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이런저런 이야기들

단 하루만 허락된 진미 '고등어회'

세칸 2007. 12. 29. 13:57

단 하루만 허락된 진미 '고등어회'

오태진 기자 tjoh@chosun.com 사진=조선영상미디어 이경호 기자 ho@chosun.com

 

 

서울 내발산동 ‘제주어람’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생선은, 고등어다. 거의 모든 여론조사에서 갈치와 조기를 누르고 1위에 오른다. ‘바다의 보리’라는 말처럼 맛있고 영양가 높으면서 값은 여전히 싸니 서민들에겐 참 의리 있는 생선이다. 그러나 고등어는 “살아서 썩는다”고 했다. 살에 아미노산 일종인 스티딘이 많아 산소와 만나면 히스타민으로 바뀌며 급속히 상한다. 기껏해야 5~6시간밖에 못 산다. 그래서 산지 부둣가 아니고선 활어로 만나기 힘들었다.

 

 
요즘엔 서울서도 싱싱한 고등어회를 즐길 수 있다. 침술 수면요법 덕분이다. 침을 놓아 아가미로 숨만 쉬는 가(假)수면 상태에 빠뜨려 생존기간을 길게는 나흘까지 늘렸다. 이젠 고등어회를 다루는 집이 제법 생겼지만 서울 강서구 내발산동 ‘제주어람’은 침술 개발 초기인 2004년부터 합리적인 값에 차린다.

 
입에서 녹듯 부드럽고 고소한 고등어회 한 접시 30점쯤이 5만5000원. 어른 서넛이 즐길 만하다. 간장과 식초에 몇 가지 향료를 더한 소스가 고소한 맛은 살리되 기름진 느낌은 덜어 준다. 고등어는 들여온 지 딱 하루 동안만 판다. 찾는 사람이 많아서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선도에 신경을 쓴다는 얘기다.

제주에서 공수해 오는 갈치를 비롯해 고등어, 광어, 도미, 농어를 차리는 모둠회는 2~4인분 접시가 6만5000~9만8000원이다. 여기에 전복, 전복 내장, 활소라를 더해 보기에도 푸짐한 전복모둠회가 13만5000원. 회 품질과 차림새가 강남 고급 일식집 못지 않다.

식사로는 구수한 해물뚝배기(7000원)가 돋보인다. 문어, 소라, 바지락을 넣고 된장을 풀어 끓였다. 제주도 음식들이 그렇듯 양념을 최소화해 해물 자체 맛이 시원하게 살아 있다. 매콤새콤한 자리물회(8000원)도 좋다. 점심엔 꽁치구이, 미역국을 곁들이는 고등어조림 뚝배기(6000원)와, 쌈도 나오는 제주도산 돼지고기 두루치기 뚝배기(6000원)가 인기다. 한 사람에 1만8000원씩 하는 점심 회정식(2인분 이상)도 실하다.

옥호 ‘어람(魚籃)’은 ‘고기 담는 바구니’를 뜻한다. 넓고 깔끔한 홀에 좌식 18개 식탁, 72석을 여유롭게 들였다. 입식 방이 4인용 넷, 6인용 하나, 8인용 셋이 있어 연말연시 가족모임에도 알맞을 것 같다. 칸막이를 트면 20명까지 들일 수 있다. 점심, 저녁 가리지 않고 붐비는 편이어서 예약하는 게 좋다. 바로 윗층에 낸 노래방 또한 이 동네 명물이다. 28개 방마다 대형 PDP 모니터 두 대, 무선마이크 두 대씩을 놓았고 바닥을 대리석으로 치장했다. 가족들을 겨냥한 ‘럭셔리 건전 노래방’이라고 내세운다. 지하철 5호선 발산역 5번 출구를 나서 바로 앞 건물 2층. 뒤편 1층과 지하에 30대 주차. 설·추석 하루씩만 쉰다. (02)3661-2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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