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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실내건축은 왜 목재를 외면하는가

세칸 2007. 8. 20. 13:22

실내건축은 왜 목재를 외면하는가

-문제제기 및 해결책

 

목재 활성화를 위한 로드맵

 

“비싸잖아요.”
목재에 대한 대다수 사람들의 의견이다. 순수 원목이 비싼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껏 실내건축에서 목재가 주요 소재가 될 수 없었던 이유로써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세한 것은 아니다. 실내건축에서 목재 사용이 저조한 원인에 관한 잘못된 일반적 인식만큼, 목제품 유통 및 생산업체들 역시 소비시장에 대한 학습은 부족한 것 같다. 주택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건설사, 실내건축을 겸하는 건축 디자이너, 실내건축 디자이너 등은 그간 그들이 경험한 ‘목재 사용기’에 입을 열기 시작한다.


1. 왜 외면하는가

 

사용이 불편하다
시공의 편의성은 그 상품에 대한 시장성을 판가름하는 척도다. 이 부문에서 소비자들의 목제품 평가는 ‘불합격’이다. 경제성과 디자인성 부문에서도 만족도는 낮다. 

리디자인컴퍼니(Lee Design Company) 이규혁 소장은 “현장작업이 필요한 무늬목은 많은 제약조건이 따른다. 약 10년 전, 여느 때와 같이 접착제, 도장제 등을 사용하며 무늬목 공사를 했다. 역한 냄새가 주위로 펴졌고 위층 독일회사 측은 어떻게 유해한 물질을 도심 한복판에서 사용할 수 있느냐며 뛰쳐나와 항의했다. 또 현장 내에 사람이 거주하거나 업무가 이뤄질 수도 있는데, 친환경성이 입증된 관련 원부자재의 미흡으로 이때는 무늬목 사용을 애당초 포기하는 게 좋다”고 말한다.

인굿디자인(INGooddesign) 강은정 실장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무늬목이 PVC 시트에 비해 압도적으로 비싼 것은 아니다. 그러나 시공 제반에 필요한 원부자재 값과 또 한번의 공사가 필요한 인건비까지 계산한다면 코스트는 높아진다. 게다가 가격을 낮추기 위해 저가의 접착제나 레커 등을 사용하게 되면 무늬목의 강점인 친환경과는 거리가 멀어진다”고 말한다.

삼환기업 개발사업부 장홍관 건축과장은 “2TEC, LG화학 등이 내놓은 PVC 시트지 샘플책자의 제품 가지 수는 매우 많으며 소비자의 눈높이를 맞춘 최신의 패턴을 가지고 있는데, 이것에 비해 목제품은 디자인이 한정돼 있다”고 말한다.

 

엔드유저는 천연특성 이해 못한다
목재사용의 직접경험이 있을 때 천연소재를 자연으로 보는 문화가 형성된다. 산업화로 인해 이미 공산품에 익숙한 세대에서 원목이 갖는 수축과 팽창, 각기 다른 패턴과 색감은 엔드유저에게 하자요인으로만 보인다.

홍익대 건축도시대학원 실내설계 노성진 교수는 “약 5~6년 전 통나무 주택이 유행한 적이 있다. 유럽에 비해 기후변화가 뚜렷해 더 빨리 풍화됐고, 뒤틀림도 있었다. 하지만 비싼 돈을 지불한 소비자들 눈에 모든 것이 하자였다. 지금 거의 사그라진 그 시장이 이것을 증명한다”고 말한다.

강은정 실장은 “인테리어 공사 시, 처음부터 A/S 요인이 될 만한 것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고재가 아닌 생목이라 부르는 목재 사용에서는 거의 100% 컴플레인이 들어오는데, 이것이 원목사용을 회피하는 또 하나의 이유”라고 말한다.

 

소방법은 방염성만을 강조한다
현행 소방관계법령 중 소방시설설치유지및안전관리에관한법 내에서는 다중이용업의 영업장, 노유자시설, 의료시설 등 대통령령이 정하는 특정소방대상물의 벽과 천장 등 실내 장식재로는 준연 또는 준불연재를 사용할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이때 제품화돼 있지 않은 목재와 합판의 경우는 실내건축회사가 현장에서 방염처리를 하고 샘플을 채취해 직접 소방안전검사를 받는 절차를 밟고 있다. 제조 시부터 방염성능이 가미된 PVC 시트에 비해 과정이 번거로울 뿐만 아니라, 방염처리를 하게 되면 목재고유의 질감이 떨어져 굳이 천연 목재를 사용할 이유가 없게 된다.

한양대 실내건축학과 장순각 교수는 “소방법령으로 인해 목재사용을 꺼리고 있는 건 사실이다”고 말한다.

아름마루 김상남 대표이사는 “화재발생 시의 인명피해가 유독가스에 의한 질식사라는 것쯤은 이제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 그러함에도 목재가 잘 탄다는 이유만으로 사용을 규제하는 현형 소방법령을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말한다.  

