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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대체에너지 개발 붐

세칸 2008. 1. 4. 00:43

세계는 대체에너지 개발 붐 한국 기업들엔 ‘블루오션’

 

석유·석탄이 환경파괴 주범으로 낙인, 바이오연료·태양열·풍력 개발에 박차
2005년 재생에너지에 380억 달러 투자, 태양열 年 43%, 풍력발전 年 25% 고성장
한국, 대체에너지 비중 9%까지 높이기로, 현대중공업·웅진 등 태양전지 사업 투자

 

데이비드 김 맥킨지 파트너, 나지홍 경제부 기자 jhra@chosun.com

 

캐나다 퀘벡주 가스페 반도 마타네(Matane) 근처에 위치한 르 노르다이 풍력발전소. 발전기를 전부 가동할 경우 100메가와트의 전력을 생산해 1만6000가구에 공급할 수 있다. /블룸버그

 

미국의 GE(제너럴일렉트릭)는 지난 2002년 ‘엔론윈드(Enron Wind)’를 인수하며 일약 풍력(風力) 발전 업계 2위로 뛰어올랐다. 2년 후인 2004년에는 독일 지멘스(Siemens)가 ‘보너스에너지(Bonus Energy)’를 인수해 업계 6위로 올라섰다.

영국 정유업체 BP(British Petroleum)는 차세대 바이오 연료로 각광받고 있는 부탄올(butanol)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부탄올은 에탄올보다 더 많은 양을 가솔린과 섞을 수 있으며, 에너지 함유랑도 에탄올보다 높다. BP는 듀폰(Du Pont)과 기술 협정을 체결했으며,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과 함께 앞으로 10년 동안 바이오 연료 개발에 5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대체 에너지, 시장이 커진다

대체 에너지에 대한 글로벌 기업들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석유와 석탄으로 대표되는 화석연료는 지금까지 세계 경제성장의 원동력 역할을 해왔지만, 에너지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이제는 지구를 숨막히게 하는 환경파괴의 주범으로 인식되고 있다. 맥킨지 글로벌 인스티튜트(McKinsey Global Institute)가 최근 에너지 사용량이 많은 경제부문을 분석한 결과, 전반적인 에너지 수요 증가율이 지난 10년간 연 1.6%였으나, 앞으로 15년 동안은 연 2.2%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세계 각국은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대체 에너지 개발에 매진해 왔으며 그 노력은 가속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바이오 연료, 태양열, 풍력 등 대체 에너지가 지속적인 성장 잠재력을 보유한 새로운 ‘산업영역’으로 등장하고 있다. 천연자원 빈국인 한국은 그동안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약자(弱者)로 소외돼 왔다. 하지만, 이제 한국 기업들이 대체 에너지 개발을 통해 에너지 산업의 판도를 재편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세계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05년 대체 에너지 개발에 투자된 금액은 전세계적으로 380억 달러에 이른다. 이는 전력생산에 투자된 금액의 30~40%에 해당한다. 대체 에너지 투자액은 1995년 70억 달러, 2000년 140억 달러 등에 머물렀으나, 2002년부터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했다. 앞으로도 각국 정부의 에너지 공급원 확보 및 이산화탄소(CO₂) 배출과 같은 환경 문제 해결 노력에 힘입어, 대체 에너지 투자 규모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UN은 2020년까지 전 세계 에너지 가운데 대체 에너지의 비중을 10%로 높이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현재 세계 각국이 주력하고 있는 대체에너지는 바이오연료·태양열·풍력 등 세 가지다.

바이오 연료의 성장-차세대 기술의 중요성

바이오 연료는 옥수수와 사탕수수 등을 원료로 하는 연료이다. 현재 대부분의 바이오 연료 투자는 경제성과 활용도 면에서 우수한 에탄올 관련 기술에 집중되고 있다. 2005년 바이오 연료 사용량은 전세계 운송용 연료 수요의 약 2%를 차지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그 사용량이 15~20%씩 늘어나고 있어, 2020년에는 운송 연료 수요의 10~15%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유럽·아시아·브라질은 바이오 연료 관련 기업들을 최대한 활용해, 앞으로 3~4년 내에 바이오 연료 생산 능력을 두 배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발표해왔다.

바이오 연료 산업은 단순히 가능성 있는 성장산업의 단계를 넘어 수익창출 단계로 접어들기 시작했다. 미국 바이오 에탄올 회사의 2005년 영업이익률은 50~60%에 달했으며 유럽 회사들은 투자 회수 기간이 2~3년으로 짧아지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바이오에탄올은 연비에 비해 값이 비싸다는 이유로 경제성이 없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지만, 최근 몇 년간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가격경쟁력을 갖추게 된 것이다.

