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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오는 ‘대체에너지’ 시대

세칸 2007. 12. 24. 19:00

달려오는 ‘대체에너지’ 시대

 

고유가로 가격경쟁력 높아지고 ‘깨끗한 에너지’ 요구 거세져
기업들 너도나도 투자 가세, ‘묻지마 열풍’ 조짐까지
경제성·기술적 한계 이겨내면 21세기 에너지경제의 중심될 것

 

 

이현승 GE에너지코리아 대표이사

 

최근 대체에너지 열풍이 일고 있다. 풍력, 태양광, 바이오 연료, 수소에너지 등 대체에너지 산업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대두되고 있다. 이 같은 열풍을 반영하듯 2000년 미국 벤처캐피털 투자의 1%에 불과했던 대체에너지 투자는 2007년 현재 10%로 급증했다. 1990년대 말 닷컴(dot.com)투자 열풍이 전기 단위를 나타내는 왓컴(watt.com)투자 열풍으로 바뀌었다는 말이 생길 정도이다. 에너지 산업을 보는 시각도 기존의 굴뚝산업에서 최첨단 기술 산업으로 바뀌고 있다.

대체에너지 열풍은 한국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많은 기업들이 신규사업목록에 대체에너지를 추가시키고 있고, 이를 주가 상승의 호재로 사용하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태양열을 전기에너지로 전환시키는 ‘태양열 발전’과 빛이 태양전지(solar cell)에 비춰질 때 발생하는 광전효과(photovoltaic effect)를 이용한 ‘태양광 발전’의 차이도 모르는 일부 투자자까지 합류하면서 묻지마 투자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마치 1990년대의 IT벤처 투자 때와 흡사하다.

대체에너지 기술개발에 대한 장밋빛 기대가 확산된 것은 최근만의 일은 아니다. 1970년대 오일 쇼크로 경제 위기의 쓴 맛을 본 에너지 소비국들은 아랍의 석유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한 방안으로 대체에너지의 필요성과 투자계획을 소리 높여 주장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무한한 가능성이 제기되었던 대체 에너지 기술에 대한 기대와 환상은 기술적, 경제적 제약 등으로 인한 상용화의 어려움과 저유가 시대의 도래로 슬며시 사라지고 말았다. 하지만 이제 대체에너지 산업은 1970년대와는 달리 무한한 가능성과 상상력을 현실로 바꿀 수 있는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는 국제유가의 강세로 대체에너지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배럴당 100달러를 코앞에 둔 최근의 국제유가 초강세는 수급불균형, 이라크와 이란 등 지정학적 불안요인, 달러화 약세로 인한 투기자금의 유입 등에 기인한다. 향후에도 중국, 인도 등의 경제성장에 따라 전력 수요는 2030년에 현재의 두 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땅 속보다 땅 위’가 문제라는 말처럼 자원 확보 경쟁과 자원의 무기화를 표방하는 자원보유국의 정책으로 인해 시장원리에 따른 공급이 제한됨에 따라 고유가 추세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둘째, 앞으로는 단순한 에너지의 확보가 아니라 ‘깨끗한’ 에너지의 확보가 전제조건으로 등장하고 있으며, 이것이 70년대의 상황과 가장 차별화되는 점이다. 지구온난화를 방지하기 위한 온실가스 배출 규제는 앞으로 더욱 강화될 것이 확실시된다.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규제와 더불어 관련 시장도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 세계은행은 탄소시장이 2007년 500억달러, 2010년에는 1500억달러 규모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신용평가회사들이 기업 평가 시 재무위험뿐만 아니라 환경관련 위험도 고려할 시기 역시 머지않았다.

고유가가 지속되고 깨끗한 에너지로의 이동이 대세가 될 것이라는 시각은 투자자들로 하여금 투자 회수기간을 길게 볼 수 있게 함으로써 단기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에너지 사업에 장기적으로 투자할 수 있게 하고 있다. GE는 생태(ecology)와 상상력(imagination)을 결합하여, 상상력을 발휘해 환경문제를 해결하고 수익을 창출한다는 ‘에코매지네이션(ecomagination)’을 2005년도에 출범시켰다. 이는 친환경경영을 비용요소나 이미지 증진 차원에서 보는 기존 시각에서 탈피하여 기업의 성장전략으로 본 것이다. 실제로 풍력발전 설비의 경우 2003년 10억달러의 매출이 2007년에는 네 배 증가한 40억달러를 기록할 전망이다.

하지만 대체에너지가 20세기 화석연료를 대신하여 주 에너지원이 되기 위해서는 아직도 경제성과 기술적인 측면을 보완하여야 한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먼저 대체에너지는 정부의 보조에 의존하는 측면이 강하므로 장기적인 투자 및 사업을 위해서는 일관성 있는 정부 정책이 필수적이다. 동시에 규모의 경제와 기술 개발을 통해 생산의 경제성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최근 가격이 높은 기존의 폴리실리콘뿐만 아니라 박막필름(thin film)을 사용한 태양전지 연구 개발은 그러한 노력의 예이다.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 예를 들어 석탄 및 가스 발전소는 밤낮으로 날씨에 상관없이 전기를 보낼 수 있지만, 풍력이나 태양광은 그렇지 못하다. 풍력의 경우 풍향과 풍속이, 태양광의 경우 일조량이 적합하여야만 한다. 또 이 모든 여건이 맞아서 전기를 생산해 낸 경우에도 송배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에너지 전문가인 폴 로버츠는 ‘석유의 종말’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수소의 에너지 저장능력이 개발되어야 함을 지적하고 있다. 즉, 풍력이나 태양광에서 나온 에너지를 이용해 수소를 만들고 이를 저장할 수 있다면 풍력이나 태양광의 불연속성을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류는 장작에서 석탄으로, 석탄에서 석유로, 석유에서 천연가스로 에너지원을 추가하고 대체해 왔다. 특히, 산업혁명 이후 20세기 경제사회는 석탄, 석유, 천연가스 등 이른바 화석연료 3인방에 의지해 물질적 풍요와 번영을 향유해 왔다. 이제 대체에너지는 고유가와 환경혁명을 배경으로 화석연료를 대신하여 21세기 에너지 경제의 중심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