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통공예건축학교 각자 연구반
1979년 전통교육을 목적으로 인사동에 창립된 철제각연회로부터(국가중요무형문화재 각자장 보유자 오옥진) 시작됐다.
붓 길 흐름 따라 칼 가고 마음 가는 공예
주5일 근무제도의 정착이 가시화되고 있는 요즈음 우리들에게 돌아오는 경제적 · 시간적 여유로움은 삶과 문화 또한 윤택하게 바꿔 놓고 있다.
바쁜 생활을 핑계로 하루하루를 무의미하게 보내며 불만족했던 시간들도 이제 다양한 취미생활과 여가 선용을 통해 행복한 삶으로의 변화를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매주 금요일 서울 삼성동 한국전통공예건축학교에 가면 자연냄새 물씬 풍기는 나무판에 글자 한자 한자씩을 정성스레 새기며 자아실현의 기쁨에 도취되고 있는 현대의 선인들을 만나볼 수 있다. 그들의 여가를 통한 삶의 풍요로움을 엿 보기 위해 교육이 진행중인 강의실을 찾았다.
각자의 탄생
한국문화재보호재단 전통공예건축학교에서 운영중인 각자 기초 및 연구반은 1979년 전통교육을 목적으로 인사동에 창립된 철제각연회로부터(국가중요무형문화재 각자장 보유자 오옥진) 시작됐다. 이어 서울중요무형문화재전수회관 설립 후 현재까지 6~7백여 명의 교육생을 수료시키며 각자의 전통과 맥을 잇는데 많은 대외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 현재 각자분야 지도교수인 오윤영씨는 각자장 보유자 오옥진씨의 자재로 우리나라 각자장 전수자 1호이기도 하다.
각자의 의미는 나무판에 글자나 그림을 새기는 기능을 뜻하며 서각이라고도 부른다.
도성이나 대문의 현판, 문갑 등 초기의 각자는 기록이나 의사의 전달을 목적으로 했으나, 현재는 목판 자체가 독립된 작품으로 취급되고 있다.
즉 새길 때 글자를 반대로 좌우로 바꿔 새겨 인출하는 인쇄과정을 밟는 것인데, 최근에는 그 자체를 작품이나 인테리어 소품으로 이용하다보니 처음부터 글자를 제 모양대로 새기거나 글과 그림을 함께 새겨놓은 작품을 제작하게 된 것이다.
도구와 재료
각자에 필요한 도구는 크게 보면 칼과 망치로 단순히 나눠지지만, 칼의 종류만도 때리는 칼, 밀어 파는 칼, 기타 조각도 및 망치, 끌 종류 등 다양하게 세분화 될 수 있다.
목판용 작업의 재료로는 대추나무를 으뜸으로 배나무, 박달나무, 벚나무, 자작나무 순으로 가치를 두고 있으며, 고궁의 현판과 각자에 쓰이는 나무는 은행목이나 춘향목이 주로 쓰인다. 잔글씨를 주로 새겨야 하는 각자에는 무늬가 현란하지 않은 나무를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작업은 소재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한편 원재료의 가격과 질을 위해서 주로 수입목에 의존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작업 후의 관리는 안착안료, 포스터 칼라, 동칠, 기름, 오일칼라, 락카, 토분 등의 재료를 통해 이뤄진다.
각자 교육과정
각자를 배우는 사람은 모(毛) ⇒ 집자 ⇒ 공구 가는 방법 ⇒ 칼 쓰는 방법 ⇒ 음각 ⇒ 음양각 ⇒ 음평각 ⇒ 양각 ⇒ 창작각의 순서를 단계적으로 거치게 된다. 그 때문에 각자를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는 칼과 망치보다 붓이 먼저 손에 가는 것이 이치인가 보다. 다음으로 글자를 배우고 난 뒤에 연장을 손에 익히기 위해 공구를 갈거나 칼 쓰는 방법을 익힌다. 칼과 망치를 동시에 자유자재로 이용하려면 상당한 힘과 끈기를 요하는 작업이므로 이 부분을 쉽게만 여겨서도 안 될 일이다. 그 후엔 각의 난이도에 따라 음각부터 양각의 순서를 거치게 되는 것이다.
