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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소비 트렌드는 'MICKEY MOUSE'

세칸 2008. 2. 1. 13:47

올해 소비 트렌드는 'MICKEY MOUSE'

2008 대한민국 11대 소비 트렌드
<미키마우스: 11대 소비 트렌드 첫 글자 모은 것 >

 

2008년은 새 출발의 의미가 큰 해다. 쥐띠 해는 12간지의 출발이고,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지 60년, 한 갑자(甲子)를 다시 쇠는 뜻 깊은 해이기도 하다. 더구나 경제를 살리겠다고 다짐하는 새 대통령까지 뽑았다. 다들 기대가 크다. 그러나 현실은 만만치 않다. 미국발 경기 침체 우려가 우리 경제 환경을 소한(小寒)보다 매서운 칼바람으로 얼어붙게 만들고 있다. 소비자들은 또 어떤가? 날로 다양해지고 급변하는 국내외 소비자 트렌드의 변화는 기업의 신속한 대응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Weekly BIZ는 서울대 생활과학연구소 소비자트렌드분석센터(센터장 김난도)와 함께 2008년 대한민국 11대 소비 트렌드를 정리했다. 11대 소비 트렌드의 첫 글자만 모았더니 'MICKEY MOUSE'가 됐다.


 

Multi (복합화)

멀티(multi)는 멀티 플레이(multi-play·다기능화), 멀티 스페이스(multi-space·복합공간화) 등을 나타내는 접두어다. 개별 업종의 기술적 완성도가 높아지고 소비자의 사용 편리성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면서, 한 기기 또는 한 곳에서 다양한 소비 가치를 실현시킬 수 있는 제품이 각광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의 컨버전스(convergence·융합)와의 차이점은 단순한 기능의 조합을 넘어 소비자가 추구하는 문제의 총체적 해결, 즉 솔루션(solution) 개념이 포함돼야 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차와 식사뿐만 아니라 네일숍이나 게임방 기능이 부가된 멀티카페나 복합 매장, 멀티플렉스형 쇼핑몰, 건전한 데이트나 파티 장소화하는 모텔, 문화체험 갤러리 공간, 다양한 상품군의 원스톱 드럭스토어 등 다양한 형태의 공간이 출현할 것으로 전망한다.

Inspired by reality (날것에의 동경)

정형화되고 꾸며진 것이 아니라, 생생한 '날것'에 대한 선호가 커지고 있다. 미숙하더라도 솔직하고 자연스러운 일상의 가치들이 주름잡는다는 얘기다. '무한도전', '무릎팍 도사' 같은 프로그램의 인기는 현재 소비자들이 얼마나 '현재 지향적이고 현실적인 날것'에 몰두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광고계에서는 톱 스타의 가식적인 우아함보다는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다큐멘터리 식의 리얼 스토리 광고가 더 많이 기획될 것이고,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큰 사건보다는 등장 인물의 내면적 갈등과 인간 관계에 집중하는 단편적 에피소드가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일러스트=김의균 기자 egkim@chosun.com

Colorddiction (색채에 중독되다)

지난 수년간 블랙 앤 화이트나 메탈릭한 색상이 선호됐다면, 올해에는 화려한 컬러가 소비자들을 즐겁게 할 것으로 보인다. 대체로 경제적 위기가 닥치면 오히려 더 화려하고 낭만적인 디자인 취향을 보인다.
미국 대공황 시기의 글래머 룩, 오일쇼크 시기의 에스닉(ethnic)패션 등이 그 예다. 녹록지 않은 올해 세계 경제 역시 다양한 색채를 자랑하는 제품들이 위안해 줄 것이다. 핸드폰·PMP(휴대용 멀티미디어 플레이어)·MP3 등 은회색이 주류를 이루던 하이테크 제품에도 섬세하고 다양한 컬러가 선보일 것이다. 발 빠른 패셔니스타(fashionista)들이여, 이 화려한 컬러의 향연에 대비하라.

Kitsch & Retro (키치적 복고)

키치란 촌스럽고 우스꽝스러운 복고적 대중 취향을 말한다. 키치가 주목 받는 이유는 주로 세 가지 경우다. 첫째 과거에의 향수때문에, 둘째 톡톡 튀고 싶어서, 셋째 그냥 재미있으니까. 테크노 트로트 가수 이박사가 뜬 것도 키치 영향이다. 어른들의 동심을 자극할 키덜트(Kid+Adult·동심을 간직한 성인이라는 뜻) 제품은 물론이고, 복고적 취향의 영화들, 촌스러운 이름들도 각광 받을 것으로 보인다. 젊은 세대도 이에 뒤질 리 없다. 엽기적이고 장난스러운 키치 아이템들로 일부러 촌스럽게 장식한 젊은이들이 과도한 럭셔리 문화를 유쾌하게 조롱할 것으로 예상한다.

Eco-friendly (환경 지킴이)

환경, 건강, 안전한 삶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서해안 원유 유출 사고는 온 국민이 환경의 중요성을 다시 생각하는 소중한 계기가 됐다. 매우 적극적으로 환경지킴이를 자처하는 에코 매니악(eco-maniac)이 출현해 이러한 분위기를 주도할 것이다. 또 집과 사무실을 친환경적인 공간으로 꾸며 도심 속에서 자연을 느끼고자 하는 새로운 소비층인 '그린 노마드(green nomad) 족' 등 확장된 개념의 친환경 소비층이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일반 소비자들도 에너지 절약형 상품이나 친환경적 재료를 사용한 상품에 대한 관심을 키워갈 것으로 보인다.

