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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목수로 기억되고 싶다

세칸 2007. 9. 15. 14:44
영원한 목수로 기억되고 싶다 

 

불국사, 숭례문, 수원성, 경복궁, 홍례문 이름만 들어도 벅찬 우리의 문화유산을 후대에 남겨주기 위해 노력해온 신응수 대목장이 그의 목수로서의 삶과 고건축이야기를 책으로 엮었다.
"천년궁궐을 짓는다"는 제목만큼이나 그의 건축에 대한 의지가 느껴진다. "몇번을 다시 짓더라도 제대로 지어야 한다"는 그의 말처럼 천년의 세월이 흘러도 남을 건축물을 짓는 것. 그것이 그가 45년을 한결같이 지켜온 약속이다.
집을 제대로 짓기 않는 것, 그 자체가 죄라고 말하는 신응수 대목장의 책과 건축, 그리고 나무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대목장 신응수

 

"천년 궁궐을 짓는다"가 발행되기까지.
기획단계부터 3년정도가 걸렸다. 처음에는 고건축기법을 정리해 알려주는 지침서를 만들고자 했다. 아직도 이 작업은 진행중이며 일단 회고록 형식의 "천년 궁궐을 짓는다"를 먼저 내놓게 됐다.
제목이 함축적인데.
말 그대로 천년이 지난 후 후손들에게 평가받을 수 있는 건축물을 짓겠다는 얘기다.
그동안 사찰보다는 궁궐을 짓고 보수하는 일을 많이 해왔다. 그 때마다 작업자들에게 하는 얘기가 "천년을 가는 집을 지어야한다"는 것이다. 꼭 천년을 가야한다는 말이 아니라 그만큼 견고하고 정성을 들여 시공하라는 얘기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축물은.
구인사 조사전이 내겐 가장 자랑스럽다. 7년을 꼬박 공들여 우리나라에서도 최고로 치는 적송(춘양목)으로만 지었으니 자재도 최고요, 시공도 최고가 됐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궁궐을 짓는데 적합한 나무는.
옛 궁궐은 모두 소나무로 지었다. 그중 가장 좋은 것은 적송(춘양목)이다. 소나무는 할렬도 적도 내구성도 뛰어나다. 송진이 천연방부제 역할까지 하니 이만큼 오래 가는 목재가 또 있을까? 궁궐 건축에는 못을 쓰지 않는다. 대부분 짜맞춤을 하는 데 짜맞춤은 너무 무른 나무도 너무 단단한 나무도 적합하지 않다. 소나무가 제격인 이유다.


요즘 목수 일을 배우는 사람이 많은 지.
몇 년전보다 목수일을 배우겠다는 젊은 사람이 많아진 건 사실이다. 경험에 비춰 볼 때 목수한 직업은 매력적이다.
그러나 남이 한다고 해서 무작정 따라 배우려고 드는 것은 곤란하다. 끈기를 갖고 일을 배워야만 진정한 목수가 될 수 있다.

책에 대한 반응이 좋은데 작가가 되시는 건 아닌지.
(웃음)다음 책이 나오기는 하겠지만 이 책은 건축 지침서가 될 것이다. 그리고 난 작가이기보다 영원한 목수이고 싶다.

 

Image_View천년 역사를 빚는 궁궐목수
신응수 저/김영사

열일곱, 철이 나면서부터 책 대신 끌과 톱을 들기 시작한 신응수 대목장의 45년 개인사가 녹록히 담겨있는 책.
빈농의 아들로 태어나 중학교를 마치고 상경해 목수일을 배우게 된 신응수 대목장이 국내 유일의 궁궐목수로, 국내 최고의 반열에 오르기까지의 성공스토리는 목수를 꿈꾸는 다른 이들에게 하나의 희망을 제시하고 있다.
그에게 수원성 장안문 공사는 어떤 공사보다도 의미 있다. 그가 처음으로 도편수라는 직책을 맡은 공사였기 때문이다. 처음 도편수를 맡기까지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그간 부편수로 일하면서 그에게는 '까다로운 목수'라는 수식어가 붙기 시작했고 도편수의 자리에 있으면서 내 이름을 걸고 하는 공사라는 사명감에 그의 꼼꼼함은 날로 악명을 더해갔다. 확인작업이 늦어져 원래의 모습과 달리 시공된 경우는 몇번이고 다시 지었다.
85년 창경궁 중건공사부터 그에게는 또다른 수식어가 붙여졌다. "궁궐 목수"가 바로 그것이다. 이후 모든 궁궐 건축이 그의 손을 거쳐갔기 때문이다.
그는 목수로써 꼭 해보고 싶은 일로 역사 속에 묻혀버린 황룡사 9층목탑을 복원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지금까지 그가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왔듯 황룡사 9층목탑도 그 역사에 한자리에서 다시 만나 볼 수 있지 않을까?
천년 후의 후손들에게는 지금보다 더 옛모습에 가까운 경복궁을 물려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과 함께 이 책을 접는다.

 

Image_View

 

 

유현희 기자 hyunhee@wood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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