 

2. 무엇을 원하는가

 

현장작업이 필요치 않게 제품화해달라  

짧게는 보름 정도의 리모델링 공사기간, 2~3년 사이에 세워지는 대규모의 고층 아파트 공사에서 공기단축은 절박하다. 벽지, PVC 시트 및 바닥재 등의 소재가 높은 시장 장악력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편리한 시공성과 눈에 띄는 하자발생이 없던 덕분이다. 마감처리, 클립(부착)방식 등을 해결해 현장작업이 필요하지 않게 ‘제품화’한다면 지금보다는 사용량이 높아질 것이라는 반응이다.

이규혁 소장은 “보드에 무늬목을 접합해 사이즈별로 판매된다면, 오피스같이 심플함이 강조되는 공간은 간단히 공사할 수 있을 것이다. 넓은 면뿐만 아니라 굴곡, 좁은 구석 등에도 사용할 수 있는 월 패널이 필요하다. 또 목재를 사용하다보면 못(타카) 자국이 남는데, 완성도가 떨어지게 하는 한 요인으로 해결해야할 문제다”고 말한다. 이어 “또한 시중에 방염처리된 목제품이 있지만 비싸고, 그만큼 디자인 선택의 폭도 좁아 현실성이 떨어지는 면도 있다”고 덧붙인다.  

 

순수 혈통의 원목만이 능사는 아니다

목재가 비싼 원목으로만 인식돼 소수를 위한 전유물로 남겨지는 것이 아닌, 대중화에 노력하자는 목소리다. 천연 무늬목을 비롯해 지금 시장에서 활발하게 판매되고 있는 재구성 무늬목이나 합성목재, 데코패널 등이 그 예로, 원목의 가격적인 문제와 천연소재로서의 한계점을 탈피할 수 있는 대안으로 떠올랐다. 목재시장은 순수 원목과 목재를 재가공한 시장으로 나눠지며, 원목보다 저렴하면서도 다채로운 디자인을 구현할 수 있는 재가공 목재가 대중성을 띠는 시장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바라봤다.

이로재김효만건축사사무소 김효만 소장은 “현재는 급변하는 트렌드를 반영할 수 있는 감각적 감성이 요구되는 사회로, 내추럴리즘만을 특성으로 하는 목재는 당연히 일부분으로만 사용될 수밖에 없는 한정성을 갖는다”고 말한다.

강은정 실장은 “목재를 대체할 수 있는 소재는 상당히 많다. 목재산업에서 천연의 아름다움 외의 새로운 디자인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목재는 계속해서 새롭게 개발되는 다른 소재 뒤에 설 것”이라고 말한다.

이규혁 소장은 “천연 무늬목을 핸드메이드 작업하더라도 디자인 한계성에 직면하기 마련이다. 시공의 우수성을 가지면서 디자인이 색다른 무늬목이 개발된다면 디자이너 입장에서는 매력적인 소재”라고 말한다.

노성진 교수는 “나무에도 짝퉁 시대가 열려야 한다. 90% 이상 목재가 사용됐다면 목재로 봐야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목재의 문제점인 변형이나 비규격화, 디자인의 한계성 등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한다.

 

소비자가 원한다면, 비용은 문제되지 않는다

보관, 수급조절, 복잡한 시공절차 등 대량 공급되는 아파트와 천연 목재와는 맞지 않는 부분이 많다. 주택 공급량이 부족했을 때 이러한 원인들로 아파트에 목재 사용은 지극히 제한적이었다. 그러나 공급량이 점차 많아지는 지금 건설업계는 소비자가 원하면 당장이라도 목재를 사용하겠다는 입장이다.

대림산업 Life Creating Team 신소영 대리는 “소비자들은 목재에 상당한 친밀감을 보이나, 핵심은 그것이 진짜인지 가짜인지에 대해서는 큰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환경관련 마크를 획득한 대기업 PVC 소재로도 충분히 친환경성이 어필된다”며 “건설사에서 먼저 소비 트렌드를 형성하기도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소비자들의 욕구를 반영한 것으로써, 소비자가 원한다면 비싸더라도 목재를 사용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익명을 요청한 인테리어 관련 A회사 대표는 “이름만 대면 대중들도 아는 목재회사 한 곳 없는 마당에 친환경성, 방염성 조차 검증되지 않은 중소기업의 목제품을 누가 찾겠냐”며 “목재회사도 엔드유저, 실내건축회사, 대형 건설사, 정부 등에 밀착, 각기 맞는 컨셉을 설정하고 목제품의 우수성을 알리는 ‘홍보’를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한다. 

 

오로지 원목은 촌스러움을 안겨준다

국내 목조주택은 펜션에서 활성을 이루고 있다. 골조는 물론 내부의 벽, 바닥, 천장, 창틀 모든 것이 목재다. 하나의 소재로 이뤄진 목조주택의 이미지는 디자인 흡입력이 약해지며, 결국 소비자에게 목조주택은 자칫 촌스러움을 안겨줄 수 있다는 것이다.


강은정 실장은 “개인적으로 가공을 최소화한 돌과 나무의 순수한 조화를 좋아한다. 디자인이라는 것은 다양한 소재를 가장 적합한 용도에 사용할 때 빛이 난다. 이런 점에서 지금까지의 목조주택이 디자인 트렌드와는 별도의 길은 걸은 것 같다”고 말한다.


