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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끈' 땀 뺀 뒤 삼겹살 굽는 재미까지

세칸 2008. 2. 23. 06:52

'후끈' 땀 뺀 뒤 삼겹살 굽는 재미까지

경기도 '참숯가마'로 뜨끈한 겨울 여행

숯 빼는 날 미리 알고 가면 제조과정 직접 볼 수 있어
파주엔 주변 볼거리 풍부 포천 '베어스타운' 옆에도

 

칼바람이 가로 세로 할 것 없이 온몸으로 스며드는 겨울. 코트 속에 얼굴을 묻고 길을 걷다가도 '따뜻한 아랫목'이 떠오르고, 일을 하다가도 '뜨끈한 찜질방'이 아른거린다. '따뜻한 겨울 여행'을 꿈꾸는 이들, 숯가마 속에 들어가 '후하후하' 더운 입김 내보는 것은 어떨지. 닷새 이상 1300도로 숯을 구워내고 하루 동안 식혀낸 가마 속에서 땀 빼는 찜질은 찬바람에 쌓인 피로를 푸는 데 제격. 참숯가마는 숯에서 나오는 원적외선이 몸에 좋다고 알려져 '웰빙' 장소로 각광받고 있다.

참숯가마가 강원도 산골짜기에만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스키장에서 땀낸 뒤에, 오슬오슬 떨리는 몸 달래기 위해, 또 가족들이 옹기종기 모이기 위해 수도권 시민들이 주말마다 들르는 경기도 유명한 '숯가마'들을 소개한다.

여주 참숯마을

여주군 강천면 이호리에 자리한 여주 참숯마을은 주말이면 200~300명이 들를 정도로 인기 있다. 가마 10개에서 끊임없이 숯을 만들어 내는 덕에 직접 숯 만드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숯을 꺼내고 하루를 식힌 꽃탕, 이틀 지난 고온(高溫) 가마, 사흘 지난 중온(中溫) 가마, 나흘 지난 저온(低溫) 가마로 나뉜다. 펄펄 끓는 가마를 좋아하는 어른들에겐 꽃탕이, 아이들에겐 저온 가마가 좋다. 1만평 부지에 샤워시설, 식당 등 편의시설을 갖춰 씻는 것이 불편해 찜질을 싫어하던 사람도 많이 찾는다. 숯을 빼내는 날, 삽 위에다 삼겹살을 올려 놓고 숯에다 3초간 구워 먹는 '3초 삽겹살'도 별미. 3초 삽겹살을 맛보기 위해선 숯 빼는 시간을 미리 알고 가는 것이 좋다. 숯가마 체험 전후로 들르면 좋은 곳은 여주읍 능현리의 명성황후 생가, 남한강을 마주보고 있는 신륵사, 여주읍 강천면 이호리의 목아박물관 등이 있다.

 

 

파주 광탄숯굽는마을

'광탄숯굽는마을'은 가마 5개의 아담한 규모다. 금병산과 노고산으로 싸여 있고, 앞쪽으로는 발랑 호수가 놓여 고즈넉한 분위기가 매력. 시끌거리는 대규모 숯가마가 안 맞는 분들이 조용히 가족단위로 찾기 좋다. 파주 광탄면은 헤이리 마을이 있는 파주 서북부보다 사람이 적은 반면, 볼거리는 풍부해 최근 찾는 이가 늘고 있다. 고령산 기슭에 경기유형문화재 83호 대웅전이 있는 보광사가 있고, 박달산 중턱에는 '제주'를 테마로 한 휴양지 '탐라국 유일레저타운'이 있다. 레저타운에서는 조랑말 타기, 썰매, 승마 등도 체험할 수 있다. 벽초지수목문화원에서는 벽초지호수와 소나무 테마정원에서 산책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허브토분 만들기 체험도 할 수 있다.

 

경기도 파주시 광탄면‘광탄숯굽는마을’의 뜨거운 숯가마 속에서 손님들이 찜질을 하고 있다. 불 붙은 숯을 종업원이 들어보이고 있다./김건수 객원기자 kimkhans@chosun.com  

 

용인 백암다래참숯가마

백암다래참숯가마는 백암면 근삼리 산 속에 들어앉아 있다. 참숯가마 옆 전나무 숲은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 유명해졌다. 전나무 숲길을 산책하고 숯가마 찜질을 하는 가족들도 많다. 숯을 꺼내는 장면을 구경하고, 그 뜨거운 기운을 받기 위해 숯을 꺼내는 화, 목, 토요일에 일부러 맞춰가는 사람도 늘고 있다. 백암에 온 김에 오산방면 23번 국도에 자리잡은 신갈 승마장에 들러 말을 타거나, 병천 순대와 함께 유명한 '백암순대'를 맛보는 것도 좋겠다.

포천 내촌숯가마

포천 내촌숯가마는 스키장 '베어스타운'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다. 베어스타운과 5분 거리에 있어 스키장에 오가는 사람들로 북적댄다. 보통 저녁 무렵 왔다가 하루를 보내고 다음날 새벽 스키를 타기도 하고, 오전 스키를 타고 오후에 숯가마에 들러 피로를 풀고 돌아가기도 한다. 베어스타운 시즌권을 갖고 있는 정기준(28·회사원)씨는 "한나절 스키를 타고 나면 뭉친 근육을 풀기 위해 내촌숯가마에 들른다"며 "숯 향기를 맡으면 몸이 노곤해지면서 피로가 풀리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김연주 기자 carol@chosun.com
입력시간 : 2008.01.31 2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