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훔쳐보기]의 즐거움

여성 건축가 자하 하디드의 작품 세계

세칸 2007. 11. 24. 02:36

 

[자하 하디드 Zaha Hadid]

'작  품  세  계'

“기존 건물의 구조를 완전히 바꿨다”는 평(評)

김미리 기자 miri@chosun.com 

입력 : 2007.11.16 01:08

 

건축, 패션, 외모는 물론이고 이력마저 남다르다. 하디드는 영국 시민권자지만, 1950년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태어났다. 레바논의 수도 베이루트에 있는 아메리칸 대학(American University of Beirut)에서 수학을 전공했다.

중동에 뿌리를 두고 있는 그녀가 영국을 대표하는 건축가로 꼽히는 것에 영국의 보수파에선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하기도 한다.

지금의 활동 무대인 영국의 런던에 온 것은 1972년. 건축 명문학교인 런던의 ‘AA스쿨’에서 렘 쿨하스의 제자로 건축과 연을 맺었다. 현재 빈 응용미술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04년 여성으로는 최초로 ‘건축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Pritzker)상’을 수상했다. 프리츠커상은 1979년 ‘하얏트(Hyatt) 재단’에서 만든 건축상. 당시 심사위원단은 “하디드는 기존 건물의 구조를 완전히 바꿔놓은 건축가”라고 평했다.

 

 샤넬의‘모바일 아트’를 위해 만든‘파빌리온’(사진 위), 동대문에 세워질‘월드 디자인 플라자’

 사진=샤넬 제공, 조선일보DB

 

독일 ‘바일 암 라인(Weil am Rhein)’의 ‘비트라 소방서’, 미국 신시내티의 ‘로젠탈 현대미술센터’, 독일 라이프치히의 ‘BMW 빌딩’, 홍콩의 ‘피크(Peak)’ 등이 대표작. 동대문 터에 지어질 ‘월드디자인센터’는 유선과 기하학적인 구조를 활용한 하디드의 건축 특징이 반영됐다. 하디드는 ‘스와로브스키’ 보석, ‘알레시’ 주방가구도 만들었고, 지난해 선보인 콘셉트 자동차 ‘Z-car’는 디자인 자체로 화제가 됐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7/11/16/2007111600096.html

 

 

런던 현지 '인터뷰'  

인터뷰〓김정후씨

김미리 기자(정리) miri@chosun.com 

입력 : 2007.11.16 01:03

 

“내 건축은 실용적… 영감에 의존하진 않아 ......”

“...... 건물은 이래야 한다는 식의 사고 혐오”

 

'여성 최초의 프리츠커상(Pritzker Architecture Prize) 수상자’, ‘독창적이고 환상적인 공간의 연출가’, ‘이라크 출신 영국 건축가’…. 실험적이고 독특한 건축물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건축가 자하 하디드(Zaha Hadid·57)를 따라다니는 수식어다.

렘 쿨하스(Koolhaas), 렌조 피아노(Piano), 노만 포스터(Foster) 등과 함께 현존하는 최고의 건축가 중 하나로 꼽히는 그녀의 이름은 이제 한국에서도 낯설지 않다. 동대문운동장 철거 자리에 세울 ‘월드디자인플라자’에 대한 국제 현상설계 공모에서 하디드가 출품한 ‘환유의 풍경(Metonymic Landscape)’이 지난 8월 당선됐기 때문이다.

독창적인 건축만큼이나 ‘개성 있는 성격’의 소유자인 그녀는 영국 현지에서도 ‘베일에 가려진 인물’로 통한다. 그녀가 국내 언론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각) ‘런던 디자인 뮤지엄(Design Museum London)’에서 영국 정경대(LSE) 도시계획과 강사인 건축가 김정후씨가 자하 하디드를 만났다. 하디드는 조선일보와 인터뷰를 하는 조건으로 ‘건축을 아는 전문가’를 보내달라고 했다.

자신이 참여한 샤넬의 ‘모바일 아트 설명회’에 참석한 하디드는 아랍 악센트가 강하게 밴 영어로 시종일관 치밀하고 단호하게 자신의 작업에 대해 말했다.

 

현존하는 최고의 건축가로 꼽히는 자하 하디드. 그녀는“사람들이 북적거리는 동대문이라는 공간이 아주 매력적이었다”고 말했다.

샤넬 제공 

 

'인터뷰'

 

-김정후(김)〓선생님이 디자인한 ‘동대문 프로젝트’가 한국에서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건축 콘셉트는 무엇인지요.

