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기반을 둔 동아지질은 싱가포르와 중동에서 터널과 지반 개량 분야에서 탁월한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지난 3년간 수주 실적만 514억원에 이릅니다. 토공과 보링·그라우팅(지반 또는 구조물에 구멍을 뚫고 압력을 가해 보강재를 설치하거나 시멘트 등을 주입하는 공사)을 전문으로 하는 삼보지질은 작년 528억원어치를 수주했고 올해에는 2041억원어치를 수주했습니다. 특히 싱가포르에서는 1200억원 규모의 단일 공사를 따냈습니다.”
그는 전문건설업의 해외 진출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지만 문제도 적지 않다고 했다. 우선 가장 큰 부분은 언어 문제로 발주처와 현장 인력과의 의사 소통이나 계약서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최소한 영어나 현지어 구사 능력을 갖춰야 하는데 이게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해외 시장에서의 경쟁력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특화’는 필수라고 했다. 비용 절감을 위한 현지화 전략도 빼놓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충북 옥천 출신의 박 회장은 초등학교 시절 급격히 기운 가세 때문에 어려운 학창생활을 보냈다. 20대 중반의 늦깎이로 신구전문대 토목과에 입학했고, 서울산업대 토목공학과 3학년에 편입, 장학금을 받으며 학업을 이어갔다. 서울시 공무원으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지만 오래지 않아 건설업으로 인생의 방향을 틀었다. 상·하수도 관련 공사로 사업을 시작했지만 포장, 교량 등 시설물 보수와 토공으로 업종을 다변화했다.
건설업자로서 그는 복개된 청계천 아래 상수도관을 설치하는 공사를 기억했다. 당시 청계천 속은 사람들이 들여다보지 않는 땅속이라 “이무기가 나온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그는 분진이 심해 매일 인부들과 돼지고기를 먹어가며 작업을 벌이던 일이 지금도 새롭다고 했다. 한창 지하에서 작업을 벌이던 중 갑자기 내린 소나기에 물이 불어 쓸려내려갈 뻔한 순간을 생각하면 지금도 머리가 쭈뼛해진다고 박 회장은 회상했다.
가장 아찔했던 순간을 묻자 “1994년 여름”이라는 박 회장의 대답이 튀어나왔다. “강서구 염창동에 매설한 1650㎜ 짜리 대형 상수도관 사건만 생각하면 지금도 식은땀이 흘러요. 새벽에 급히 전화가 왔어요. 수도관이 터져서 염창동 일대가 물바다가 됐다고 했죠. 그때는 정부에서 부실공사한 업체들을 줄줄이 소환해 조사하던 때였거든요. 언론에서 취재하고 난리가 났는데 조금 있다 김일성 사망 발표가 나더군요. 관심이 일순 김일성 사망에 쏠렸죠. 나중에 나온 조사 결과를 보니, 우리가 작업한 수도관이 아니라 이전에 묻은 다른 400㎜ 짜리 상수도관이 너무 낡아 옆구리가 터진 것이었어요.”
박 회장은 “전문건설업의 살 길은 신기술 개발에 있다”는 얘기를 입에 달고 산다. 건설업체를 경영하면서 그 역시 적지 않은 기술 개발을 이뤄냈다. 그가 자랑스러워하는 신기술은 STS(Steel Tube Slab) 공법. 이미 건설돼 사용하고 있는 상부 도로에서 차량이 평상시처럼 통과하도록 그대로 둔 채, 도로 하부를 뚫어 터널을 만드는 공법이다.
박 회장은 “전문건설업의 살 길은 신기술 개발에 있다”는 얘기를 입에 달고 산다. 건설업체를 경영하면서 그 역시 적지 않은 기술 개발을 이뤄냈다. 그가 자랑스러워하는 신기술은 STS(Steel Tube Slab) 공법. 이미 건설돼 사용하고 있는 상부 도로에서 차량이 평상시처럼 통과하도록 그대로 둔 채, 도로 하부를 뚫어 터널을 만드는 공법이다.
