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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SLR카메라]를 원하니?

세칸 2007. 11. 23. 12:07
정말 [SLR카메라]를 원하니?
 
'냄비근성' 어떤 화두나 이슈가 생기면 순식간에 끓는 얇은 냄비처럼 끓어올랐다가 순식간에 식어버리는 우리네 국민성을 비꼬는 말이다. 다른말로 하면 열정이라고 말 할 수도 있는 이런 국민성 덕분에 사회적으로 이득도 없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문제점이 더 많이 노출되는 것도 사실이다.

디지털 기기도 마찬가지다. 언제부터 DSLR카메라를 사용했었다고 요즘은 어디를 가도 DSLR카메라 투성이다. 특히 어여쁜 처자라도 등장하는 전시회라도 있으면 그 처자를 중심으로 둥글게 원을 그리며 사정없이 들이대는 SLR카메라들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건 무슨 기자단도 아니고 순수한 취미로 저렇게 열심인 사람들을 어디서 볼 수가 있을까? DSLR카메라를 사용하는 것, 구입하는 것을 가지고 뭐라고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목적 보다는 기기에 집착하는 모습에서 과연 DSLR에는 거품이 없을까 생각을 해본것 뿐이다.

 

 

사용 용도 대비로 SLR 카메라는 거품이 있다.

소위 똑딱이로 불리는 카메라는 SLR대세론이 세를 불리면서 급격한 시장판매의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물론 DSLR과 똑딱이의 중간에 위치하던 하이엔드급 디지털 카메라는 이미 자취를 감춘지 오래, 초기 판매 가격을 포기한 매우 저렴한 가격을 제시해도 중고는 판매 될까 말까한 실정이다.

사실 DSLR카메라가 (디지털 카메라의 입장에서 바라보아도) 기계적인 성능이 똑딱이를 능가하는 것은 사실이다. 가격도 많이 낮아져서 신제품 똑딱이 카메라의 가격으로 번듯한 중고 DSLR을 구입 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이렇게 쉽게 구입 할 수 있는 DSLR카메라, 그런데 과연 그 목적에 걸맞는 제품을 구입했는지에 대한 것은 의문이다. 


안 무겁냐?

일단 스스로 자문을 해보자. "과연 나는 진짜 DSLR카메라가 필요해서 구입을 했는가?" 이 질문 앞에서 당당하게 말 할 수 있는 사람은 많이 있겠지만 단순히 분위기에 휩쓸려, 거침없이 몰려오는 지름에 이기지 못하고 질러 버린건 아닌지 의심해 보아야 한다.

한가지 예만 들어 이야기 하겠다. 새로 맞은 식구, 즉, 아이가 태어나서 아빠가 된 A씨, DSLR사진 동호회에 올라온 수 많은 아기 사진들을 보고 부러워 하던 A씨는 남들처럼 우리 아기를 찍어주어야 겠다는 생각으로 아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과감하게 DSLR을 구입한다. A씨는 그동안 카메라를 배워본 적도 없고 디지털 카메라는 처음 구입하는 사람이다.

일단 구입한 관계로 열심히 사진 공부를 하고 동호회 선배들로 부터 가르침을 받고 그 사이 아이는 커서 나들이를 할 수 있을 정도는 되었다고 치자. 때는 이때다 싶어 A씨는 아이의 사진을 찍어주려 카메라를 들고 나섰다. 아이를 키워본 부모라면 잘 알겠지만 그 짐이 장난은 아니다. 유모차에 아기용품에 차동차 트렁크에 꽉차는 것은 물론, 거기에 SLR카메라 가방까지 추가되니 A씨의 아내는 난감한 기색을 보인다.

하지만 A씨의 열정은 그 정도로 굽히지 않았다. 날은 좋고 나들이 하는 동안 A씨는 열심히 작품 활동에 들어간다. 자유로운 작품 활동을 하기 위해 A씨는 아내에게 짐을 맡기고, 시간이 갈수록 짐을 맡은 A씨 아내의 표정엔 구름이 낀다.

실로 극단적인 예라 할 수 있지만 크게 틀린말은 아니다. 과연 똑딱이로 충분한 상황이라면 굳이 DSLR을 고집하는 것은 생각해 볼만한 문제다. 무엇보다 DSLR은 똑딱이에 비해 크고 무겁다. 가지고 나가려면 그 부피와 무게에 한번 쯤 망설여 진다는 소리다. 

정말 좋을까?

솔직히 말하면 정말 좋은건 맞다. 폼 나고 성능 좋고, DSLR,카메라를 똑딱이와 비교하기 힘든건 사실이다. 하지만 단순히 기계적인 성능으로 판단 할것은 아니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사용자의 상황에 따라 좋은 카메라가 될수도 나쁜 카메라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일부 제조사의 마케팅에 휘둘리기도 한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최근의 트렌드를 반영하듯 제조사는 앞다투어 DSLR카메라를 시장에 내놓고 있다. 문제는 어떤 제조사의 경우 6개월 간격으로 신제품을 내놓아서 기존에 구입한 제품의 가치를 현격하게 떨어뜨리는 만행까지 저지르고 있다는 것이다. 어떤 제품의 경우 가차없이 단종까지 해버리기도 하는데 물론 똑딱이도 마찬가지지만 문제는 가격이다.

DSLR의 경우 렌즈를 별도로 구입해야 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똑딱이와 비교해서 비싼 가격을 주고 구입하기 마련이다. 이렇게 마음 먹고 구입해야 하는 SLR의 가치는 분명 똑딱이보다 판단이 쉽지는 않은 것이다. 물론 중형 이상의 DSLR에는 해당되지 않지만 중형급 밑으로 출시되는 DSLR의 경우 자칫하면 낭패를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꼭 네가 필요한 걸로 사라!

아무리 가격이 떨어졌다고 해도 DSLR을 제대로 갖추려면 만만치 않은 금액이 들어간다. 또 사용 용도에 따라서 구입하고도 방치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 구입에 앞서 거울을 보고 스스로에게 반문해보자. '난 정말 이게 필요한 걸까?' 꼭 그것이 필요한지, 단순한 욕심에 휘둘리는 것은 아닌지, 구입하고 방치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 정말 DSLR카메라를 원하는지 생각하고 지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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