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으로 울타리 만들기
■ 자연과 이웃, 집에 어울리는 울타리를 찾아
울타리라는 말을 떠올리면 야트막한 담장 너머 안 마당이 보이는 시골의 모습이 생각납니다. 서로의 경계를 말해 주면서도 열려 있는 문화, 울타리 너머 아침 인사를 하고, 김이 모락모락 나는 옥수수와 고구마를 나누어 먹던 안마당은 고향처럼 정겨운 향수입니다.
이제는 시골이라도 높게 쌓아 안이 들여다보이지 않는 적벽돌 담장이 대부분이고, 고급 전원주택이 들어선 곳들은 옹벽이나 휀스가 가로막고 있습니다. 그나마 전원주택 단지에선 넓은 잔디 마당이 훤히 보이도록 야트막한 생나무 울타리나 방부목으로 된 이국적인 울타리가 이웃의 경계를 조금 누그려뜨립니다. 하지만 이들은 단지의 외곽에 높은 울타리를 치고 출입구를 통제함으로써 그들만이 누릴 수 있는 왕국을 꿈꿉니다.
집이 자연과 이웃에 어울려야 하듯이 울타리는 그 집과 조화를 이루어야 진정한 울타리가 됩니다. 한국적인 집에는 흙담과 돌담이 제 격이며, 서구적인 느낌의 집에선 생나무 울타리나 방부목 판재 울타리가 어울리게 마련입니다. 하지만 이런 상식을 뛰어 넘는 자기만의 독특한 느낌으로 만들어 가는 울타리는 생활의 활력이 될 것입니다.
우선은 자신이 살고 있는 집과 가장 잘 어울리는 유형을 결정하는 것이고, 직접 만들 때 비용과 품을 고려하여 결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 내 손으로 울타리 만들기
생나무 울타리 만들기
어느 유형의 집이나 잘 어울릴 수 있는 울타리입니다. 지역에 따라서 그 동네에 가장 많이 심어졌던 울타리용 나무를 생각해 보시면 좋을 듯 합니다. 서해안 같은 경우는 백일홍 나무를 촘촘히 심어 울타리로 만들 수 있고, 남쪽지방 같은 경우는 동백나무나 탱자나무가 좋을 듯 합니다.
주변에서 많이 사용하는 울타리 생나무로는 쥐똥나무, 사철나무, 측백나무 등입니다. 하지만 개나리와 무궁화, 앵두나무는 잘 만 다듬어 관리한다면 울타리로서의 기능뿐만 아니라 꽃과 열매를 볼 수 있는 사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습니다.
생나무 울타리를 만들 때에는 둔덕을 만들어 안 밖의 빗물 흐름을 차단해 주도록 합니다. 안 마당의 빗물이 울타리 쪽으로 흘러 자연스럽게 배수가 되도록 주의하여야 합니다.
돌담 만들기
강원도 지방이나 산간지방에 특히 잘 어울리는 형태입니다.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돌을 모아 약 1m 정도 높이로 쌓아 올리면 되는데 그 형태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성곽을 쌓듯이 폭을 넓게 하여 돌과 돌의 귀를 맞추어 정교하게 쌓는 방식이 있고, 진흙에 시멘트를 약간 섞은 반죽으로 막돌 쌓기를 하여도 됩니다. 안과 밖이 모두 노출되기 때문에 30∼40cm 폭 양쪽에 돌을 놓고 공간이 생기는 틈을 잔돌과 반죽으로 채우면 됩니다. 특히 계곡 돌이나 강 돌을 쌓을 때는 이 방식이 좋습니다.
돌담을 쌓을 때는 그 기초를 한 자(30cm) 정도 파고 시멘트 모르타르와 잔돌을 이겨 기초 다짐을 잘 하여야 합니다. 터 파기를 한 후에는 물을 부어 충분히 가라앉은 후 잡석 다짐을 하는 것이 좋은데 그 양이 많다면 레미콘으로 버림 콘크리트를 치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흙담 만들기
돌을 구하기 힘든 농촌 마을에 잘 어울리는 울타리입니다. 돌담 만들기에서의 기초 방식처럼 잡석 다짐 또는 버림 콘크리트 기초를 한 다음 지표면에서 약 20∼30cm 정도는 시멘트 벽돌로 방수턱을 만듭니다. 그 위에 흙벽돌로 쌓거나 담틀 방식으로 흙담을 만들면 됩니다. 또는 통나무를 30cm 정도로 잘라 흙과 통나무를 켜켜이 쌓아 올리는 방식도 가능합니다.
비에 쉽게 노출되는 울타리이기 때문에 이 때 쓰는 재료의 흙은 모래와 섞어 터짐을 방지하고 생석회나 시멘트를 약간 섞어 강도를 높이는 것이 좋습니다. 방수액을 타서 쓰면 비에 노출되어도 쉽게 손상되지 않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 과정이 복잡하고 어렵게 느껴지면 기초 다짐 후 6인치 시멘트 블록을 쌓습니다. 그리고 진흙을 채로 곱게 쳐서 이긴 후 붓으로 흙물을 여러 번 발라주면 흙담 느낌을 낼 수 있습니다. 이 때에도 방수액을 타서 써야 비에 흘러내리지 않습니다.
