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통의 과학
목재는 물을 흡수하면 팽창하지만 일단 팽창된 목재라도 다시 건조되면 수축을 통해 거의 원래의 크기로 되돌아간다. 목재가 외력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건조될 때에 비해 인장력이 가해지는 상태에서 건조되는 경우 수축이 더 작게 그리고 반대로 압축력이 가해지는 상태에서 건조되는 경우 수축이 더 크게 일어나게 된다. 압축력인 경우, 즉 팽창이 억제된 상태에서 물을 흡수시키고 그 후 건조하게 되면 억제되지 않았을 때보다도 억제 방향의 치수가 작아지게 되는 것이다.
이런 현상을 가압수축(compression shrinkage)이라고 부른다. 흡수와 건조가 교대로 반복되면 가압수축이 누적되어 억제 방향에 대한 치수가 현저하게 작아지게 된다.
통은 대개 건조, 반건조 또는 고체 상태의 제품 보관용으로써 널이 금속, 줄 또는 목재 테로 느슨하게 조여져 있는 비방수성 통(slack cooperage)과 액체, 반고체 또는 무거운 고체 제품 보관용으로써 전용 금속 테로 널이 빈틈없이 꽉 조여져 있는 방수성 통(tight cooperage)으로 나누어진다.
특히 방수성 통의 경우 누수가 일어나지 않도록 전용 금속 테에 의한 가압을 통해 널이 단단하게 결체되어 있기 때문에 항상 압축력이 걸려 있게 된다. 또한 목욕할 때 사용하는 통을 생각해 보면 알 수 있겠지만 이 경우 물의 출입이 빈번해 진다. 따라서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수축과 팽창의 반복에 따른 가압수축의 누적으로 인해 통을 구성하고 있는 각 목재(통의 널)의 크기가 조금씩 작아져 어느새 사이가 느슨해지는 일이 발생하게 된다. 이처럼 통의 널이나 도구의 손잡이 등이 느슨해져 가끔 보수해 주지 않으면 안 되는 현상이 일어나게 되는 것은 이 가압수축에 의해 설명될 수가 있다.
목욕통은 물의 출입이 빈번한 반면 술통 등은 운반 및 저장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거의 물의 출입이 없다. 따라서 술통과는 달리 목욕통에는 되도록 수축, 팽창이 작은 목재를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옛날 사람들은 가압수축이라고 하는 성질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에 목욕통에는 정목판을 사용하였던 것이다. 목재는 동일 수종에서도 연륜에 접하는 방향인 접선방향보다도 연륜에 대해 직교하는 방향인 방사방향의 수축 및 팽창이 1/2~1/3 정도 더 작다. 판목판을 사용한 경우에는 물을 넣게 되면 널이 통의 원주 방향으로 더 많이 팽창하기 때문에 누수 방지 효과를 잘 발휘하는 반면 건조되는 경우 수축도 크게 일어나기 때문에 가압수축이 커져 느슨해지기 쉬워진다. 그러나 정목판을 사용하면 판목판만큼 수축, 팽창되지 않기 때문에 가압수축이 작아진다.
따라서 술통처럼 한 번 채워지게 되면 장시간 동안 그 상태로 놓여 있게 되는 경우 판목판 쪽의 널이 효과를 잘 발휘하기 때문에 편리한 반면 수분의 출입이 빈번한 목욕통인 경우 정목판 쪽의 널이 느슨해지지 않기 때문에 환영받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목재의 성질과 이를 이용한 목욕통과 술통의 사용 구분은 수축률과 팽창률의 측정 등이 행해지지 않았던 옛날부터 기술자의 경험에 의한 것이었지만 여기에는 가압수축이라는 과학이 숨겨져 있었던 것이다.
엄영근 국민대학교 임산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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