바이오연료는 총 생산비의 50~80%를 차지하는 원재료 비용이 상승할 경우 생산비용이 늘어나고, 앞으로 정부 보조금이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된다. 하지만 이런 위험요인에 맞서 비(非) 식자재를 원료로 바이오 연료를 만드는 차세대 기술 개발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러한 기술의 잠재효과는 막대하다. 현재 높은 원재료 비용으로 인해 경쟁력이 낮은 중국은 셀루로오스 기술을 이용해 생산비용을 3분의 2가량 줄일 수 있다. 또 셀룰로오스 기술을 이용하면 전 세계 운송연료의 50%까지 바이오 연료로 대체할 수 있다.

태양 에너지-성장 일로에 있으나 원자재 가용도가 제약 요소임

태양 에너지도 대체 에너지로 각광받으며 급속히 성장하고 있다. 태양열을 이용한 전력생산량은 2003년부터 연평균 43%의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세계 시장 규모는 2004년 80억 달러로 추정되며 2010년에는 300억 달러로 확대될 전망이다.

2001년 저명한 과학잡지인 ‘사이언스(Science)’는 “박막(薄膜) PV(Photo Voltaic·태양전지)에 투입되는 실리콘 1㎏이 가압수형 원자로의 우라늄 1㎏보다 더 많은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원자력 발전소처럼 방사능 물질 처리 문제를 유발하지 않으면서 더 많은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일본·독일 등 태양에너지 ‘빅3’의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독일은 지난해 러시아가 극동지역의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한 사태를 겪으면서 해외 에너지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일본은 지붕에 태양전지를 설치하는 것이 사회적 책임의 상징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에 비해 한국의 태양전지 에너지 시장 규모는 매우 작다. 2006년 한국의 태양전지 생산량은 총 에너지 생산량의 0.01%에도 못미치는 38MW(메가와트)에 불과했다.

태양에너지 상용화를 위해서는 극복해야 할 과제도 여러가지다. 높은 제조 비용과 저장 문제뿐 아니라, 태양전지와 반도체의 주요 원재료인 폴리실리콘의 가격이 최근 공급 부족으로 인해 급등하고 있다. 실리콘 가격은 2000년 1㎏당 9달러였지만, 2005년에는 100달러로 폭등했다. 그 동안 폴리실리콘 공급이 크게 증가하기는 했지만 공급이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회사들이 원자재 사용량이 적고 효율적인 생산이 가능한 박막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풍력-최대 규모의 대체 에너지 시장

풍력 발전 능력은 2000년 이후 전 세계적으로 매년 평균 25% 성장했다. 최근 증가세가 다소 둔화되고 있지만, 풍력발전을 사용하는 지역이 늘어나고 있어 앞으로의 전망이 밝은 편이다. 풍력 발전은 2030년쯤에는 수력발전을 넘어서 재생 에너지 분야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풍력발전의 성장가능성을 좋게 보는 이유는 생산비용이 저렴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육상 풍력 발전 비용은 지붕에 설치되는 태양전지 발전 비용의 20%에 불과하다. 풍력발전은 한 회사가 연간 수억달러의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잠재력이 큰 시장으로, 이미 여러 기업들이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풍력 발전 시장은 바람의 강도 등의 요인에 따라 지역별로 매력도가 다를 수 있으나, 아직까지 경쟁력을 결정짓는 최대 변수는 국가보조금이다. 생산능력을 기준으로 볼 때 풍력 발전 부문에서 앞서가는 독일·미국·스페인의 공통점은 정부의 강력한 지원이 뒷받침돼 있다는 것이다. 이들 3국은 2005년 전세계 신규 생산 능력의 50% 이상을 차지했으며, 투자규모는 80억유로에 육박한다.

빠르게 성장하는 풍력 발전에도 넘어야 할 장애물이 있다. 무엇보다 님비(NIMBY) 현상이 퍼져, 주민들이 주변에 풍력 발전 지대가 설치되는 것을 꺼린다는 점이다. 따라서 풍력 발전 기업은 육상보다는 해양 풍력 발전소의 잠재력 개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다만 해양 풍력 발전은 육상 풍력 발전에 비해 두 배 이상의 비용이 들어간다는 단점을 갖고 있다.

