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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맛] 일본 청주 '사케' 오해와 진실

세칸 2008. 3. 1. 04:09

[일본의 맛] 일본 청주 '사케' 오해와 진실

데워 먹어야 맛있다? 아니다!

 

 

'제2차 일본음식 물결'의 최대 수혜자는 일본 청주(淸酒) 즉 '사케'다. 이자카야 등 일본식 술집이 급증하면서 사케 판매도 덩달아 늘었다. '니혼슈코리아' 한정섭 실장은 "2007년 판매량을 2006년과 비교하면 40~50% 증가했다"면서 "2006년 겨울부터 눈에 띄게 판매도 늘고 대중화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사케를 쉽게 마시게 됐지만 정작 제대로 마시려고 하면 복잡하다. 종류도 등급도 뭐가 그리 많은지. 한국 CEO들에게 대단한 스트레스를 안겨준다는 와인 뺨친다. 한국에서 가장 많은 사케(112종)를 갖춘 롯데호텔서울 일식당 '모모야마'에서 일하는 사케 전문가 이미향(36) 캡틴을 만나 사케에 대해 궁금한 점을 물었다.


사케에도 등급이 있다
사케는 크게 '준마이(純米)'와 '혼죠조(本釀造)', '긴조(吟釀)', '다이긴조(大吟釀)' 세 등급으로 나눈다. 도정률, 즉 쌀을 얼마나 깎아 사용하느냐에 따라 등급 차이가 생긴다. 이 캡틴은 "쌀을 30% 이상 깎아내면 준마이 또는 혼죠조, 40% 이하면 긴조, 50% 이상이면 다이긴조가 된다"고 설명했다. "사람이 영양과다가 되면 안 좋잖아요. 사케도 마찬가지에요. 쌀의 단백질 등 대부분 영양소는 바깥쪽에 있는데, 영양이 과다하면 맛과 향이 떨어집니다. 섬세하고 깨끗한 맛이 나지 않아요."

준마이와 혼죠조의 차이는 '알코올을 인위적으로 더하느냐(혼죠조)' 여부다. 긴조와 다이긴조급 중에서 알코올을 첨가하지 않으면 각각 '준마이긴조(純米吟釀)', '준마이다이긴조(純米大吟釀)'라고 부른다.

양조장에 따라 추구하는 맛을 완성하기 위해 알코올을 추가하기도 한다. 향을 끌어내준다, 담백해진다, 산뜻해진다, 분명해진다고 주장한다.

사케 술병을 보면 어깨 부분에 '특선(特選)' '상선(上選)' '가선(佳選)' 따위 글자가 인쇄된 스티커가 붙은 경우가 많아 헷갈린다.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공식적으로 인정받는 등급이 아니다. 이후 양조업자들이 그럴듯해 보이려고 붙인 딱지일 뿐이다.

 

 

사케와 찰떡궁합, 생선회. 

 

사케에 어울리는 음식 매칭하려면
사케마다 어울리는 음식이 있다. 등급이 높은 긴조·다이긴조·준마이긴조·준마이다이긴조는 맛이 섬세하므로, 음식도 생선회처럼 가볍고 부드러운 맛이 나는 음식과 매칭한다. 반대로 등급이 낮은 준마이·혼죠조는 맛이 강하므로 조림이나 데리야키처럼 무겁고 강한 맛의 음식과 매칭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캡틴은 "일본에서는 요즘 사케를 맛과 향에 따라 '쿤슈(薰酒)' '소슈(爽酒)' '쥰슈(醇酒)' '쥬쿠슈(熟酒)' 네 가지로 나누고, 거기 맞춰 음식을 매칭한다"고 알려줬다. 쿤슈는 맛이 부드럽지만 향은 강해서 애피타이저나 식전주로 적합하다. 향기가 화려하고 맛이 상쾌하고 깨끗하다. 지방이 적은 요리, 생선, 조리하지 않고 재료 자체 맛을 살린 요리와 어울린다. 마시기 적당한 온도는 섭씨 10도 내외.

소슈는 맛과 향 모두 부드럽다. 생선회(특히 흰살생선)나 두부, 달걀, 샐러드 등 담백하고 연하게 간 한 요리와 어울린다. 5도 정도로 차게 마셔야 청량감이 산다.

쥰슈는 맛은 진하지만 향은 부드럽다. 일본 전통요리뿐 아니라 생크림이나 버터가 많이 들어간 요리, 말린 생선, 디저트, 참치, 심지어 치즈와도 잘 맞는다. 차갑게 마실 때는 15도 내외, 데워 마신다면 40~50도가 알맞다.

쥬쿠슈는 와인처럼 숙성을 시켜 맛과 향 모두 강하다. 간장조림처럼 강한 조미료를 사용한 요리, 튀김류, 스테이크, 숯불구이, 장기간 숙성시킨 요리, 돼지고기나 장어, 푸아그라처럼 지방이 많은 요리, 중국요리와 잘 어울린다. 매운 음식과 맞붙여도 밀리지 않는다.

'주도(酒度)'로 맛을 미리 가늠하는 방법도 있다. "술병 뒤에 붙은 라벨을 보시면 '+' '-'와 숫자가 표시된 사케가 있어요. + 숫자가 커질수록 덜 달고 맛이 진해요. 알코올 도수와는 상관 없어요. '드라이(dry)하다'거나 '신맛이 난다'고 하죠. 반대로 - 숫자가 커질수록 달고 담백하고 깨끗합니다."


사케만 마시면 머리가 아프다? 오해와 진실

사케를 마시면 머리가 아프단 사람들이 있다. 이 캡틴은 "과거 좋지 않은 사케를 마셨기 때문"이라고 잘라 말했다. 과거 전쟁으로 쌀이 귀해지면서 '삼증주(三增酒)'가 성행했다. 알코올과 당분, 산미료, 화학조미료, 물을 섞어 세 배로 늘렸단 소리다.

'진양조주(眞釀造酒)'도 있다. 공업적으로 만든 알코올과 물을 더해 생산량을 30% 가량 늘린다. 요즘도 대량으로 생산하는 싼 사케는 이렇게 만든다. 삼증주나 진양조주가 아직까지는 생산량이 훨씬 많다. 이 캡틴은 "하지만 최소한 혼죠조, 준마이 이상을 선택하면 머리 아플 일은 없다"고 말했다.

사케는 데워 마셔야 제 맛이란 말도 있다. 이 캡틴은 "등급이 올라갈수록 맛과 향이 섬세한데, 열을 가하면 이 섬세한 풍미가 날아버린다"면서 "굳이 데워 드실 거면 등급이 떨어지는 사케를 드시라"고 권한다. "좋은 사케가 아깝잖아요."

 

글=김성윤 기자 gourmet@chosun.com 사진=조선영상미디어 유창우 기자 canyou@chosun.com
촬영협조=롯데호텔서울 모모야마
입력시간 : 2008.02.13 23:26 / 수정시간 : 2008.02.14 17: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