-자하 하디드(하디드)〓사람들이 북적거리는 부지가 아주 매력적이었어요. 주변을 압도하지 않으면서 새로운 랜드스케이프(경관)를 만들고 싶었어요. 동시에 많은 역사적, 사회적 요구 조건들을 충족시키려 했습니다. (※공모전에서 하디드는 액체의 흐름을 연상시키는 건축으로 한국의 전통과 끊임없이 변모하는 디자인의 미래를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김〓건축을 할 때 콘텍스트(context·주변 여건과 상황)가 중요하다고 합니다. 선생님은 어떻게 생각하는지요. (※최근 국내에서는 하디드의 동대문 프로젝트가 서울의 역사와 주변환경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하디드〓건물을 디자인할 때 반드시 주변 환경을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콘텍스트는 디자인한 건물과 그 건물을 사용하는 사람들에 의해 새롭게 만들어질 수 있으니까요. ‘A라는 건물은 이래야 하고, B 건물은 이래야 한다’는 식의 사고는 혐오합니다.

-김〓그렇다면 디자인할 때 어떤 요소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지요. 일부에서는 선생님의 건축이 지나치게 추상적이라는 비판도 제기되는데요.

-하디드〓일단 건물이 들어설 대지의 지형을 읽고, 거기에 적합한 개념을 설정한 뒤 어떻게 재료를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지 항상 고민해요. 작품 대부분이 곡선 형태여서 재료와 구축 방식에 대한 연구를 많이 합니다. 당연히 기술적인 측면이 중요하지요. (하디드는 자신의 건축이 ‘실용적’이라고 몇 번이나 강조했다.)

-김〓이번에 샤넬과 진행하는 ‘모바일 아트’는 어떻게 맡게 됐나요. 파빌리온은 일종의 ‘박물관’인 것 같은데, 역점 둔 부분은 무엇인가요.(※‘모바일 아트’란 샤넬의 ‘퀼팅 백’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작가들의 작품을 하디드가 만든 분해·조립 가능한 박물관 ‘파빌리온’에 넣어 전세계 7개 도시에서 전시하는 프로젝트.)

-하디드〓샤넬의 수석디자이너 칼 라거펠드(Lagerfeld)와 우연히 호텔에서 만났어요. 거기서 모바일 아트 설명을 듣고 흔쾌히 ‘오케이’ 했답니다. 샤넬의 이미지와 맞는 형태를 만들고 재료를 쓰려 하고 있고요, 자연채광, 인공조명, 색을 적극적으로 썼어요. 사람들이 샤넬의 전시물을 수동적으로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공연 한편을 관람하는 것처럼 느끼게 하고 싶었어요.

-김〓선생님의 디자인은 매우 독특합니다. 무엇으로부터 영감을 받으시는지요.

-하디드〓디자인할 때 단순히 형태를 만드는 것에는 집착하지 않아요. 건물 디자인할 때 그 무엇으로부터 영감을 받지도 않지요. 유연하게 건축과 도시를 이해하려고 노력해요. 최고 수준의 기술과 재료를 활용해 새로운 구조방식을 연구합니다. 이번 샤넬 파빌리온의 경우 각 부재의 적절한 크기와 형태, 접합 방식을 실물 크기로 일일이 실험해 만들었어요.

-김〓건축 외의 다른 분야의 디자인도 많이 하는 것 같습니다. 요즘 브랜드와 협업하는 경우가 많은데 선생님의 경우 특히 섬세하고 우아하다는 평을 받던데요.

 

김정후씨 


-하디드〓여자라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빌딩 말고 다른 것 디자인하는 데 관심이 많아요. 제품, 패션, 자동차 디자인, 가구 디자인을 한 적도 있어요. 원래 그런 쪽에 관심이 많아요. (※하디드는 패션브랜드 ‘이세이 미야케’의 팬이다.)

-김〓이라크 출신인데 이라크에서도 작업을 가끔 하시는지요.

-하디드〓(전쟁으로)이라크 도시가 망가져서 개인적으로 너무 아쉬워요. 바그다드 같은 이라크 도시에는 역사의 켜(layer)가 쌓여 있어요. 현재 진행되고 있는 도시 계획은 그런 역사를 파괴하고 있어 우려가 돼요. 나도 몇몇 도시계획 프로젝트에는 참여하고 있어요.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7/11/16/2007111600091.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