Year of Patriotism (아, 대한민국)

올 한 해, "대한민국"을 연호하는 함성이 월드컵 응원에 이어 다시 한 번 전국에 울려 퍼지지 않을까? 올해 열리는
베이징 올림픽, 월드컵 예선과 같은 스포츠 행사들 때문만은 아니다. 새 정부 출범과 총선 이후의 개혁과 경제 회생에 대한 국민적 기대, 정부 수립 60주년을 맞는 역사적 의미 등이 대한민국의 존재를 다시 생각하게 할 것으로 보인다. 자신의 일을 즐기며 국위를 선양하는 박태환·김연아·박진영 등 실력 있고 솔직한 젊은 스타들에 대한 환호는 더욱 커질 것이다. 사극 열풍도 식지 않을 것이다. 여기에 기업들의 애국심 마케팅이 상승 작용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Mr. & Ms. Consumer

(행동하는 소비자들)


서해안 원유유출 사건삼성 특검 등 일련의 사회적 사건들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공감의 폭을 크게 확산시켰다. 소비자들의 교육 수준과 사회적 인식이 높아짐에 따라 기업의 환경·노동·공정거래·소외계층 배려 등에 대한 노력에도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고, 이러한 경향에 발맞추어 기업들도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마케팅 활동을 선보이고 있다. 전통적인 소비자운동이 문제 기업에 대한 불매운동(boycott)의 형태를 띠었다면, 이제는 보다 적극적으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에 대한 구매운동(buycott), 여성 소비자들의 활동을 강조하는 여성주의 구매운동(girlcott) 등으로 발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Only for me (나는 나)

요즘 콘서트나 뮤지컬의 인터넷 예매 현황을 보면 한 장만 예매하는 비율이 20%에 육박하고 있다. '나만을 위한 소비'가 확실한 트렌드로 자리잡은 것이다. 미니 와인이나 작은 햇반과 같은 간편·미니제품이나 미니 냉장고 같은 1인용 소형 제품의 매출이 부쩍 증가하고 있는 현상도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자기지향적 소비는 크게 세 가지 형태로 구분된다.

첫째, 혼자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상품의 급증이다. 어른도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닌텐도게임 등의 인기가 좋은 예다. 개인별 맞춤 여행인 FIT여행(free individual travel)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둘째는 소비자가 직접 만드는 제품의 확산이다. DIY(Do it yourself)를 넘어 R(Repair)IY, M(Make)IY로 진화하고 있다. 셋째는 사소한 것의 명품화 현상이다. 최근에는 USB메모리나 휴지와 같이 사치와는 거리가 먼 제품에도 럭셔리 개념이 적용되고 있다.

Ultra-mobile (울트라 모바일)

애플이 초경량 노트북 PC인 맥북 에어(Macbook Air)를 내놓았다. 주요 전자회사들도 이에 질세라 UMPC(Ultra-Mobile Personal Computer)를 경쟁적으로 출시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구글, 야후 등 주요 인터넷 회사들이 통신회사와의 업무 제휴를 통해 검색 가능한 핸드폰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콘텐츠 제공자들 역시 이러한 추세에 따라 웹툰(web-toon·인터넷 만화)이나
일본에서 바람을 일으키기 시작했다는 라이트 노블(light novel·만화적 일러스트를 많이 사용하는 오락소설), 엄지소설(휴대전화로 쓰고 읽는 소설) 등을 새로운 환경에 맞는 인터페이스로 개발해 제공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Smart (알뜰한 소비자들)

명품화 열풍은 역설적이지만 염가의 가치지향적 시장도 함께 키웠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품은 명품으로 장만하지만, 나머지 제품군에 대해서는 가격 대비 품질에 극도로 민감해지는 것이다. 거리에 즐비한 저가 화장품, 캐주얼 옷, 구두, 가방 등 소위 패스트 패션(fast fashion) 시장을 보라. 패션뿐만이 아니다. 복잡 다양한 기능을 가진 비싼 제품 대신 필요한 기능만을 탑재한 MP3, 노트북, 휴대전화, 나아가 거품을 빼고 혜택을 내세운 경차에 이르기까지 이른바 디버전스(divergence) 제품이 컨버전스의 시대에 함께 인기를 끌고 있다. 소비자는 더 이상 이것도 저것도 아닌 가격이나 기능에 타협하지 않는다.

Economic Anxiety (재테크 전쟁)

2007년은 세계적인 골디락스(goldilocks· 건실한 경제 성장과 낮은 인플레가 함께하는 호경기) 경제에 힘입어 대부분의 주식이나 펀드가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그 과정에서 '주식중독자(stockholic)'나 펀드 쇼핑족까지는 아니더라도, 일반 투자자들의 수익률에 대한 기대가 한없이 높아졌다. 그러나 올 들어 미국발 경기침체, 국제 유가와 농산물 가격 강세 우려가 높아지는 가운데,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투자 환경이 결코 작년처럼 만만하지 않은 것이다. 경제적 불안과 열망이 높아지는 가운데, 단 1%의 수익을 찾아 돈이 몰려다니는 재테크 전쟁의 한 해가 될 것이다.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
호경업 산업부 기자 hok@chosun.com

공동기획: 서울대학교 생활과학연구소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입력 : 2008.01.25 2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