대체에너지는 한국기업에 기회

대체에너지 시장은 외국 기업뿐만 아니라 한국 기업에도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산업자원부는 ‘에너지 비전 2030’을 통해 대체에너지 비중을 2005년 2.1%에서 2030년 9%로 높이겠다고 밝혔다. 한국 기업들은 기존의 기술력과 강점을 잘 활용할 경우, 대체 에너지 시장에서 기회를 얼마든지 창출할 수 있다. 국내 일부 기업은 이미 대체 에너지 분야에 진출하고 있다. 웅진그룹은 미국의 태양전지 제조회사인 썬파워와 합작법인을 설립해 태양전지 산업에 진출했다. 현대중공업과 동양제철화학, 대한전선은 태양전지 사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한국 기업들은 대체에너지 분야에서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상당부분 보유하고 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와 LG필립스LCD와 같은 액정표시장치(LCD) 관련 기업들은 TFT(Thin Film Transistor·박막 트랜지스터) 노하우를 박막 태양전지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TFT 기술은 유리 기판에 박막형 폴리실리콘을 증착하는 기술로서 태양전지의 제조기술과 유사하다. LG전자, 한국철강, 주성엔지니어링, 디엠에스 등과 같은 기업들은 박막형 태양열 전지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한편 국내 실리콘 제조업체들은 LG실트론처럼 태양전지 업체로 공급 대상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다. LG실트론은 반도체 회사에는 실리콘 웨이퍼를, 태양전지 회사에는 폴리실리콘을 공급하고 있다.

조선·건설업도 대체에너지 혜택받을 수 있어

대체에너지 시장은 에너지관련 업체의 전유물이 아니다. 한국업체들이 경쟁력을 갖고 있는 조선·건설업도 대체에너지 시장의 혜택을 볼 수 있다.

에탄올은 휘발성이 있어서 에탄올을 운반하기 위해서는 가솔린 운반과는 다른 새로운 개념의 탱커 및 운송기술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2020년에는 에탄올의 지역적 수요 공급의 불균형으로 에탄올 수송이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러한 지역적 불균형은 수요가 많은 지역에서의 원료 부족에 의해 촉발될 것이며, 이는 해운회사뿐만 아니라 업계 선두를 달리고 있는 한국의 조선업체에도 새로운 사업기회가 될 수 있다.

선박용 부품 회사들은 풍력발전 장비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한국은 선박용 엔진부품을 만들 때 필요한 단조(forging) 기술 부문에서 세계적인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 기술력을 풍력 발전소의 핵심부품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 평산·태웅·용현BM과 같은 선박용 부품 제조업체들은 이미 기존 기술을 활용해 풍력발전 부품 시장에 진출하기 시작했다.

대형 플랜트 건설 부문에서 우수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는 한국 건설업체들도 대체에너지 시장을 주목해야 한다. 부탄올의 핵심 성공 요소는 새로운 합성(conversion) 기술을 확보하고, 대량 생산 능력을 갖춘 플랜트를 건설함으로써 생산 비용을 줄이는 데 있다. 한국 기업들이 부탄올 기술 업체와 파트너십을 구축하여 대형 플랜트 건설 기술을 적용한다면, 향후 부탄올 플랜트 건설 시장을 주도할 수 있을 것이다.

대체 에너지 산업에서의 핵심 성공 요소

우선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정부의 환경 관련 규제가 강화되고 보조금 지원이 확대될 경우, 한국 기업들은 초기 투자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안정적인 수요처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선진국에서도 많은 대체 에너지 기술이 수익성 확보와 리스크 최소화를 위해 정부지원에 의존한다는 사실을 고려해야 한다. 한국 업체들 입장에서는 경쟁이 치열한 글로벌 시장에 곧바로 진출하기 전에 국내 시장에서 경험을 쌓으며 역량을 축적할 수 있는 기회도 된다.

기술력 개발과 확보도 빼놓을 수 없다. 대체에너지 산업은 경쟁자와 차별화되는 기술적 진보를 이루지 못하면 장기적으로 생존하기 어렵다. 미국 스탠퍼드 대학에서 출발한 벤처기업 썬파워는 초박막 태양전지 기술에서 우위를 확보해 기업공개(IPO) 2년 만에 시가총액 40억 달러 규모의 대형 업체로 성장했다.

대체 에너지 개발과 사용은 더 이상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아직도 많은 한국의 CEO(최고경영자)들은 “환경산업은 돈이 안된다”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있다. 하지만 환경산업은 반도체, 휴대전화, 인터넷 등 다른 산업과 같이 고수익, 고성장 사업이 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 한국이 이러한 기회를 포착하고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인지 아니면 방관자로 남게 될 것인지, 선택할 수 있는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공동기획 | McKinsey & Compan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