3. 답은 모아졌다

 

우리국민의 목재구매 잠재력은 높다

알고 보면, 우리처럼 목재를 즐겨 사용한 민족도 없다. 우리나라 전통가옥, 궁이나 사찰 등 모든 건축물은 목구조다. 기둥, 보 등 건축 용어에도 대부분 나무 목(木)자가 들어가 있을 만큼 주요한 소재였다. 목재에 대한 친밀도는 계속해서 현재까지 이어진다. 실내건축에서 나무 무늬결은 흔하게 사용되고 있다. 벽이나 바닥, 가구 등 우드 그레인 패턴은 어림잡아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최고급의 레스토랑에서부터 저가 마케팅의 요식 체인점까지 우드 그레인이 사용되지 않은 곳은 거의 없다. 일반 주택에서도 사무공간에서도 우드 그레인 마감재는 눈에 쉽게 들어온다.

다만 달라진 점이 있다면 ‘원목과 천연 무늬목 자리에 그것을 흉내 낸 인조소재가 채워졌다’는 것이다. 이는 실제로 리얼(real wood)우드를 경험해보지 못해 그 차이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규혁 소장은 “전공이 목재와 밀접한 분야라서 목재의 멋을 알고 즐겨 사용했지만, 경험해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것이 목재다. 또 어느 날 갑자기 관심을 갖겠다고 해서 알아지는 것도 아닌 것 같다”고 말한다.

신소영 대리는 “과거 우리 모델하우스 품평에서 몰딩, 거실장 등은 PVC 시트를 사용하고, 옵션품목이었던 월 패널(아트월)은 천연 무늬목을 사용했었다. 각각 따로 놓고 봤을 때는 몰랐는데 같이 매치했을 때 차이는 극명했고, 공개되는 모델하우스에는 몰딩과 거실장을 천연 무늬목으로 교체시켰다”고 말한다. 또 “국내 최초의 초고층주상복합아파트 대림 아크로빌에는 흔하지 않게 대단위 아파트로서는 많은 목재가 소요됐는데, 거주성 평가에서 만족지수는 상당히 높았다”고 말한다.

 

공부하고 브랜드화해라

한마디로 한 번쯤은 리얼우드를 경험한 후에야 비로소 목재의 특성을 알고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여지가 마련된다는 것이다.

현실은 목재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적다. 대다수의 소비자들은 원목과 천연무늬목을 본 횟수보다 인위적으로 우드 그레인을 넣은 PVC 시트를 본 횟수가 더 많다. 이유는 쉽게 설명된다. PVC 소재를 대량생산하는 대기업체는 자사의 브랜드 파워를 발판삼고, 경제성, 시공성, 디자인성, 친환경성, 방염성 등 소비자들이 요구하는 사항에 준하는 제품을 생산, 시장에 탄력적으로 대응했기 때문이다. PVC 소재의 큰 단점으로 여겨졌던 인위성을 최대한 배제하기 위해 약 3~4년 전까지만 해도 내추럴 리얼리티에 분투했다. 다중이용업소 등에서 연속적으로 발생되는 화재에 대비해 방염성능을 가진 시트를 개발했다. 또 웰빙 물결 속에서는 어찌됐건 HB마크의 클로버 5개를 획득해 소비자를 안심시켰다.

물론 이미 브랜드 파워와 자본력이 뒷받침되는 대기업이기에 가능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것을 이유로 들면서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일 수는 없는 노릇이며, 또한 목재가 천연 건축자재로서 인간에게 가장 좋다는 순수성만을 가지고 목제품을 사용해달라는 호소력은 지금의 시장경제원리와는 동떨어져 보인다. 장홍관 과장은 “ISO9000중심인 목재산업은 ISO9001로 변화돼야한다”며 “인공성에다 자연성 접목이 성공한 PVC 소재들처럼, 목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점차 증가되는 시점에서 목제품은 자연성에 디자인성을 가미해 새로운 무언가를 보여줄 때가 왔다”고 말한다.

이어 “시공성, 경제성, 디자인을 만족시키는 신 개념의 목제품 개발은 지금의 목재업계가 넘어야할 산이라고 본다”고 피력한다. 또 김상남 대표는 “목재 활성화에 노력해야 하는데, 지금 상당히 취약한 부분 중의 하나가 ‘브랜드 마케팅’”이라며 “한 개인의 힘으로 어렵다면, 공동투자나 협회 등을 통하는 방법 등 루트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금 모든 기업이 공통적으로 취하는 자세는 과거의 생산자 위주방식에서 벗어난 ‘소비자 위주의 경영’이라는 것이다. 목재산업도 경제를 읽고,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을 개발하며 전략적인 홍보가 필요하다. 세계 어느 민족보다 ‘나무’에 특별한 친밀감을 보이고 있는 나라라면, 결론은 ‘진짜 나무’이지 않을까.

 

 

 

출처 : http://www.woodkorea.co.kr/

장영남 기자 chang@wood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