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인 친필 서첩' 발굴
윤치호·홍명희·허헌·방응모·안창호
김종규 관장 "1930년대 대표 지식인을 알려주는 자료"
김종규(金宗圭·) 삼성출판박물관장(한국박물관협회 명예회장)
일제 강점기인 1936년 국내 명사(名士) 5명의 친필 글씨를 담아 만들었던 서첩이 발굴됐다. 김종규(金宗圭·사진) 삼성출판박물관장(한국박물관협회 명예회장)은 최근 입수한 삼천리사(三千里社) 발행 《십이명가 서첩(十二名家書貼)》을 공개했다.
《12명가 서첩》의 표지(사진 오른쪽)와 뒷부분(왼쪽).‘ 남이 자신을 알아주지 못함을 걱정하지 말라’는 계초 방응모의 오른쪽 글씨에 이어 도산 안창호는‘만약 사회를 개조하고 싶다면 먼저 자신의 궁핍함부터 개조하라’고 썼다. 전기병 기자 gibong@chosun.com
이 서첩은 좌옹(佐翁) 윤치호(尹致昊·1865~1945), 벽초(碧初) 홍명희(洪命熹·1888~1968), 긍인(兢人) 허헌(許憲·1885~1951), 계초(啓礎) 방응모(方應謨·1884~?), 도산(島山) 안창호(安昌浩·1878~1938) 선생의 글씨를 한 권에 차례대로 수록했다. 당초 12명의 글씨를 수록하려 했으나 5명에서 중단된 것으로 보인다.
서첩 중 계초 방응모와 도산 안창호의 글씨가 나란히 쓰인 마지막 부분은 특히 주목된다. 당시 조선일보 사장이던 계초는 이 서첩에서 '불환인지불기지(不患人之不己知)'라는 글씨를 쓴 뒤 '병자(丙子·1936년) 납월(臘月·음력 12월) 위(爲) 삼천리(三千里) 방응모(方應謨)'라고 기록했다. '불환인지불기지'는 《논어(論語)》 〈학이(學而)〉편에 등장하는 공자(孔子)의 말로 '남이 자신을 알아주지 못함을 걱정하지 말라'는 뜻이다. 《논어》에서 이 말은 '환부지인야(患不知人也·내가 남을 알지 못함을 걱정하라)'는 말로 이어진다.
계초에 이어 이 서첩에 글씨를 남긴 도산 안창호는 계초의 글씨 왼쪽 면에 '만약 사회를 개조하고 싶다면 먼저 자신의 궁핍함부터 개조하라(若欲改造社會, 先自改造我窮)'고 썼다.
이 서첩을 만든 삼천리사는 1929년 창간한 민족주의 계열의 잡지 〈삼천리〉를 간행하고 있었으며 편집인 겸 발행인은 〈국경의 밤〉을 쓴 시인인 파인(巴人) 김동환(金東煥·1901~?)이었다. 김종규 관장은 이 서첩에 대해 "1936년 당시 국내에서 최고의 경지에 올랐던 대표적인 지식인들이 누구인지 알 수 있게 해 주는 자료"라고 말했다.
입력 : 2008.04.06 23:56 / 수정 : 2008.04.07 0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