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부목 사용, 이대로 좋은가
작년 10월 말레이시아 산타칸에 가서 3개월 동안 있다가 12월 말에 한국으로 돌아왔다. 필자가 산다칸에 있으면서 임시로 묵고 있던 집 길 건너편에 대성목재 입사후배 L씨가 살고 있었다.
L씨는 86년에 이곳에 왔다고 한다. 18년 동안 있으면서 원목 알선업도 하고 제재사업도 하고 해서 이미 기반을 잡았기에 개인집도 샀고, 가정부도 3명씩이나 데리고 있었다.
L씨는 일주일이 멀다하고 자기 집으로 와서 식사를 같이 하자고 했다. 그러다 보니 지난날의 얘기와 더불어 이런저런 얘기 중에 L씨는 한국의 방부목 사용에 대한 심한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방부처리할 때 사용한 약품이 무슨 약품인지는 잘 모르지만, 빗물에 그 약품이 씻겨내려 갔을 때 우리가 먹는 물로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습니까? 말레이시아나 선진국에서는 방부처리한 나무를 쓰지 않고, 내구성이 좋은 천연목을 사용하고 있지 않습니까? 고문님께서 돌아가시면 이 문제를 부각시켜 주세요. 제가 장사하려고 그러는 게 아닙니다.”
필자가 한국으로 돌아오자마자 이 문제를 제기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있는데, 한국목재신문 119호(2005년 1월 1일자)에 ‘CCA 방부목 규제확산’이란 기사가 이미 실려 있었다. 내용인 즉 “전 세계적으로 CCA처리 방부목 사용에 대한 규제가 확산되고 있다.
북미지역에서는 이미 금년 초부터 업계의 자발적 결정에 의거 CCA처리 방부목 주거관련 시설에 대한 사용이 중단되었다. 호주와 뉴질랜드에서도 CCA처리 방부목 사용을 규제할 예정이다”라는 기사였다.
사실 우리나라도 4~5년 전부터 펜션주택이 붐을 이루면서 내장재 위주로 사용되던 목재가 외부용재로도 많이 사용되고 있다.
외부용재가 많이 사용되는 펜션주택에는 데크재, 계단난간, 야외용 식탁, 놀이시설 등이 SPF 방부목으로 주로 사용되었다. 원가가 싸기 때문이었으리라. 그 방부처리한 목재가 오랜 기간 비나 눈을 맞았을 때 약품의 유해성분이 땅속으로 스며들고 지하로 스며들어 강이나 계곡으로 흘러가게 되고, 그 물을 마시는 것은, 그 농작물을 먹는 것은 바로 우리들 또는 우리의 후손이라는 것을 왜 미쳐 생각치 못했을까.
말레이시아에서는 목조주택을 지을 때 카폴이나 셀랑간 바투를 사용한다(물속에 잠기는 부분은 빌리안을 사용한다). 인도에서는 셀랑간 바투를, 영국에서는 그린하트를 많이 사용한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관계당국에서 방부처리 약품인 CCA 성분을 면밀히 검토해 유해성분이 확인된다면 SPF 방부목 사용에 대한 규제를 하루빨리 해야 될 시점에 와 있다고 본다.
지구상에는 내구성도 뛰어나고 가격도 적당한 수종이 많이 있다. 목조주택업계에서도 자발적으로 방부처리한 목재를 사용치 말고 내구성이 있는 수종을 찾아서 목조주택용으로 사용해야 될 것으로 본다.
김상혁 / 한국목재컨설팅 상임고문
출처 : 목재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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