아무런 보강 조치 없이 그냥 땅을 굴착하면 위쪽에서 가하는 압력에 의해 도로 일부가 무너지게 되지만 STS 공법에 의하면 가능하다. ‘불가능은 없다’ ‘미래는 꿈꾸는 자에게 생긴다’는 좌우명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인지도 모른다.
회사의 CEO로서, 그리고 협회장으로서 그가 벌이는 운동이 하나 있다. 바로 ‘5S 운동’이다. 언제나 웃는 얼굴로(Smile) 회원을 바라보며(See) 항상 부드럽고(Soft) 신속하게(Speed) 회원사가 만족(Satisfaction)할 때까지 최선을 다 한다는 것이다. 박 회장은 “회장으로서 군림하지 않고 멈추지 않는 수레바퀴처럼 최선을 다해 회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겠다”고 했다.
최근 박 회장은 자서전을 냈다. 직접 달았다는 책의 제목은 ‘벼랑에 선 소나무’. 그는 “벼랑 위에 선 소나무는 아무리 태풍이 온다고 하더라도 뿌리가 튼튼해서 쉽게 쓰러지지 않는다”며 “100년, 200년 살아남을 수 있는 기초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앞으로 건설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박 회장은 ‘체질 개선’을 강조했다. “건설업의 문제를 해결하자면서 나온 대안들은 대부분 시장 논리와 중소기업 보호 육성 같은 법과 제도의 문제를 지적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건설 관련 생산주체 사이의 화합과 단결을 이루는 문화가 더욱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는 “투명한 산업 환경도 반드시 이루겠다”고 했다. “그동안 우리 건설산업의 모습은 베일에 가려진 블랙박스(black box)와 같았습니다. 새로운 건설 문화는 바로 투명성에서 시작한다고 확신합니다.”
전문건설업
시설물의 일부나 전문 분야에 관한 공사를 시공하는 건설업. 일반건설업이 오케스트라의 지휘자·기획자라면 전문건설업은 개별 악기 연주자에 해당한다. 대한전문건설협회는 직접 시공을 담당하는 전국 4만여 전문건설업체로 구성돼 있다. 건설산업기본법상 전문건설업은 25개 업종으로 분류되며, 설비·난방·가스 업종을 제외한 22개 업종의 전문건설업자가 정회원으로 전문건설협회에 가입하고 있다. 실내건축, 토공, 미장·방수·조적, 석공, 도장, 비계·구조물 해체, 금속구조물·창호공사, 지붕판금·건축물 조립, 철근·콘크리트, 상·하수도 설비, 보링·그라우팅, 철도·궤도, 포장, 수중, 조경식재, 조경시설물 설치, 강구조물, 승강기설치 등 18개 업종이 협회 산하 협의회를 구성하고 있다.
전문건설업
시설물의 일부나 전문 분야에 관한 공사를 시공하는 건설업. 일반건설업이 오케스트라의 지휘자·기획자라면 전문건설업은 개별 악기 연주자에 해당한다. 대한전문건설협회는 직접 시공을 담당하는 전국 4만여 전문건설업체로 구성돼 있다. 건설산업기본법상 전문건설업은 25개 업종으로 분류되며, 설비·난방·가스 업종을 제외한 22개 업종의 전문건설업자가 정회원으로 전문건설협회에 가입하고 있다. 실내건축, 토공, 미장·방수·조적, 석공, 도장, 비계·구조물 해체, 금속구조물·창호공사, 지붕판금·건축물 조립, 철근·콘크리트, 상·하수도 설비, 보링·그라우팅, 철도·궤도, 포장, 수중, 조경식재, 조경시설물 설치, 강구조물, 승강기설치 등 18개 업종이 협회 산하 협의회를 구성하고 있다.
채성진 기자 dudmi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