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례문, 그 후 20일
105년 전의 숭례문
숭례문 화재 근본적 접근 필요
오늘날 우리는 주변의 변동에 대한 거의 모든 정보를 실시간으로 알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러나 어느 것도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다. 그것은 다각적인 시각으로부터의 여과 없는 정보 때문이거나, 집단이나 개인의 이익을 대변코자하는 이들의 기회주의적 끼어들기 때문일 수 있다. 그리하여 최선의 정보와 최악의 정보가 뒤섞여 있어서, 사안에 대한 소양이 부족하다면 어느 것이 사실인지, 어느 것이 좋은 정보인지 아닌지를 분간하기조차 어렵게 된다. 사실만을 두고는 좋은 것과 나쁜 것으로 구분할 수 없다. 다만 그 사실을 소리나 글로 흡수하는 사람에게 좋거나 나쁠 수 있다. 행복하거나 행복하지 않은, 슬프거나 슬프지 않은 소식인 것이다. 호, 불호는 가치판단의 결과이다.
숭례문 화재 전후의 시각적 문제 말고, 좀 더 근본적으로 접근하면 중요한 것은 역사의 문제다. 지금껏 문화재를 시각적 구조물로만 취급하는 것이 문제였다. 또 다른 개발주의적 태도도 문제다. 얼른 잔해를 치우고 빨리 복원해서 지금을 잊게 만들고, 빨리 만드는 사람이 공을 얻는 분위기 같다. 빨리 상실감을 채우려는 시도로 읽힌다. 대부분의 행정기관들은 문화나 문화재를 관광자원화 하고 있다. 지자체에서 문화재 관련 업무를 맡는 사람들에게 문화재는 관광객을 유인하는 도구로서 먼저 가치가 있다. 숭례문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국에 산재한 모든 문화재가 마찬가지 상황이다. 땅바닥에 흩어져있거나 묻힌 유물들에 대한 대접은 그보다 못하다.
45년 전의 숭례문
문화재 대하는 태도 새롭게 정립해야
1차적으로 천정에 집중했으면 어렵지 않게 진화되었을 것이고, 2차적으로라도 기와를 걷어냈으면 되었다. 결국 무척 중요한 두 번의 기회를 놓쳤다. 그러나 숭례문이 저 지경에 이르는 데는 5시간‘씩이나’ 걸렸다. 손쓸 수 없이 삽시간에 망가진 게 아니라, 목구조물이 아주 긴 시간 버텨주었다는 이야기다. 이제 이 시점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화재에까지 이르게 된 상황을 재구성하는 것이 먼저라고 본다. 이런 사안에 접근하는 기관의 문제, 여러 문화재 관리 주체들의 소통장애 등이 모두 드러날 것이다. 거기서 우리가 문화재를 대하는 태도를 새로 엮어가는 기반을 만들 수 있다. 신중하게 접근하는 경우, 평소에 똑같이 구조물을 만들어서 태워보고 어떻게 타는가,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이냐를 실험하는데, 우리는 그런 대비 없이 실제로 국보를 태워버렸다. 인위적으로는 결코 할 수 없는 엄청난 실험을 한 셈이다. 그래서 그 과정을 복원하고 결과치를 잘 보존하는 것은 이 시점에서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한다. 철저한 조사를 통해 숭례문 소멸의 전말을 백서로 남겨야 한다. 역사를 보는 눈, 문화재를 보는 눈도 근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문화재는 우리가 눈으로 보지 못하는, 단절된 역사를 기억하게 하는데 그 연결고리로서 가치가 있는 것이다. 문화재는 역사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는 대상이다. 물질로서의 문화재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문화재가 관계 맺는 역사적 맥락이 중요하다. 우리는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문명을 다음세대에게 전달해야 한다. 다음 세대가 그 유산을 부인하든, 낭비하든, 계승하여 꽃을 피우든, 전달만큼은 앞선 세대의 의무이다. 역사를 모르고서는 어떤 분야에서도 진정한 전문인이 되기 어렵다. 현재의 모든 것이 오랜 인류의 역사에 그 맥을 대고 있으며, 역사를 알 때 자신의 가는 방향을 짚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숭례문
출처 : 목재신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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