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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산속에서 부부가 함께 지어가는 황토산막

세칸 2007. 8. 15. 00:13

깊은 산속에서 부부가 함께 지어가는 황토산막

 

 

늦은 점심시간, 차린 건 없지만 많이 들라며 내 놓은 점심상엔 향긋한 봄나물이 가득 차려져 있었습니다.
한참이나 시장기가 들었던 참 이어서였는지 밥 한 그릇을 뚝딱 다 먹고 나서 또다시 한 그릇을 더 청했습니다.
이번엔 공기에 내 오신 것이 아니라 커다란 대접에 밥을 하나 가득 담아서 내 놓습니다.
길손이 맛나게 점심을 먹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안주인의 얼굴엔 마치 휴가 나온 아들을 대하는 듯한 따스함이 넘쳐흐르고 있었습니다.

 

 

 


평창 금당계곡을 건너 산 밑으로 난 작은 길을 따라 한참 산으로 올라간 곳, 하늘과 닿아있는 그 속에 임꺽정의 요새와 같이 생긴 올망졸망한 황토집이 있었습니다.

 

산꼭대기라 그런지 하늘은 더욱 푸르고 봄볕은 따가왔습니다.
사실 봄볕이 아니라면 길섶에 머리를 내밀고 피는 봄꽃들과 같이 걷는 길이 아니라면 걸어서 올라가기 힘들 정도의 가파른 길이었습니다.

산막 입구에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웃고있는 장승들을 보면서 그 안쪽에 사람이 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그런 산중이었습니다.

구룡골산막을 꾸려 나가는 김종식(55), 마영완(53) 부부가 이곳에 내려 온 것은 2000년 봄입니다. 일산에 살다 이곳에 처음 내려 왔을 때는 오지마을이라고 불러도 될 만큼 지금보다도 훨씬 더 오지였습니다.
그리고 처음 2년간 시골생활에 적응하는 기간을 가졌습니다.

2년이란 시간이 흐른 후 이젠 시골에 사는 것에 어느 정도 자신감을 붙인 후에 살림집 옆에 민박을 겸하는 흙집을 짓기로 결심을 하였습니다.
시골에 두 부부가 살기에는 조금 적적하기도 하고 산림에도 보탬이 될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부부는 수소문 끝에 인근에서 흙집 교육을 시켜 주는 곳에 교육등록을 한 후 4개월간 열심히 수업을 받은 후 마침내 첫 삽을 들었습니다.
하지만 교육을 받을 당시에는 집 짓는 것이 무척 간단해 보였지만 막상 하나에서부터 열까지 모든 과정을 손수하려다 보니 수많은 난관에 부딪혔습니다.

도중에 부부싸움도 많이 하고 또 서로에게 힘을 내자고 위로의 말도 건네면서 거의 1여년 만에 흙과 나무로만 객실 4개를 갖춘 흙집을 완성해 내었습니다. 모든 것을 두 부부의 힘만으로 지었기에 건축비는 평당 100만원이 조금 안 들었습니다.

다른 사람의 손을 빌리지 않고 직접 집을 지었다고 하니 많은 어려움이 있었을 것 같아 “가장 힘들었던 것이 무엇이었냐?”고 물었습니다.
대답은 “바깥어른 키가 너무 작은 것이 가장 힘들었다”며 서로를 보며 함박웃음을 터트립니다.

흙집을 다 만들어 놓고 두 부부는 얼마나 감격해 하고 행복해 했는지 그때의 감동은 지금도 잊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민박동을 완성하고 이제는 손님 오시기만을 기다리면 되었는데 기다리는 손님은 좀처럼 찾아오지를 않았습니다.

위치가 오지이기도 하지만 집 앞까지 들어오는 길이 험로인 관계로 4륜 자동차가 아니면 감히 들어오기가 힘든 까닭이었습니다.
혹여 예약전화라도 받으면 남들 같으면 길이 험하다는 그런 내용은 손님들에게 알려 주지 않겠지만 순박한 두 부부는 꼭 길이 험해서 일반 승용차는 오기시가 힘들다는 말을 잊지 않았습니다.

당연 손님이 많을 리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부부는 낙담하지 않았습니다. 시간을 가지고 하나하나 부족한 점을 고쳐 나가기로 했습니다.

또다시 1여년의 시간을 보내면서 험로였던 진입로를 손수 다듬은 끝에 이젠 승용차도 집 앞까지 문제없이 들어 올 수 있게 하였습니다. 하지만 손님이 없기는 매 한가지였습니다.

이번엔 계곡 주변으로 외국의 어느 별장 모습을 닮은 펜션들이 하나 둘 들어서더니 이제는 수십동의 펜션이 들어 왔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황토흙집 보다는 외관이 아름다운 펜션을 더욱 선호했습니다.

이들 부부는 그래도 실망하지 않고 모든 것을 자신들의 부족함으로 돌렸습니다.
어쩌다 찾아오는 가족손님들의 아이들을 위해 작은 시소도 만들어 놓고 무료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옆방 손님들과 놀 수 있는 작은 족구장도 준비를 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가족들을 위한 황토흙집을 하나 더 만들고 있습니다.

구룡골 산막에는 아직 봄이 찾아오지를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 봄을 준비하는 부부의 마음에는 봄 햇살이 가득 비추고 있었습니다.
출처 : 흙집마을  |  글쓴이 : 비즈니스 원글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