흙담에는 지붕이 올려져야 제 맛인데 목재로 삿갓 모양의 상을 걸고 방수 합판으로 지붕 모양을 잡은 후에 초가를 얹는 것이 좋습니다. 아니면 참나무를 쪼갠 너와를 얹어도 잘 어울립니다. 그도 어려우면 제제소에서 구할 수 있는 피죽나무를 구하여 너와처럼 모양을 내도 좋습니다.
기와 담 만들기
현재 기와는 쉽게 구하기 어렵고 새로 사려면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쉽게 만들 수 있는 울타리는 아닙니다. 하지만 주변의 구옥을 철거 할 때나 시골에 쌓아둔 기와를 구할 수 있다면 울타리로서 좋은 소재입니다.
담의 기초를 만드는 방식은 흙담 기초 방식과 같게 하고 그 위에 암 기와(바닥 기와)를 진흙을 이겨 켜켜이 쌓아 올리면 됩니다. 기와와 기와 사이의 진흙은 볏 집을 썰어 넣어 반죽을 하고 약 5cm 정도 높이로 합니다. 기와 담의 위쪽 마감은 암 기와만 3-4장을 겹쳐 띠장처럼 구분을 주거나 용마루 기와 2-3장을 겹쳐 마감하면 기와 흙담이 완성됩니다.
서까래 울타리 만들기
원형 서까래를 사용한 흙집을 짓는다면 집을 짓고 난 서까래 토막을 이용하여 울타리를 만들 수 있습니다. 1.5m 정도의 간격으로 기둥을 세웁니다. 기둥 자리는 시멘트 모르타르로 고정시키는 것이 좋습니다. 기둥과 기둥 사이 아래위로 2개의 목재 상(지름 10-15cm 벌목한 나무나, 2×6 방부목)을 걸고 서까래용 목재를 한 자(30cm) 간격으로 고정합니다.
자재가 충분하다면 높낮이를 달리하여 자연스럽게 이어 붙여 울타리를 만들어도 좋습니다. 이때는 땅을 1자 정도 파고 울타리용 서까래를 묻은 후 잔돌과 흙으로 채워야 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서로 어긋나기 때문에 안쪽에서 목재로 상을 걸어 고정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서까래 울타리 안쪽으로 선반을 매 달면 작은 화분을 올려놓을 수 있는 화분대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다른 유형으로는 목장의 울타리처럼 서까래나 주변에서 벌목한 자재를 이용하여 만드는 방식이 있는데 이는 텃밭이 달린 집 주변에 설치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 울타리를 이용하여 호박이나 수세미, 넝쿨 작물을 재배할 수 있습니다.
항아리 울타리 만들기
항아리로 울타리를 만드는 것은 음식점 느낌이 나기 때문에 선 듯 살림집에서는 하기 어려운 방식입니다. 하지만 주변에서 사용치 않는 항아리를 구하여 높낮이를 달리하고 대부분은 항아리를 뒤집어 놓지만 중간중간 항아리를 바로 세우고 흙을 채워(배수 구멍은 꼭 내야 함) 작은 꽃나무나 조경수를 심어 놓으면 한결 집 분위기를 바꿀 수 있습니다.
특히 대문의 입구나 쪽문으로 사용하는 곳에 부분적으로 항아리를 이용한 담을 만들어도 포인트를 줄 수 있습니다. 주변에 항아리를 만드는 곳이 있다면 하자가 있어 깨 버리는 항아리를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하여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대나무 울타리 만들기
대나무가 많은 남쪽 지방에서는 구하기 쉬운 재료입니다. 규격화된 대나무를 판매하는 곳들도 있습니다. 너무 가늘면 왜소해 보이고 조금 굵은 대나무(지름이 10cm정도)를 사용하시는 것이 보기에 좋습니다. .
서까래 울타리 만들 듯 땅을 파고 자신이 생각하는 질감에 따라 가는 노끈이나 조금 굵은 동아줄로 세로로 대나무를 엮은 후 잔돌과 흙으로 다져 고정하면 됩니다. 안쪽에서 아래 위로 대나무 담을 가로질러 보강해 주고 대나무 담을 지탱할 수 있도록 1m 50cm 간격으로 조금 굵은 대나무로 받쳐줍니다(기둥 역할). 보다 좋은 방식은 밖에서 보기에 앞쪽은 낮게 뒤쪽은 조금 높게 이중으로 대나무 울타리를 치고 그 사이를 흙으로 채운 후 중간중간 안과 밖을 엮어 주면 대나무 담의 안정성도 높이고 그 사이에 꽃나무나 넝쿨 식물을 심을 수 있어 좋습니다.
출처 : 행인흙건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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