 부가가치세(10%) 등 거래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생각한 것만큼 투자 수익률이 나오지 않는 단점이 있다. 1월 22일 종로3가 귀금속 업체들에 문의한 결과 금 소매가격은 3.75g에 12만6000원이었지만 되파는 경우엔 9만2000~9만3000원 정도 받게 된다.

업체들은 소매가격에는 부가가치세와 소매업체 마진 등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같은 가격에 되살 수는 없다고 한다. 금 실물을 사서 되파는 순간 27%의 손해를 보는 것이다. 금을 되팔 때 받는 가격이 현재 9만2000원에서 12만6000원으로 올라야 손실이 없으므로 금값이 적어도 37% 올라야 손해를 피할 수 있다.

또 개인은 금 실물을 보관하는 데도 어려움이 많다. 때문에 개인이 금 투자를 할 때는 실물 투자보다는 거래 비용이 적은 금 통장, 금 펀드 등의 방식이 낫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한상언 신한은행 올림픽선수촌지점 PB팀장은 “금을 집안에 두고 수시로 보고 싶어하는 일부 부자들이 금 실물 투자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방현철 기자
banghc@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