국제교류와 보급
국제각자연맹 상임이사로도 활동중인 오윤영 지도교수는, "중국, 일본, 싱가폴, 말레이시아 등과 연맹을 맺고 있는 우리의 각자는 일본과 함께 그 중 뛰어난 전통과 예술성 지니고 있어 대외적으로 한국의 각자 문화에 대한 정보교류와 기술의 보급을 위해 힘쓰고 있다"고 전한다.
또 각자 기초 및 연구반을 수료중이거나 이미 수료한 뒤에는 한국 서각 협회의 전시, 철제 각연회 전시, 일본 산께이 신문사 공모전 등 각종 공모전 및 개인 · 그룹별 전시회를 통해 각자의 대중화를 위한 자연스러운 활동이 이뤄지고 있다.
현재 이곳의 수료생들은 전업주부에서부터 일반 직장인, 공무원 등 그 분야가 다양하고 연령의 터울도 한 30여 년 즈음이나 된다. 개인지도를 받아가며 기초과정을 거치게 되면 그 후로는 개인의 노력과 성취욕에 따라 연구과정이 진행되는 것이므로 환경과 연령은 아무 장애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개인의 취미로 시작한 일이지만, 이분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은 것은 그 노력들이 우리 각자 전통의 맥을 잇는 중요한 가교가 될 것임에 틀림없기 때문이다.
철제 각연회 수료생들의 생각들
아래에는 수료중인 몇 분으로부터 각자의 매력과 나무의 느낌을 짤막하게 여쭤보았다.
"잡념을 없애고 한 곳에 몰두하는 할 수 있어 좋습니다"
황정수(주부)
"서예를 배우던 중 철제 오옥진 선생으로부터 '각(刻)'을 접하게 됐다"는 그녀가 각자를 취미로 한 지 횟수로만 24년이 지났다. 각자의 장점을 묻는 질문에는 "옛 서예가들의 글자를 칼로써 쓰듯 그 감각을 느끼기도 하고, 그 분들의 작품을 각으로 남겨 소장할 수 있으며, 어떤 나무든지 작품으로 이용이 가능하다"고 서슴없이 말하는 황정수씨.
어느덧 각자의 장인이 되어버린 그녀는 다양한 수종자원을 통해 질감과 색감을 표현할 수 있었던 예전과 달리 자원의 고갈로 소재에서부터 한계를 느끼게 되며, 요즈음은 질감보다 각법과 채색의 변화를 통해 각자의 예술성을 표현하고 있다고 설명을 덧붙인다.
"나무로부터 친근감과 따뜻함을 느낀다"
박희경(공예가)
공예를 전공한 박희경씨는 지난 4개월 간 서각 기초과정을 수료 중에 있다. 공예를 전공했던 그녀는 더욱 다양한 재료를 접하며 전공과 관련된 작품을 해보려는 맘으로 각자를 시작했단다.
"나무라는 소재는 다양하면서도 구체적인 표현이 가능한 점이 매력"이라며, 나무의 넓은 응용범위와 실생활에서의 이용가치에 대해 또 한번 놀라움을 표한다.
"나무를 느끼고, 다루고, 작품화 할 수 있는 보람"
서미애(주부)
서예를 하며 특강으로 접한 각자 부분의 경력이 어느덧 20여 년이 넘는 주부 서미애씨는 "우리의 각을 배움으로써 전통을 알고, 작업을 통해 나무를 다루고, 느낌과 동시에 작품화 할 수 있는 다양한 보람을 갖는다"며 우리 주변의 일반적인 생필품 요소로만 여겼던 나무들 각각의 특성을 알게되면서 친화력까지 생겼다고 얘기한다.
"사물을 관찰하는 시각이 넓어진다"
이희연(한지공예가)
서각전수장학생이된 그녀의 직업은 한지공예가(?). 철제 오옥진 선생의 작품을 접한 후 각의 아름다움을 접해보고 싶은 맘으로 시작한 각자 경력이 3년. "배울수록 깊이를 알 수 없는 매력이 좋기만 한데, 미흡한 홍보 때문에 대중화되지 못한 점이 아쉽다"는 그녀는 목재가 주는 느낌을 예전과 비교한다면 "나무가 가진 각 질감을 어떤방법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하는 작업적 느낌으로 먼저 다가온다"며 각자 작가로서의 답변을 내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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