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현장 및 작업사진들

과수원속의 야외 풀장

세칸 2007. 7. 2. 00:41

하루 종일 장맛비가 추적 추적 내리는 7월의 첫 일요일을 맞았습니다.

집안의 어른들을 모시고 과수원에서 키운 닭을 잡아 점심식사를 하기로 한 날입니다.

귀찮기도 하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마땅히 준비할 만한 사람이 저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닭 잡는 일! 별로 내켜하는 일은 아니지만, 비도 오고 하는 이런날, 먹는 즐거움은 제법 솔솔 합니다. 

 

'05년도에 작업한 과수원 속의 간이 풀장입니다.

날씨가 좋을 것으로 예상 하셨는지.......큰형님이 풀장의 덥게를 치워 놨습니다.

감나무 그늘 속이라 아이들이 놀기도 좋지만 어른들도 발을 담그고 있으면 시원하니 참 좋습니다. 

  

콘크리트 거푸집은 제가 직접했고 나머지는 내장목공들이 했습니다. 두단의 나무 바닥판은 미송 제재목입니다. 

45*300의 미송을 가공하여 스텐레스 앵크로 고정시켰습니다. 물론 접착제도 사용 했습니다.

코너부의 접합은 장부홈을 만들고 촉꼿이를 가공하여 박았습니다.

시멘트와 나무에는 투명의 발수재를 여러번 롤러로 칠했고 더이상의 처리는 하지 않았습니다만 2년이 지났으도 별 틈이나 하자는 보이지 않습니다. 가을쯤에 샌딩으로 면을 다듬고 천연 오일 스테인을 두어번 발라야 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옆의 발판은 시다목이지만 스테인을 바른것과 바르지 않은것도 있습니다. 어떤게 나아 보이시는지.......

제작 당시에는 스테인을 바르지 않은 것이 자연스럽고 좋아 보입니다만 목재이니 만큼 보호 차원에서 발라 주는것이 유지 관리하기 좋습니다. 바르지 않은 것은 자연스럽지 않다고 못바르게 해서 그냥 놔 둔 것입니다.

 

스텐레스 배수 금구 랍니다. 빗물이 고이지 않게 뚜껑을 빼둔 상태입니다. 

 

배수구 반대편의 밸브를 열면 지하수가 나옵니다. 풀의 크기는 윗쪽의 외경이3,600*2,100*750(깊이)입니다.

 

옆에는 피크닉 테이블도 한조 만들었습니다. 한여름 저녁에 맥주 마시기 참 좋습니다.

 

크기를 좀 크게 만들어서 6명이 앉아서 식사해도 넉넉합니다. 오일 스테인을 두번 바른 상태입니다.

 

형님이 전날 저녁에 감나무에 자러 올라간 닭들 중에서 크고 통통한 놈들만 골라서 미리 잡아 큰 통안에 넣어 놓았습니다.

후레쉬로 비추면 절대 도망가지 못합니다. 놓아 먹이는 놈들이라 낮에 잡을려면 정말 장난 아니고 땀 좀 흘려야 된답니다.

3월 초에 넣은 병아리가 4개월 만에 다 큰 어른닭이 되었습니다. 

닭 잡는 일도 제법 귀찮고 성가신 일입니다. 어떻게 잡는 지는 잘 아시겠기에 생략합니다.

가마솥에 물을 끓여 한마리씩 담궈가며 털은 기계(?)로 볏겨 냅니다. 가마솥의 끓는 물에 찬물을 섞어 온도가 대략 80도 정도 되면 적당합니다. 너무 뜨거우면 털과 같이 껍질이 벗겨지기 때문입니다. 닭털 벗기기 귀찮아서 기계를 한대, 주방기구 제작소에서 맞췄습니다. 

한 두마리가 아니고 여러 마리면 이것도 보통일은 아닙니다. 귀찮기도 하고 비도 오고해서 내장은 모래집만 남기고 모두 버렸습니다.

여기 까지가 제가 한 일입니다. 나머지는 형수님이 불을 때서 백숙과 닭죽을 끓였습니다. 

 

아침 7시에 작업(?)해서 8:30분에 솥에 넣어 주고 집으로 왔습니다. 한시간 반동안 비를 쫄닥 맞았지요. 한숨자고 어른들 몇분 모시고 점심시간 맞춰서 올라 갔더니 상이 차려져 있습니다. 어떻습니까? 기름이 잘잘 흐르는 노지닭. 두시간 반동안 삶았답니다. 

 

어른 아이 합쳐 18명이서 7마리를 넉넉하니 잘 먹었지요. 녹두 넣은 닭죽도, 올 해 담은 매실즙을 섞어 마시는 소주도 괜찮았습니다.

밖에는 장맛비가 촉촉하니 내리고 있어서 분위기는 더 없이 좋았습니다. 어른들은 뒤풀이로 유행가와 춤 파티를 벌이는 것을 보고, 저는 닭 삶은 황토 온돌방으로 가서 늘어지게 한숨 자고 왔습니다.

사는게 별거 겠습니까! 꿈속에서 나비와 한바탕 잘 놀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